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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갤 추천작 나츠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었다.
소설 목차가 상 중 하로 나뉘어져 있으므로 목차대로 인상에 남았던 부분 위주로 짧게 리뷰해보겠다.
상. 선생님과 나
젊은 학생인 주인공은 여름방학을 맞아 놀러간 곳에서 선생님을 만난다. 선생님과 친해진 나는 선생님의 집에 방문까지 할 정도로 친해진다.
어느 날, 여느때처럼 집에 찾아갔지만, 선생님은 조시가야에 있는 누군가의 무덤에 헌화하러 갔다고 했다. 그 집 사모님 말에 의하면 선생님은
매 월 그곳에 찾아가 헌화를 한다고 했다. 그곳을 찾아가자 선생님의 얼굴 일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비쳤다. 선생님은 친구의 무덤이라고 이야기
해주지만, 더 깊은 이야기는 해주지는 않는다. 선생님이 집에 안계신 날, 그 집 사모님에게 그 친구가 '변사' 했다는 이야기와 '그 날' 이후로
선생님의 성격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선생님이 과거에 친척에게 속았다는 이야기도 선생님과 산책중에 듣게된다.
'나'는 선생님이 변한 이유에 의문을 느끼고, 더 알아보려 하지만, 고향에서 아버지가 아프다는 편지가 와서 고향으로 내려간다.
1.
"자네, 자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이나. 강한 사람처럼 보이나, 아님 약한 사람처럼 보이나?
"중간쯤으로 보입니다."라고 나는 대답했다.
이런 나의 대답은 선생님에게 약간 의외였던 모양이다.
<마음>에선 어떤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냐고 그사람 마음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려 하는 장면들이 많다.
선생님이 주인공에게 질문하는 것은 자기 마음이 어떤상태인지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스스로를 살아가는데 에는 내 자아가 가장 중요하고, 그것의 행동원리 대로 따르지만, 자신이 어떤 마음인지 또 자신이 어떤인지 평가해줄 수 있는건
자신의 마음 보다는 아이러니하게도 타자의 마음이다. 거울 없이는 자신을 바라볼 수 없다. 그래서 미성숙한 자아에게는 타인의 마음이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거울이 잘못된 외력에 의해 깨져 버리면 그 관계는 소멸해버린다.
<하> 장에 나올 K와 선생님처럼.
2.
" 어쩌면 나는 개인에 대한 복수 이상의 것을 이미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나는 그들로 대변되는 인간이란 존재를 모조리 다 증오하는 법을 터득한 걸세.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네. "
선생님이 친척에게 속은 이야기를 주인공에게 들려주면서, 하는 말이다.
이 이야기는 <하>장에서 구체화된다.
부모님을 병으로 잃은 선생님을 책임지기로 한 건 선생님의 숙부 였다. 그 숙부라는 사람은 착한 인상에 시의원까지 지낼 정도로 젊고 유능한 인물이였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적에도 숙부를 굉장히 좋아
하였고 선생님도 의심없이 숙부와 그의 가족들을 집에 들이는데,
숙부는 부모님의 유산을 빼돌리고 있었고, 숙부의 딸을 선생님과 결혼까지 종용해서 선생님 집을 완전히 집어삼키려 한 것이었다.
배신감과 분노에 휩싸인 선생님은 부모님이 가장 신뢰하고 좋아했던 숙부에게 배신감과 환멸감을 느끼고 남은 유산이라도 다 처분하고
고향을 영원히 떠나게 된다.
선생님의 숙부에 대한 증오와 불신은 종래에는 인간 전체로 확장하게 되는데,
그 바탕에는 '자아'가 있다. 선생님은 스스로에게 분노와 혐오감을 느끼고 있으며,
숙부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복수로 이어진다면, 자신을 혐오하고 파괴하는 것 또한
복수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해서 주인공에게 이렇게 말한 것이리라.
결국 선생님은, 그렇게 혐오해 마지 않던 숙부가
'자신'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하>장에서 자세히 써 보겠다.
중. 부모님과 나
아버지의 병 간호를 하러 고향에 돌아온 '나'. 선생님에게 지금 만날 수 있겠냐는 편지를 받지만,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어 가고, 임종을 지켜야 할 수도 있는
상황까지 와버려, 못 간다고 답장한다.
아버지가 임종할 것 같은 폭풍전야 같은 밤, 선생님의 유서를 받게 된 '나'. 선생님의 죽음과 아버지의 죽음 사이에서 갈등하던 나는
역으로 달려나간다.
