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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 상편은 어쩌면 하편에서 작가가 진짜 말하고자 한 의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 배경 설명 ' 에 지나지 않는단 생각이 들었어

그만큼 하편에서는 범죄 사실 자체보다는 로쟈가 범죄를 저지른 이후 갈등하고 고통받는 과정 묘사에 중점을 두었음

문학작품을 많이 안 접해봐서 바라보는 시야가 좁을 수 있단점 감안하고 읽어줘

그럼 느낀점 짧막하게 요약 들어갈게 'ㅅ'



1. 로쟈가 소냐에게 '라자로의 이야기'를 읽어달라고 조른 이유

다소 작위적인 설정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도 무리하게 이 장면을 끼워넣은 이유는

결말을 위한 암시였기 때문인 것 같아

처음에는 성경을 잘 몰라서 죄와 벌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벌을 받더라도 종교를 통해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엿보이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단순히 사후세계에서 살아난 것도 아니고, 죄를 사함 받는 것도 아니라, 파탄 지경에 이른 본인의 인생을 처음으로 리셋 시키고 싶은 욕망이 불러들인 행동같아.

즉, '부활'은 자신의 잘못을 되돌리고 삶을 '리셋'시키고 싶은 욕망.

십자가를 달라고 외치는 건 자신의 이론이 허위라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장면일지도..



2. 소냐는 성녀인가,매맞는 아내인가

주인공은 소냐를 만나며 인간의 '원죄'에 대해 탐구해.

어린시절에 불행한 가정 환경 속에서 자라면서 소냐가 지속적으로 두려움과 고통을 느껴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미치지 않았는지

궁금해하며 호기심으로 다가서지.

물론 소냐는 가족이 굶어죽어가니까 자신을 희생해서 매춘을 한 것이지만, 영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소냐는 본인을 스스로 타락시키고

정신을 살해한 '죄'를 짊어지고 사는 걸로 해석한 것 같아 물론 나의 개인적인 감상일 뿐이야;ㅅ;

그래서 둘의 만남은 살인자와 매춘녀의 만남이자 '죄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과 만남이라고 볼 수 있을것같아



3. 유령이야기와 꿈

지주는 아내를 독살하고 하인을 심리적으로 압박한 끝에 자살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를 갖고 있는 인물인데,

종종 아내 유령을 목격하거나 쥐가 침대를 돌아다니는 꿈을 꾸는 등 ,꿈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죄에 양심 찔리는 무의식이 표출됨

허상이나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심리학적으로 꿈은 무의식이 발현된 걸로 볼 수 있으니까,

결국 죄인으로써 양심의 가책을 끊임없이 받으며 고통받고 있음을 나타내는 장치라고 볼 수 있겠다



4. 로쟈는 역대급 똥차새끼

소냐가 가장 정신적으로 약하고 혼란에 빠져있을 때를 틈타 도망치자고 제안했어

그러면서 누가 누굴더러 조언을 하는 건지 소냐에게 '부숴야 할 것을 단번에 때려 부숴라, 그리고 고통을 스스로 짊어지라'고 말함

둘 사이에 로맨스가 급격하게 전개되는 것 또한 의아했어 

그 당시에는 남녀가 만나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썸타고 연애하는 과정없이 바로 필 타면 결혼으로 골인하는 분위기였던 거야?

손 잡는 과정 따위 다 생략하고 바로 결혼 생각으로 넘어가는 급 전개에 당황쓰;;

더 중요한 줄거리에 집중하기 위해 생략한 걸 수도 있지만...

소냐는 살인 사건의 범죄자, 그것도 자신과 친한 친구를 죽인 자에게 연민을 느끼고,

연민을 느끼는 데 더해 수감생활하는 데까지 따라가서 옥수발까지 자청하다니,,, 이런 전개에 놀랐음 

소냐는 성자일까, 아니면 매맞는 아내 역할에 익숙한 자존감 지하 18층에 처박힌 불쌍한 캐릭터일까

살인마에게 쓸데없는 자비심 베푸는 소냐가 안타까웠고,,

로쟈는 자살할 용기도 자백할 용기도 없으면서 '수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 자신에 도취되어 끝까지

자기합리화나 늘어놓음

작 중 내내 소냐를 엄청 괴롭혀대는데,, 십자가를 왜 받아가려고 하는지. 자신이 나폴레옹같은 전쟁영웅이 된 줄 착각하고 있는데 그냥 그저 그런 똥차생키임

로쟈는 소냐를 감정 대리체험하는 구실로 이용했어

소시오패스처럼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소냐가 울먹이고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며 이럴 땐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는구나, 자기위안을 삼았던 거지



5. 도둑이 제발 저리는 주인공

뽀르삐리의 함정 수사에 홀라당 넘어가버리고, 부르지도 않은 장소에 찾아가서 난동피우고, 논문에 발목 잡히고,

단서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떠벌리고 다니는 그 모든 행동들.. 자신을 제발 감옥에 쳐넣어달라고 호소하는 것 같았음



6. 공상 속에 파묻혀 현실의 고통을 외면하는 까쩨리나 이바노브나

까쩨리나 이바노브나는 상상으로 꾸며낸 이야기 속에 안주해 살면서 스스로 납득해버리는 부류의 인간을 나타내는 것 같아,

남편을 잃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딸까지 도둑으로 모함 당하는 일까지 겪자 실성한 불쌍한 사람.

