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뭐 번역 잘하고 특정 언어의 전문가라고 해도
본인하고 안 맞는 책들, 취향이나 그쪽 얘기들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좀 힘들 것 같음.
예를 들어 시계태엽 오렌지는 작중의 알렉스 일당 양아치들의 어투나 묘사로 봤을 때 번역가랑 좀 안 맞는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듦
혹은 뭐 인터넷 문화 세대들이나 무슨 오덕들 나오는 그런 관련된 책 번역하는데
오타쿠니 디씨니 코스프레니 하~나도 모르는 나이 지긋하신 공부만 해온 그런 분이 번역하기에도 좀 문제가 있을 듯.
게다가 전공 서적들 같은 거. 과학이나 그 번역할 책 대상을 좀 아는 사람이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 같음
번역을 무조건 완벽하게 원서 그대로 번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번역하는 그 책과 번역가가 궁합이 맞는 것도 중요한 것 같음
난 그걸 천주교 관련 서적에서 많이 봤지. '하느님의 어린양' 이라고 번역해야 하는 걸 '신의 아그네스'라고 말도 안되게 번역해 놓고 태연자약하게 이 제목으로 연극도 올리고 뮤지컬도 공연하고.. 황당함의 극치를 달림. 신의 아그네스??? 이딴 식으로 번역하면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한국인들이 과연 존재할까?
성서도 애초에 히브리어 - > 라틴어 -> 영어-> 한국어 이런 식으로 수차례 중역된 서적 아니냐? 내가 알기론 성서도 그런 이유 때문에 문법적으로 안 맞거나 실제 뜻하고 안 맞거나 성서 내부에서도 뭔가 부딪치는 말들이 많다고 알고 있거든. 확실히 종교계 책도 좀 그런 이유 때문에 번역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
아 맞다. 나 자주 가는 도서관에 단테의 신곡 번역본이 3개인가 4개가 있는데 그냥 번역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내용 자체가 다르더라고 ㅋㅋㅋㅋ 어떤 판본인지 정확히 출판사는 기억 안 나는데 하나는 정말 독보적인 수준이었음 ㅋㅋㅋ 완전 다른 책인 줄 ㅋㅋㅋ 내용 자체가 뭔가 앞에 나올 게 뒤에 나오고 뒤에 나올 게 앞에 나오고 자체적으로 뒤죽박죽이었음 ㅋㅋㅋㅋ 하나는 기독교 출판사에서 기독교적으로 번역한 거고 또 하나는 전문 번역가가 번역한 거고 또 하나는 그냥 출판사에서 책팔아먹으려고 낸 중역본 같은데 너무 내용부터가 다르고 이상하게 번역한 게 있어서 헷갈리다보니 아예 거부감들어서 안 읽었거든 ㅋㅋ
그 무슨 건강 관련 사이비 서적 내던 지금 고인이 된 양반의 번역도 떠오른다. care를 카레로 번역함 ㅋㅋㅋㅋ
ㄴ 그건 니가 잘못 알고 있는 거다. 지금 사용되는 성경은 라틴어 성경은 히브리어>라틴어, 영어 성경은 히브리어>영어, 한국어 성경은 히브리어>한국어 이렇게 전부 중간 과정 없이 직역된 성경들 뿐이다. 적어도 70년대 이후 한국어 성경은 전부 다 그렇고 해외의 경우도 마찬가지. 다만 과거 조선 말기에 히브리어를 몰라서 중국어 성경보고 한국어로 번역한 번역본이 저본인 한국 개신교의 '개역 한글판 성경' 요건 쓰레기임. 요새 여러 번 개정판이 나왔지만 개정판 역시 쓰레기.
그래서 난 개신교지만 가톨릭 성경을 보지.
아 그래? 난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그냥 성경 텍스트들이 마음에 들어서 찾아보는데 확실히 판본이 많고 차이도 있긴 하더라고. 3~4차례 중역했단 말은 전에 위키에서 봤는데 헛소리인가보군.