이 소설에서는 5명이 죽는다.
선생님, K, 아버지, 노기 대장, 메이지 천황
선생님과 K는 <하>장에서 논하고,
<중>장에서
아버지는 신장병이 악화되어 가는중에도 곧 나을 수 있을 거라는 둥 자신만만하게 주변사람에게 이야기 하지만
그마저도 안하게 된다.
병이 심해져서 그렇게 된 것도 있지만, 신문에서 자신과 똑같이 메이지 천황이 신장병을 앓다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버지의 병세는 눈에 띄게 악화되어 간다.
아버지의 신체는 이미 죽어 가고 있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그 순간, 죽어버렸다.
아버지 스스로와 천황을 동일선상에 두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게 된 아버지는
천황이 죽자
정신이 죽어 버린 것이다.
신념이 소멸해버린 정신은 정신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해내지 못한다.
<중>에서 주인공이 접하는 선생님의 죽음과 아버지의 죽음
이 둘은 사실 유사하다.
아버지가 육체적으로 신장병이라는 외부요인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면
선생님은 정신적으로 K의 죽음이라는 내부요인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
육체적으로 죽어가는 것과, 정신적으로 죽어가는 것은 그렇게 다르지 않다.
정신은 이미 죽음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던 선생님이 죽음을 마음 먹게 된 건
노기대장의 죽음이다.
천황이 죽자
공명심에 천황을 따라 자살한 노기 대장
그의 죽음은 메이지 시대의 끝을 의미했다.
이제, <하>장의 이야기를 해보자.
하. 선생님과 유서
고향을 떠나 도쿄에서 어느 미망인의 집에 하숙하기로 한 선생님. 하숙집엔 미망인과 미망인의 딸. 두 모녀만 살고 있었다. 친절하고 따뜻한 아주머니와
사랑스러운 아가씨, 두 사람 덕분에 주인공의 인간 불신도 점점 걷혀나가고, 아가씨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 어느날, K라는 고향 친구가
고향의 가족에게 의절당하고 학문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되자, 동질감을 느낀 선생님은 K를 하숙집에 들이게 되는데........
K는 진종 스님의 차남으로 태어나, 도쿄에 공부하러 갈 편의를 얻기 위해 의사공부를 시작한다는 조건으로 부잣집 양자로 들어간 인물이다.
절에서 태어난 K는 늘 정진이라는 말을 쓰곤 했으며, 종교나 철학 등의 어려운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자신이 추구하는 도를 위해서라며
의사공부를 하지 않고 양부모를 속이고 도쿄의 학교에 선생님과 같은 과에 입학하는 길을 선택한다.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했다. 양부모를 속인게 들통나고, 친가쪽에도 의절당하고, 학비도 더이상 대주지 않게 된 K
도쿄에 홀로 남게 되버린 상황이었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내몰리게 된 K의 상황은 너무 힘들어 보였다.
이런 연유로 선생님이 K에게 도움의 손길을 준 것이었다. 그리고, 하숙집 사람들에게 먼저 나서서 K를 소개시켜주고, 친하게 지내게 만들었다.
그러나,
3.
"나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네. 그래서 놀랐던 거지. 그가 무거운 입으로 자신의 아가씨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털어놓았을 때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게나. 그때의 나는 두려움의 덩어리랄까 또는 고통의 덩어리랄까 아무튼 하나의 큰 덩어리였다네.
한 발 늦었다고 생각했지."
여자에 관심따위 없었고, 오로지 도와 학문적 정진에만 큰 관심을 보였던 친구 K가 자신의 속마음을
선생님에게 털어 보이지만 , 선생님은 비겁하게 그 자리에서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최악의 방법을 선택한다.
4.
" 정신적으로 향상심이 없는 사람은 바보다."라고 쏘아붙였지.
그가 했던 말투 그대로 그에게 되돌려준 것이지.
하지만 이것은 결코 복수가 아니라네. 오히려
복수 이상의 잔혹한 뜻을 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털어놓네.
선생님은 K가 가는 학문의 길도. 도의 정진하는 방향도 존경하고, 인간적으로도 좋아하기 때문에
그를 도와주기 위해 하숙집에 불러준 것이지만, K와 사랑을 문제로 다투고 싶지 않다.
선생님은 K를 그 마음의 어딘가에서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에게 K는, 똑같이 고향에서 힘든 일을 겪고도 부모님의 유산으로 편하게 학업을 마칠 수 있던
자신보다 더 훨씬 어려운 환경에서도 꾿꾿이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한 가지 길로 정진하는
위대한 인간이다.
