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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령 PC방에서 10시간 정액을 끊고 게임에 열중했다고 하자. 내가 예전에 자주 그랬다는 얘긴 아니다. 새벽2시 PC방에서 나오니까 엄청 배가 고프다. 학생이라 신용카드도 없고, T-MONEY도 없다. PC방 비로 돈을 다 써버렸으니 집까지는 걸어가야 한다. 걸어가려면 3시간 이상이 걸리는 거리다. 걸어서 가는 도중 편의점에 진열되어 있는 고추장불고기삼각김밥이 오늘은 유달리 맛있어 보인다.


2.  편의점 안으로 무작정 들어간다. 진열대에 있는 고추장불고기삼각김밥을 쳐다본다. 참지 못하고 그만 손을 삼각김밥으로 뻗는다.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삼각김밥 까는 순서도 잊어버렸다. 비닐을 벗기니 한 덩어리야할 김과 밥이 따로 논다. 아차 개봉 순서를 내가 까먹었구나. 배 안에 들어가면 다 똑같은 건데 뭐. 그대로 입안으로 김과 밥이 넣으려던 찰나 순간적으로 김 먼저 먹으면 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먼저 입안에 넣고 그다음 김을 넣는다.  입안에 1/2쯤 찬 삼각김밥을 주우욱 빨아먹는다. 오늘은 유난히 고추장이 달다. 그리고 깨닫는다. 나는 돈 한푼 없고, 삼각김밥은 이미 다 먹어버렸다는 걸.


3. <굶주림>은 그런 소설이다. 편의점의 삼각김밥이 유난히 맛있어 보이는 남자가 나오는 소설 말이다. 배가 고프다는 건 단순히 위 속이 비었다는 사실로 끝나지 않는다. 배가 고프면 남의 것을 훔쳐선 안된다는 기본적인 도덕도 까먹을 수 있는 거다. 도덕? 그거 먹는 건가여? 배가 고프면 국가도 뒤집어 진다. 역사가 그걸 증명해 왔다. 배가 고프다는 건 이처럼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4. 하지만 배고픔은 소설 속 주인공에만 일어난다.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주인공의 배고픔을 보지 못한다. 빵집 점원들도 그의 쏙 들어간 두볼과 튀어나올 듯한 눈을 보고서도 빵조각 하나 건내지 않는다. 빵집 점원 또한 노동을 팔아먹고 사는 자들이기 때문에, 주인공을 도울 여력 따윈 없다. 


5. 주인공은 글을 팔아먹고 사는 남자다. 기사를 쓰고 신문사에서 통과되면 그 돈으로 연명한다. 글이 매일 잘써질리 없다. 방세는 몇주째 밀리고, 빵을 먹은지 며칠째다. 하지만 그는 삼각김밥을 무전취식하는 남자가 아니다. 그에게는 양심이 있으며, 피골이 상접하고, 다리가 떨리고, 앞이 안개낀듯 해도 빵을 훔치지 않는 남자다. 하지만 그도 인간이기에, 점점 변해간다. 조금씩 뻔뻔해진다. 얼마전 과자 파는 할머니에게 적선한 돈이 생각나, 그만큼 과자를 달라고 한다. 배가 고팠고. 그저 내 몫을 찾겠다고 나선 인간을 누가 욕할 것인가? 


6. 도덕은 과연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일까?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사람다움에 가까워 지는 것일까? 소설은 굶주림에 대한 탁월한 묘사로 많은 질문들을 던진다. 대단한 소설이다. 작가를 검색해보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다. 다시 생각해보니 역시 대단한 소설이다.



ps) 아 진짜 이 소설 죽입니다. 진짜 휘몰아치고 정신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