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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까 어차피 새로 책 읽고 리뷰 써도 여기보다 블로그에 먼저 올릴 거라 그냥 계속 이렇게 원문 링크 달기로 했음ㅇㅇ 그래봤자 말투 차이밖에 없으니 안심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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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있는데 찾아서 찍기 귀찮아서 그냥 캡쳐함


비문학이라서 스포주의 적기 애매한데, 대충 책 내용 전반부(한 2~30%?) 스포일러 조지게 해놨음ㅇㅇ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한줄 요약


당신은 시간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확신하는가?


-


생각보다 따끈따끈한 책이었네(...) 사실 이 책은 작년 교양으로 들은 과목의 중간 대체 과제 때문에 읽게 된 책이야. 교양에 걸맞는 교양과학서적이었지. 내용은 제목 그대로 이해해도 돼.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이 한 마디로 우리가 알던 대부분의 '시간'에 대한 관념을 깨뜨릴 수 있어. 이 리뷰의 서문처럼.


그리고 제목만 보면 철학 서적처럼 보이지만 교양과학책 맞아. 애초에 이 책을 접할 코너부터 교양과학 서적 사이에 있겠다만.



이 책은 1부, 2부, 3부로 구성돼 있어. 1부는 "시간 파헤치기" 즉,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시간에 대해 알고 있던 것들이 '과학적으로' 모조리 틀렸음을 증명해. 2부, 3부로 넘어가면 더 어려운 얘기만 하니까 1부 얘기만 잠깐 짚고 넘어가자.


우리가 시간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념은 3가지가 있어. 곧 시간은 유일하며(단 하나의 시간),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라는 방향을 가지고 있고, 또 시간은 무엇에도 상관 없이 독립적으로 흐른다는 것이지. 애석하게도 이것들은 전부 틀렸어. 그저 우리가 '편하게' 생각해서 그렇게 느낄 뿐.


시간은 유일하지 않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보면 알 수 있어. 중력은 시간의 지연을 일으킨다. 지연의 정도는 곧 중력의 주체로부터 얼마나 멀고 가까운지에 따라 결정된다. 즉, 중력이 세다=가까이 있다=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중력이 약하다=멀리 있다=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뭐 이런 거지.


같은 지구에서도 고산에 사는 사람이 평지에 있는 사람보다 빨리 늙고, 평지에 있는 사람이 심해에 있는 사람보다 빨리 늙는다는 거야.


하지만 이들은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게 아냐. A와 B가 고산과 평지에 살아 A가 빨리 늙고, B가 덜 늙어도 A와 B가 시간대가 분리돼서 서로 마주칠 수 없는 게 아니라는 뜻이야. 그냥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흐를 뿐이지. 두 사람의 시간 중 어느 것도 '진짜 시간'이 아냐. 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공간의 모든 지점은 각자 다른 시간이 존재하고, 특별한 시계가 특별한 현상 속에서 측정한 시간을 ‘고유 시간(proper time)’이라고 불러. 모든 시계는 각자 고유 시간이 존재해. 시간은 유일하지 않다는 거야.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기엔 그렇지. 과거는 지나간 일들이고, 미래는 일어날 일들. 근데 정말로 그럴까? 20세기 고전 물리학을 보면 대부분의 법칙은 과거와 미래를 분간하지 않았어.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면, 그 역도 성립한다는 거야. 그러니 물리 법칙의 방정식들은 시간을 '대칭적'으로 인식했어. 어떤 진행이 설명이 되면, 그 진행의 역행도 설명이 된다는 식인 거지.


근데 이 법칙에 해당하지 않는 게 있어. 열. 열은 차가운 물체에서 뜨거운 물체로 이동할 수 없어. 그것은 바꿔 말해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건 오직 열뿐이라는 거야. 사고 실험을 조금만 하면 알 수 있지. 평지에서 등속직선운동을 하는 구슬의 영상을 본다고 하자. 그럼 너는 그 영상이 촬영하고 역행한 건지, 그대로 촬영한 건지 구분할 수 있을까? 불가능해. 구슬의 속력이 감소하거나 가속해야 이 영상이 정진행인지 역행인지 알 수 있어. 그리고 감속과 가속(감속의 역행)은 전부 '열'이 관여한 거야.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열에 대해, 그 흐르는 상황을 측정하는 값에 대해 '엔트로피'라는 이름을 붙였어. 굉장히 익숙하지? 흔히 아는 그 엔트로피가 맞아. 어쨌든 엔트로피는 역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값이 균일하거나, 혹은 증가할 수밖에 없어. 엔트로피의 또다른 이름은 '무질서한 값'이야. 엔트로피 값이 높다는 것은, 무질서한 정도가 증가함을 의미해.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겨. 엔트로피가 무조건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 과거, 더 먼 과거, 태초의 순간에는 무조건적으로 '낮은 엔트로피' 곧, '무질서하지 않은'='특별한' 상태여야 한다는 거지.