선생님은 K를 동경하고, 존경하고, 마음 한켠에는 그와 같이 위대해지고 싶어한다.
말하자면 K는 선생님에게 '되고 싶었던 또 다른 자신'이다.
K가 생활의 방향을 바꾸어 자신과 충돌하는게 두려워져
K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되돌려주는 이기심마저 보인다.
이 소설에서 선생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겁했다.
그래서 가장 비겁한 싸움 방법을 선택한다.
선생님은 아주머니를 찾아가 아가씨와의 결혼 약속을 받아낸다.
선생님은 가장 친한 친구였던K에게 자기 본심을 끝끝내 이야기하지 않는다.
결혼 이야기를
선생님이 아닌 아주머니에게 전해 들은 그날 밤 K는,
5. " 내가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물러설 것인지를 고민하다 어쨌든 다음 날까지 기다려 보자고 결심한 그 날 밤,
K는 자살해 버렸다네. (중략) 하지만 내가 더욱 마음 아프게 생각한 것은 마지막에 남은 먹물로 덧붙여 쓴 것처럼
보이는, 좀 더 일찍 죽었어야 했는데 어째서 여태까지 살았을까라는 뜻의 글귀였다네.
그리고 뒤돌아서서 처음으로 문에 흩뿌려져 있는 핏자국을 발견했다네."
K는 자신의 경동맥을 그어 자살했다.
그리고, 그가 죽은 이유를 오직 선생님만이 알고 있었다.
K는 본가로부터 의절을 당해서 염세적인 생각이 마음에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걸 구원해준 것이 친한 친구였던 선생님이었다.
선생님과 K는 고향에 대한 아픈 기억을 공유하며 동질감을 느끼며
서로가 서로의 마음의 거울이 되어 밝은 빛을 비추며 그럭저럭 살아간다.
그리고, K가 학문적 혹은 종교적인 도와 현실의 충돌을 느낀 순간.
아가씨에 대한 사랑을 자각하기 시작한 순간 말이다.
어느 길로 나아가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정신적으로 방황할 때
선생님에게
"정신적으로 향상심이 없는 사람은 바보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K는 본가에게 의절까지 당해가면서 나아갔던 학문적인 길이
아무의미도 없었던 것 같은 덧없음을 느끼고,
아주머니에게 선생님과 아가씨가 곧 결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현실에서의 사랑 마저도 K가 손에 쥘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K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도의 정진도, 사랑도, 가장 친한 친구도.
그 어떠한 관계도 마음도, 거짓이었다.
K는 자살한다.
그리고, 선생님은
"숙부에게 속았을 때 나는 인간이란 존재가 믿을 게 못 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절감 하긴
했지만, 그것은 타인에 관한 것으로 나 자신에 대해서는 아직 굳건한 믿음이 있었지.
하지만 그런 신념이 K로 인해서 보기 좋게 무너져 나 역시도 숙부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네.
타인에게 정이 떨어져 버린 나는 나 자신에게도 정이 떨어져 버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돼 버린 것이지.
나는 결국 K가 나처럼 완전히 혼자가 되어 견딜 수 없는 외로움으로 인해 죽음을 결심 한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했네. 그러자 소름이 끼쳤네.
나 역시 K가 걸어간 길을 K와 똑같이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바람처럼 내 마음을 가로질러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지."
K가 타인과의 마음과 모든 관계에 속고, 실상은 그것들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확신한 순간,
죽음을 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선생님은 마음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토록 원했던 아가씨와의 결혼도
아가씨의 얼굴을 보면 자신이 죽음에 내몬 K의 얼굴이 떠올랐다.
선생님이 죽여버린 '되고 싶었던 또 다른 자신'.
그리고,
숙부가 자신에게 결혼을 강요하고 재산을 빼돌린 이기적인 인간 이었다면
자신은 K에게서 아가씨를 빼앗고 마음을 속인 이기적인 인간.
그토록 혐오하고 복수하고 싶었던 숙부의 모습이
지금 자신의 모습과 같다는 것을 깨닫고,
선생님은 K처럼
모든 마음과 관계를 잃는다.
정신적으로 죽은 것이다.
결국, 신문에서 천황의 죽자 따라 자살한 노기대장의 소식을 접하고,
K와 똑같은 길을 따라
자살한다.
메이지 시대의 죽음과 함께 선생님 자신도 죽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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