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들의 사목적 책임의 효과적 수행을 저해한 또 하나의 요인은 중세 말엽 주교들의 권한이 여러모로 공동화空洞化했다는 사실이다. 사목과 교회 규율을 강력하게 관장하려 시도한 주교들은 온갖 방면에서 장애에 맞닥뜨렸다. 당시 사목적 직책들의 거의 대부분을 좌지우지하고 담당자들을 지명하던 교회 후견인들은 대부분 평신도였으나, 종종 교회 단체들(주교좌 성당 참사회 · 수도원 · 대학) 그리고 외지(타국) 주교들인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주교좌 참사회 또는 부주교들(실제로는 일종의 영역 주교들이었다)은 종종 교구의 정규적인 공동지배 구조를 형성했고, 매우 독자적인 지위를 보유했으며, 주교의 권한을 사사건건 제한했다. 더 나아가 교황 특면과 유보권들도 온갖 곳에 주교의 권한이 미치지 않는 영역들이 생겨나게 했고, 그리하여 사실상 교회 조직의 뿌리깊은 독소가 되었다. 흔히는 수도원들만이 아니라 (예컨대 후견법을 거쳐서) 수도원에 속하는 본당구들 전체가 면속되었다. 대개의 경우 주교들은 자기 교구 성직자들의 일부에게만 실제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엄격한 개혁을 관철시키고자 했던 주교들은 얼마 안 되어 이 온갖 독자적인 기구들과의 가망없고 진빠지는 게릴라전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황청에서의 끊임없는 소송에 얽혀 들어가게 되었고, 그래서 결국 대개는 체념을 하고 말았다. 사실상 중세 말엽 많은 교구들에서 일종의 무정부 상태 내지 온갖 기구들의 극히 혼미한 대립-병립 통치가 지배했다. 수십 년이나 계속되는 끊임없는 싸움을 피하고자 한다면 대개의 경우 그저 모든 것을 되어 가는 대로 놔두는 수밖에 없었다.


하급 성직자 영역에서는 중세 말엽의 전형적 현상인 "성직자 프롤레타리아"가 나타났다. 도시들 가운데는 사제와 수도자가 전체 주민의 10분의 1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그중 대부분은 물질적으로뿐 아니라 정신적 · 영적으로도 극히 수준이 낮았다. 중세 때의 일반적인 시골 신부 또는 도시의 평범한 "교구 소속 신부"는 처지가 가련했고 교육도 거의 받지 못했다. 사제가 된 사람은 대개 한 사목자에게 "견습하러 가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배웠다. 대학에서의 신학 교육은 대개 수도회 소속 사제들만 받았는데, 그것도 항상 그런 것은 결코 아니었다. 게다가 도시의 매우 많은 사제들이 신자들의 영혼을 보살피는 사목 사제가 아니라 "미사 집전 사제"였던바, 이들의 물질적 기반은 미사 예물과 그것에 관련된 부과금이었다.


독신제의 준수는 이 성직자 프롤레타리아의 대부분에게 문제 밖의 일이었음이 확실하다. 독신제가 실제로 어느 정도나 준수되었는지는 확실히 말하기가 어렵다. 나라마다 사정이 매우 달랐다. 15세기 독일(쾰른 또는 콘스탄츠)의 시찰 보고서들에 의하면 교구 사제의 3분의 1이 내연관계를 맺고 있었다.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그 정도만 해도 비교적 양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이 문제에서 그리고 민중들의 종교생활에서는 더더욱, 중세 말과 종교개혁 직전의 상황이 이른바 건전한 중세 전성기 때보다 나빴다고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 사실은 그 반대였다. 1500년 전후의 시기는 특히 독일에서 그 이전 어느 시대보다 "경건"했고 신앙이 뜨거웠다. 그러나 바로 그런 시기에 이상과 현실 사이, 종교적 이상과 당시의 사회 현실을 반영한 교회구조들 사이의 괴리는 더욱 터무니없게 느껴졌다. 그러므로 당시 개혁에의 외침은 전반적인 쇠락의 증거가 아니라 종교적 활력의 증거였다.

-클라우스 샤츠, 《보편공의회사》(이종한 옮김) 212-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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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아니라 독일쪽 위주 이야기지만 유익한 정보라 생각해서 올림.


요약

1. 르네상스 시대 종교가 지금 눈으로 보면 이상해보일지 몰라도

2. 그 이전 어느 시대보다 경건했음.

3. 따라서 종교적 중세와 인간적 르네상스를 대립시키기보다는, 르네상스는 생각보다 중세적이었고 중세는 생각보다 르네상스적이었다고 생각하면 무방할듯.


책 추천:

단테, "제정론"(중세인이 생각보다 르네상스적이라는게 보일거임)

크누트 슐츠, "중세 유럽의 코뮌 운동과 시민의 형성"(종교가 아니라 정치쪽 이야기지만, 여기서도 중세인이 생각보다 르네상스적이라는게 보일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