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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검색해도 곧바로 알 수 있을 만한 정보들이자, 흥미를 유도할 만한 정보들을 다 털고 가자. <럭키 짐>은 20세기 소설 중 가장 웃기는 소설 중 하나로 늘 꼽히며, 저자 킹슬리 에이미스는 유명 작가인 마틴 에이미스의 아버지이자 그 풍자적 필체의 피상속인이고, 뮤지컬스러운 코믹 소설을 쓰는 걸로 유명한 P.G.우드하우스와 함께 이야기되곤 하는 블랙 유머의 대가이다. (또 다른 유머러스한 작가로 누가 꼽힐련지는 잘 모르겠다. 사키?) 실제로 이 정보들은 책날개 전면부 작가 이력에 전부 적혀 있는 것들이니, 검색해보지 않았더라도 책의 표지를 열어보는 순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식의 기대를 안겨주고 시작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도 페널티다. 특히 유머, 개그에 있어서 더 그럴 수밖에 없는데, '그래, 날 한 번 웃겨봐' 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대한테 유머를 선보이는 것만큼 위험천만하고 불안한 일이 어딨겠는가.
그리고 저자는 그걸 충실히 해냈다. 와우.
앞에서 예시로 들었던 우드하우스의 현대문학 단편선을 이미 전에 읽어본 적이 있기에, 이 두 작가를 비교해볼 수도 있었다. 개인적으론 킹슬리 에이미스의 손을 확실하게 들어주고 싶다. 다만 거기에 대한 이유를 이야기하기 전에 솔직하게 밝히자면, 나는 카툰스러운 유치함보다는 시트콤스러운 유치함을 더 좋아한다. 우드하우스의 인물들은 (비록 보통 뮤지컬스럽다는 식의 수식어를 사용하지만, 나는 그 당시의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이 얼마나 유치했는지 모르니 개인적인 감상을 빌려서) 카툰스럽다. 마지막 장면에서 골탕 먹거나 아니면 반전스러운 트릭에 당한 등장인물이 있고, "오, 이런!" 하는 식의 대사를 치면서 그 인물을 중심으로 둥근 원이 남고 나머지는 어두워지면서 끝나는 느낌-아이리스 아웃 기법-이라고 해야 할까. 반면 킹슬리 에이미스의 인물들은 우리에게 드라마나 영화로 더 익숙할 만한 모습이다. 과장적이고 풍자적인 느낌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그게 그렇게까지 과장적이라고는 생각이 안 드는 적당한 캐리커쳐. 그 점을 생각해보면 히친스가 왜 우드하우스의 글을 좋아하면서도 글 자체에 대해선 찜찜한 말을 남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다시 <럭키 짐>으로 돌아가자. 이 글은 기본적으로는 동화스러운 구성이다. 우리의 주인공 '럭키 짐'이 어떻게 고리타분한 역사 교수, 남자를 갖고 노는 악녀, 교수의 재수 없는 바람둥이 아들 등의 인물들과 자충우돌 부딪히다가 아들의 약혼녀를 낚아채고 성공하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 (스포일러가 될 순 있겠지만, 까놓고 이 글을 1/3만 읽어봐도 결국 엔딩이 어떻게 될지는 다 짐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동화의 현대적인 풍자적 재구성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동시에, 이 소설이 어떻게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의 모티브가 되었을지도 상상이 간다. 나온지 근 70년이 다 되어가는 소설이 지금도 비슷한 드라마나 영화들이 생각날 정도로 유사하고, 그리고 또 재밌다고 생각해보라. 이건 뭐라 말하기 힘든 생존력이다.
주인공과 그 주변 친구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이나 생각이 재미의 반 정도를 차지한다. "그는 교수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번쩍 들어 올려서 털이 복슬복슬한 청회색 조끼를 힘껏 쥐어짜 숨통을 끊은 후, 몸뚱어리를 짊어지고 힘겹게 계단을 올라가서 복도를 지나 교직원 탈의실로 들어가서는, 앞코 없는 구두를 신은 지나치게 작은 그 두 발을 화장실 변기에 쑤셔 넣고 물을 한 번, 두 번, 계속 되풀이해 내리며 그 입에 휴지를 마구 쑤셔 넣는 상상을 했다." (p.13) 이 미친 입담이란. 나머지 재미는 우리에게 꽤나 익숙할 만한 서스펜스와 우연적 사고, 결투, 연애 갈등, 그리고 잡다하고 사소한 장치들이 만든다. 더 설명하긴 힘든데, 그냥 읽으면 재밌는 글을 더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사실 <럭키 짐>을 읽으면서 전에 제이디 스미스의 <하얀 이빨>에 내린 혹평이 조금 걸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걸 근시일 내에 다시 읽으면 또 평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취향이라는 게 늘 같을 수만은 없는 거고, 그 때엔 낙관적인 우스꽝스러운 소설을 읽을 마음이 안 들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아닐 수도 있고, 그럼 제이디 스미스의 글과 나와의 연은 영영 끊기지 않을까. 언젠가 1년 쯤 뒤에 다른 글로 다시 만났을 때의 인상을 기대해봐야겠다.
P.S. 그리고 킹슬리 에이미스의 글이 이 책 외에는 번역본이 없다는 게 참 안타까운 일이다. 아들 마틴 에이미스는 네 종류 정도는 있는데...... (비록 둘은 품절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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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돈 또는 한 남자의 자살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