이것은 2부, 3부에 가서도 다른 주제로 언급이 될 내용이지만, 어쨌든 이런 것을 통해 우리는 시간이 방향성을 가진다고 생각하겠지만, 애석하게도 이건 '희미한 시각'으로 볼 때 일어나는 것으로 설명돼. 희미한 시각은 거시적 관점으로 대체할 수 있어. 구체적인 시각, 곧 미시적 관점인 양자역학의 세계로 들어가면 과거와 미래의 구분이 무의미해져. 양자역학에선 시간이 고려되지 않지. 과거도, 미래도 전부 현재에 의해 결정되니까.


그러니 '흐르는' 시간이란 건, 우리가 시간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개념이라는 거야. 본질적으로는 과거와 미래에 차이가 없어. 그러니 방향성도 없어.



마지막으로 시간은 독립적으로 흐른다는 것은 다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보면 틀렸다는 걸 알 수 있어. 시간은 독립적으로 흐른다는 얘기는, 사실 유일성을 얘기할 때 '중력은 시간의 지연을 일으킨다'에서 이미 깨졌지. 너무나도 허망하지만 인정해야 될 사실이야. 시간은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사실 이게 1부의 절반이야. 내용 구성을 보면 1부가 40%쯤 해먹고, 2부가 25%, 3부가 35%를 해먹어. 그리고 내가 어느정도 요약한 1부의 내용은 1부의 절반, 곧 전체 내용의 1/5쯤 돼.


이후로는 저 3가지 관념을 타파하고 나타난 시간의 특징인 물리적 변수의 입자성과 미결정성, 관계적 양상을 얘기해. 쉽게 말하면 양자역학이 시간에도 나타난다고 생각하면 돼. 시간의 양자화, 시간의 미결정성(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전후에 모두에 발생할 수 있음), 양자 얽힘처럼 상호작용을 통해 미결정성이 해소됨......


얘기하라면 더 얘기할 수 있지만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기에 굳이 언급하지 않을게. 하지만 1부에서 골 때린다고 생각하면 2부와 3부는 펼치지 않는 걸 추천해. 2부랑 3부는 더 골 때리는 내용들이거든.



1부가 '현재까지' 증명된 것들이라면, 2부는 주장되고 있는 것, 3부는 저자의 생각이라고 봐도 좋아. 2부 "시간 파헤치기"는 세상을 설명할 때엔 '사물'보다는 '사건'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편이 좋다는 것이고, 변화만이 척도의 기준이 될 수 있으니, 그 변화가 곧 사건인 셈이야. 또한 사물조차도 '장기간의 사건'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고.


이 외에도 시간의 구조를 설명할 때, 우리의 '편리(편리성 할 때 편리)'에 만들어진 언어와 문법이 현재 밝혀진 시간을 설명하는데 상당히 부적합하다는 얘기를 해. 확실히 그 말은 일리가 있더라고. 당장 예시를 들자면, '동시에'라는 표현은 성립이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해. '동시'라고 착각하거나 그렇게 여기고 우길 뿐, '동시'는 어디에도 없어.


3부는 "시간의 원천"이라 해서 시간의 본질을 찾아나서는 여행이자...... 이 작가가 이탈리아 사람 아니랄까봐 굉장한 감수성을 자랑해. 1부 2부가 정말 과학 얘기를 교양있게 풀어낸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3부부터는 문학을 쓰고 싶은 건지, 수필을 쓰고 싶은 건지, 교양과학을 풀어내고 싶은 건지 헷갈려. 그만큼 표현이 문학적이고 난해한 부분이 많아. 사실 3부부터는 그냥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넘겨도 돼. 아직 믿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이야.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굉장히 흥미로운 얘기가 나와. 1부의 엔트로피를 언급했는데, 그 이야기가 한 번 더 나오면서 시간이란 건 우리의 관측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놀라운 얘기를 하거든. 난 나름 설득력 있다고 생각해. 엔트로피를 트럼프 카드에 비유하면서 얘기했는데, 제법 그럴싸한 얘기니 직접 사서 읽어보는 것도 재밌어. 머리는 아프겠다만.



'교양과학'이라고 부를 만한 내용은 사실 1부가 전부고, 2부부터는 어느 정도 소양이 있는 상태에서 읽는 게 좋아. 철학을 잘해도 이해는 할 수 있을 듯? 하지만 1부만을 위해 책을 사도 아깝지 않아. 겸사겸사 2부 3부도 읽고 이해해보면 좋고.


어디 가서 아는 척 하기 딱 좋은 책이기도 해ㅋㅋ 마지막 3부의 쓸 데 없는 감수성 뽕만 아니었다면 별 다섯 개를 줬을 텐데, 그게 좀 크다. 교양과학으로 시작해서, 어려운 과학 얘기로 넘어가더니, 감수성 뽕이 슬슬 차오르더니 교향곡 얘기로 마무리 지으니 말이야. 과학과 예술은 맞닿아 있다고 하지만 책에서 이러면 좀 곤란한 것 같아. 난 마지막부터 읽고 이 책은 대체 뭘까 싶었으니(...)


가격이 16,000원인 것도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표지 되게 이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