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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라는 소설가의 역량이 극에 달했을 때 쓰인 소설이기 때문에 구성적으로 탄탄하고 글 또한 잘 읽힌다. 심지어 독자들 중에서는 다자이의 일생과 요조의 일생을 동일시하는 사람들마저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독자들은 오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기억에 요조는 음식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술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나오는 것으로 알고있다. 하지만 적어도 다자이의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다자이는 음식을 좋아했고 (특히 고향 음식인 쓰가루 음식을 즐겼다 한다.) 술도 미친듯이 좋아했다. 말년에 갈수록 술은 얼마나 많이 즐겼는지 다자이의 말년 작품들을 뒤적거리고 있다보면 술 얘기가 빠진 작품이 드물 정도이다. 그 외에도 다자이가 요조와 달리 훨씬 "인간적"이였다는 증거는 수도 없이 많다.
그렇다면 이 오바 요조라는 인물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것인가? 사실 오바 요조라는 인물은 다자이의 첫 단편집인 "만년"의 '어릿광대의 꽃'이라는 작품에서 처음 등장한다. 이 작품은 오바 요조가 내연녀와 함께 투신 자살을 시도한 후 자신 혼자 살아남아 병원에서 요양하는 줄거리를 가진 소설로, 아쿠타가와상의 후보로 오를 뻔 하기도 하였는데 당시 심사위원이던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이 작품을 "작가의 불운한 생활이 작품에 반영되어 있다." 라며 같은 심사위원이던 다자이의 스승 사토 하루오의 의견을 반려시켜 다자이의 아쿠타가와 상 수상이 무산되자 다자이가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협박하게 된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인간실격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어릿광대의 꽃'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 '인간실격'이다.
그런데 다자이는 왜 그 당시에 자신의 데뷔작의 등장인물을 끌어내 쓸 필요가 있었을까? 그것은 자의든 타의든 다자이의 정신이 그때와 같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일 것이다. 내적인 요인을 꼽자면 다자이의 정신적인 결함을 들 수 있을 것이고 외적인 요인을 꼽자면 나날이 악화되가는 다자이의 건강, 난잡한 여자 관계, 자신이 자초한 문단에서의 왕따등을 뽑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다자이는 오바 요조를 끌어내 자신의 암울한 감정을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모든 작가로서의 능력을 이용하여 창작한다. 그래서 '인간실격'이라는 작품은 때로는 과장되었고,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나는 다자이의 최고 걸작이 '사양'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정신 상태로 말미암아 다자이가 자신의 최후의 장편소설에서 보여주는 세계는 사양의 그것이 아닌 '어릿광대의 꽃'의 그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다자이의 친구이자 "달려라 메로스" 에서 세리눈티우스의 모델이 되기도 한 소설가 단 카즈오는 자신의 수필에서 다자이의 자살은 다자이의 예술이 다다를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귀결이라고 적고 있다. 나는 이 말에 반대한다. 물론 다자이의 초기 작품에서 그런 어두운 경향이 보이기도 한 것은 사실이나. 그보다 더 자주 보이는 것은 희망에 대한 다자이의 끊임없는 동경심, 문학에 대한 열정, 자기 혹은 약자에 대한 연민이였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문학이 좋고 나쁘고 한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 영역에 속하지만 적어도 나는 '사양'의 가즈코의 편이 되고싶다.
'선택되었다는/ 황홀과 불안/ 이 둘 내게 있나니…' - 베를렌의 시구, "만년"의 '잎'에서 재인용
베를렌의 위 시구 처럼 다자이는 '선택되었다는 황홀과 불안'을 갖고 평생을 문학에 바쳤으며, 자신이 걸작을 쓰기를 원했고, 또 노력했다. 하지만 말년의 다자이는 결국 불안에 사로잡혀 '인간실격'을 썼다. 초기작의 느낌으로 회귀하여 인간실격을 쓴 것은 '사양', '직소' , '쓰가루' 등을 쓰며 문학적으로 정진하고자 했던 자신 스스로를 배신하는 행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슬픈 일이다.
인간실격 하나만 가지고 다자이를 평가했던 고2의 내가 부끄럽네요
예전에는 인간실격이 좋았는데. 요즘 들어서는 달려라 메로스가 더 좋음. - dc App
나도 메로스 좋긴 좋은데 뒷이야기가 조금 깨더라..
단편 동화로 뵈야 좀 덜할 듯. - dc App
술집에서 친구랑 술 마시다가 둘 다 돈 없어서 친구는 가게에 두고 다자이가 혼자서 돈 빌리러 다닌게 모티브라는게 좀 웃겼음
ㄹㅇ 그게 좀 웃기기는 했음. 그래도 그게 좋게 남아서 나온 결과물일 듯 - dc App
1. 다자이의 수필 중 '나는 좋아하는 음식이 없다 나는 계란말이나 두부 같은 먹기 쉬운걸 좋아한다'
2. 다자이의 수필 중 '작가는 결국 자신의 처녀작으로 회귀한다'라는 말에 공감한다는 표현이 있음 님이 오해하고 있는 듯
다자이 음식에 관한 부분은 다자이 아내가 쓴 자서전 내용을 참조 했고, 두 번째는 혹시 수필 이름 가르쳐 줄 수 있어? 궁금하네
나는 다자이가 사양 쓸 때 일본의 '벚꽃동산'을 쓰겠다고 한 발언도 그렇고 '신햄릿'에서 셰익스피어랑 자기를 비교하면서 자조하는 모습을 보고 다자이가 문학적으로 계속 정진해서 고전을 쓰겠다는 욕심이 있다고 느꼈거든.
잘 읽었음 요조를 다자이와 동일시 해서는 안 되고, 인간실격은 오히려 그의 초기작과 비슷하다는 점. 많은 독자들이 놓치고 있는 거 같음 ㅇㅇ
다자이에게 요조는 자기연민에서 나온 동일시 대상이지만 약간의 판타지가 들어갔다고 봐야겠지 이해하려고 할수록 어려워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췄는데 이 글 보니까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