자식들과 거리에서 춤추는 장면은 기괴하다 못해 광기에 사로잡힌 게 아닌가 싶었어

자녀들도 너무 불쌍했고.... 그런데 웃긴 게 피 토하고 죽기 직전까지 말이 엄청 많아 ;; 수다 잘 떨다가 갑자기 픽 고꾸라져서 죽음;;



7. 불쌍한 건 남겨진 아이들

까쩨리나의 남겨진 자식들이 불쌍해.

애들은 뭔 죄야...자기 마음대로 태어난 것도 아닌데, 태어나보니 아빠는 술주정뱅이에 엄마는 공상에 빠져 사는 미치광이, 제대로 된 가족이라곤 소냐 하나 뿐인데

그마저도 똥차한테 낚여서 애들 버리고 감 ㄷㄷ



8. 자극적인 문체

문체가 너무 강렬하고 맵고 짜고 쓴맛이 강해서 앞으로 읽을 다른 책들은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음


9. 죄지은 사람끼리만 통하는 게 있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환심을 사기 위해 소냐 가정에 도움을 주잖아, 장례식 비용도 대주고 제일 좋은 고아원에 보내고 성년이 될 때까지 지원해주기로 약속하는 한편,

약혼녀에게 미국으로 간다고 뻥치고 권총 자살하기 전에 1만 5천 루블을 건네주기도 함.... 주인공도 선량한 행동으로 잠시나마 면죄부를 살 수 있다고 여기지. 이런 면에서 죄지은 사람끼리 통하는 뭔가가 있다 싶었어


10. 죄와 벌에서 제일 정상인 사람은 두냐

이 책에서 제일 멀쩡하고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해?

나는 여동생 한 명 뿐인 것 같음


11. 서장은 범죄심리 전문가

소설 속에 표현된 바와 같이 ' 고양이가 생쥐를 굴리며 놀 듯이' 주인공을 갖고 놀아버림

자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심리적으로 교란 작전을 쓰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보였어




12. 억지 설정 한가지 더....

칠장이는 소심하고 공상적인 성격 탓에 있지도 않은 범죄 사실을 고백함..

재판을 한다는 말만 듣고 두려움에 떨면서 거짓 죄를 자백하는 사람이 있다는 설정은 아무리 공상을 잘하는 사람이라 할지언정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 것 같아



13. 로쟈 어머니의 헛된 자식 사랑

로쟈의 어머니는 교양있고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어. 자식 사랑, 특히 아들을 무척이나 아끼는 어머니였고.

그래서 자녀를 낳은 어머니로써의 직감으로 아들과 첫 대면할 때 그의 눈빛을 본 순간부터 뭔가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예감하게 돼.

아들을 위해 기도해주고 성호를 긋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들을 끝까지 사랑하겠다고 맹세하는 불쌍한 어머니상임

비록 아들의 범죄를 눈치채고는 있지만 알고싶어하지는 않아. 그것은 아들에 대한 헛된 기대와 사랑이 남아있기 때문인데, 이런 기대감은

공상과 정신 착란으로 이어져 결국 아들이 돌아올 거라 믿으며 죽게됨



14. 죄의 무게를 저울질 할 수 있을까

소냐는 소심하고 겁이 많으며 인정이 많은 사람이었어.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매춘을 선택해야 했음...

이런 소냐와 노파를 '이'로 규정하고 도끼를 휘두른 주인공의 죗값이 동등한 것일까.

주인공은 노파의 돈을 훔쳐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큰 틀에서 봣을 때 '선'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협소한 시각으로 쓴 논문 내용을 실현하기 위해 계획한 범죄이며

나폴레옹이 되고 싶어하는 비뚫어진 영웅심리로 발생한 범죄라는 걸 끝끝내 인정하려 들지 않아.


15. 줄거리 설명보다 대화체로 설명함

대화체가 매우 길어

16. 자선을 베푸는 것도 결국 자기 만족을 위한 행위..

주인공은 재미 삼아 자선을 베풀어. 결국 자선 행위도 내가 상대방보다 부유하고 더 높은 위치에 있다는 걸 과시하고 군림하고자 하는 욕심을 나타내는 수단인것 같음


17. 제목 '죄와 벌'의 의미에 대해서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범죄자라는 인식을 (무의식적으로나마) 갖고 있는 한

영원히 끝나지 않는 지옥의 형벌 속에 사는 것과 다름 없다는 메시지를 내포하는 것 같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