나도 가톨릭 성경이 가장 보기 편한 것 같음
위키의 말이 헛소리는 아니고 사실은 사실인데 이제 서양이건 한국이건 히브리어를 독해할 수 있는 목사와 신부들이 늘어나면서 중역을 더 이상 안해도 되는 시대가 왔단 얘기야. 서양은 이미 18 세기 정도부터 이런 애들이 많았고(물론 초세기에도 서양엔 원전을 독해할 수 있는 소수의 인간들이 있긴 했음. 그러나 종교개혁 이전까지 라틴어 성경이 공식 번역본이었지) 한국의 경우 70년대 후반부터 해외 유학파들이 귀국해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더이상 중역본 성경 개념은 없음. 특히 개신교의 경우 70년대에 충분한 숫자의 히브리어, 그리스어 원전 독해 가능 목사들을 보유하게 되면서 공동번역 성경이라는 한국 최초 원전 직역 성경 번역작업에 착수하게 되는데 이 때의 천주교는 개신교에 비해 심각하게 적은 숫자의 성경학자를
갖고 있어서 구약번역에 1명, 신약번역에 2명을 개신교에 보내주는 걸로 현실 타협함. 그래서 공동번역을 해서 천주교와 개신교의 성경 본문 텍스트를 완벽하게 통일하는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하느님, 하나님' 논쟁 및 공동번역본의 과도한 의역 반대 논쟁 등 여러 가지 - 내가 보기엔 진짜 쓸데없는 - 논쟁으로 결국 개신교는 공동번역 성경을 공식번역본으로 채택하길 거부함. 그래서 천주교 및 성공회, 정교회만 써오다가 요새는 천주교조차 공동번역 성경을 버림(이미 70년대부터 공동번역본의 과도한 의역은 천주교에서도 심각한 비판대상이라 늘 잡음이 있어왔음) 오늘날 한국에서 천주교 공식 번역본만큼 번역 정확성과 가독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성경은 없다. 개신교의 경우 개역 한글판 쓰레기를 추종하거나 혹은
지나친 의역으로 과도하게 현대화 시켜 놓아서 밸런스 붕괴된 번역본들 뿐임. (정작 성경학자 인원수는 천주교보다 한국 개신교가 더 많은데 왜 이따구 번역본밖에 안 나오는지 진심으로 이해불가임)
양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중요하지. 무슨 이상한 신학원 같은 데서도 목사 자격증 주질 않나 신학대라는 곳도 성적이 워낙 형편없는 커트라인인 거 보면 전체적인 질적으로 봤을 땐 떨어지는 건 불가피하다고 생각함.
그리고 개신교 성경도 요즘은 모르겠는데 8~9년 전에는 장로교 감리교 좀 다르게 쓰더라고. 내가 다닌 교회들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르긴 달랐음.
ㄴ 그건 학부생들의 얘기고 학자들이야 다들 유럽 혹은 미국의 명문 신학교 박사 출신들이 즐비한데 왜 개신교 번역은 그따구냐 이 말이지. 내가 보기엔 개역 한글판 성경에 얽힌 금전적 이권싸움 같은데.. 뭐 아무튼..
ㄴ 그렇군. 네 덕에 많은 거 알게 됐다. 확실히 번역 문제 그 외적인 게 문제인 듯싶다. 네 지적대로 금전적인 문제가 실질적인 이유 같긴 한데.
그러고보니 천주교에서 어느 순간 어휘를 현대식으로 싹 갈아치우긴 했음.. 옛날엔 기도문 외워도 대체 뭔 뜻인지도 모르고 외우고 그랬는데 지금 쓰는 기도문은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어임 ㅋㅋ
분명 게시물은 번역가 전문성 얘기인데 댓글은 성경 번역본 얘기...
ㄴ그러게 ㅠ
개신교 성경은 좆구식 쓰레기라 맘에 안 듦. 19세기에 태어나서 20세기 초에 죽은 꼰대가 번역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