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 오타쿠 문화사 1989~2018 > - 헤이세이 오타쿠 연구회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이석호 옮김
일본 오타쿠 30년사를 재밌게 정리한 책이다. 책의 구성이 어릴 때 봤던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잡지와 흡사했다. 나는 나쁜 친구들을 만나서 오타쿠 문화에 영향을 받았을 뿐 엄연히 일반인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AKB48도 나와서 기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보아하니 이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들 중 내 취향의 서브컬처 문화와 관련된 책들이 많아 보인다.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책의 구성은 초반엔 인터뷰가 등장하고 이후에 각 연도별로 유명했던 오타쿠 관련 매체에 대한 정보들로 채워져 있다.
8,90년대 일본에서 오타쿠는 츠토무 사건이나 옴진리교 테러로 핍박을 받았다고 한다. 일본 불매 운동을 벌이던 이 시국에도 일본 추리물과 일본 아이돌 문화를 즐기던 나 자신의 투쟁과도 같은 덕질 생활을 돌아보게 해준다. 역시 오타쿠라는 건 쉽게 얻을 수 있는 호칭이 아니다. 수많은 핍박과 탄압, 억압, 그리고 차별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존재다.
책의 초반부터 나 자신에게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두 중년 일본 오타쿠들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책에는 친절하게 그들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아이돌 등에 대한 설명들이 주석처럼 설명을 덧붙였는데 굳이 읽지 않아도 될 만큼 내가 알거나 들어봤던 것들이었다. 하아. 나는 일반인인데 왜 이딴 것들을 아는 걸까. 읽을수록 아는 정보들이 지속적으로 나와서 슬슬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까지 했다.
게다가 만화나 애니메이션 외에도 AKB48이나 모닝구무스메, 하로프로 등 여러 일본 아이돌까지 엮어 오타쿠 문화로 소개한다. 신성한 아이돌을 어떻게 이런 오타쿠 문화와 엮는지 살짝 자존심이 상한다. 하... 읽을수록 인생을 헛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요시다의 ‘인류의 몇 % 정도는 선천적으로 유전자적으로 오타쿠’라는 주장에 동의한다. 나 또한 뭘 해도 오타쿠처럼 보였으니까. (한숨)
2010년대 이후엔 90년대와 2000년대에 있었던 충격적인 콘텐츠가 슬슬 바닥난 것으로 보인다. 뭐, 그래도 오타쿠 문화 매체는 꾸준히 유지되긴 한다만.
오타쿠 문화의 메이저화와 대중성이 오히려 그들에게 위기일수도 있다는 얘기에 동의한다. 오타쿠는 원래 레지스탕스 같은 존재였으나 시대가 변화하면서 오타쿠의 의미가 넓어졌다. 그리고 예전에 좀 더 유아적이고 어른스럽지 못했으나 지금은 커뮤들이 좋아진 긍정 효과도 존재한다. 이건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나도 지금까지 살아오며 온몸으로 체험해봐서 감이 온다. 이딴 것에 감이 온다니 슬퍼진다.)
콘텐츠가 엄청나게 많아진 포화 상태의 시대를 수백여 명의 멤버로 구성된 AKB48과 비유하는 것도 본문에 예시로 등장한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끄덕)
츠토무 사건은 예상외로 오타쿠들에게 파급력이 컸던 듯하다. 이후 오타쿠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연예인들도 오타쿠 커밍아웃 시대가 온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옛날엔 오타쿠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되더니 이제는 인기 연예인이 ‘니코니코니~’를 외치며 방송에서도 떳떳이 등장하는 시대가 왔다.
헤이세이 시대가 시작될 즈음 쇼와 시대의 대표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가 죽다니. 씁쓸하다.
다른 건 몰라도 특촬물은 쇼와 시절이 진리다. (?)
두 중년 오타쿠들의 대화 이후에는 책이 연도별로 오타쿠 문화와 관련된 사건들로 쓰여 있다.
코믹 마켓 얘기를 보니 어릴 때 오타쿠 동지들과 코믹 월드에 다녀오고 동인지나 캐릭터 상품을 자체 제작해 팔던 시절이 떠오른다. 하, 난 왜 이딴 기억들을 갖고 있는 걸까?
혹시나 해서 AKB48이 탄생된 2005년 파트를 미리 보니 큼지막하게 소개되고 있다! 의외로 꽤나 상세하다! AKB48 덕후로서 뿌듯해진다. (이딴 걸로 뿌듯해지는 내 인생이 레전드다)
라노벨의 어원은 1990년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역사가 있다.
아케이드 게임 흥망사도 눈길을 끈다. 시부야계, 일반계, 아키바계 셋으로 나눠서 구분한다. 어딘가 힙스터, 일반인, 오타쿠 이 셋으로 나눈 느낌이다.
1992년 세일러 문 방영은 가히 전설적이었다고 한다. 마법소녀물이나 변신 애니의 대명사이자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세일러 머큐리와 세일러 새턴 덕분에 나는 단발 모에에 눈을 떴다!)
게임이나 카드 게임 등도 소개가 된다. 오타쿠들이 좋아할 요소는 죄다 소개할 기세다. 수험 당일 새벽까지 유희왕 카드 게임을 하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미연시도 등장한다. 역시 오타쿠 하면 미연시가 빠질 수 없다.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이전에 애니메이션 혹은 만화의 연극화, 뮤지컬화가 오래 전부터 있었던 듯하다. 진정한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오타쿠들에게 있어 전자 매체의 발전도 덕질에 영향을 크게 끼쳤다. 인터넷, CD롬, 윈도우95의 등장으로 오타쿠 세계도 더욱 발전한다.
분량 문제로 다음 편에서 계속!
이번엔 대체 몇 편을 하시려고...
걱정마라 2편이 끝이다^^
와 노래 틀었는데 개좋다 이거 무슨 애니 노래임?
케이온
케이온 ed
진짜 명곡이지? 저 노래 때문에 낙원상가에서 "유이 기타 주세요" 하면서 레스폴 찾는 씹덕들이 많았다고 한다.
아니 케이온을 모른다고?
전 씹덕이 아니에요..
케이온은... 씹덕 애니가 아니라... 21세기를 살아가는 신인류로서 누구나 알아야 할 교양이다.
오타쿠 아닌척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