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어느 의사가 나한테 들려 준 것과 똑같은 얘기로군요. 하긴 꽤 오래 전의 얘기이긴 합니다만” 하고 장로는 말했다.
“그는 꽤 나이가 지긋한 현명한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이 당신과 똑같은 얘기를 솔직히 털어놓은 적이 있었답니다. 물론 농담삼아 한 말이긴 했지만 가슴 아픈 농담이었습니다. 그 사람의 말은, ‘나는 인류를 사랑하지만 나 자신에게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인류 전체를 사랑하면 할수록 개개의 인간에 대한 사랑은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 때문이다. 공상 속에서는 곧잘 인류에의 봉사에 대해 열렬한 생각을 품기도 하고 만일 어떤 기회에 갑자기 그럴 필요가 생긴다면 인류를 위해 정말 십자가라도 짊어질 듯한 심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어떤 사람하고든지 단 이틀도 한방에서 같이 지낼 수가 없다. 이건 실제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누구든지 내 옆으로 다가오기만 하면 곧 그 개성이 나의 자존심과 자유를 압박한다. 그래도 곧 그에게 증오를 느끼게 된다. 어떤 사람은 식사를 너무 오래한다고 해서, 또 어떤 사람은 감기에 걸려 연방 코를 풀고 있다고 해서 증오를 느낀다. 즉 나는 어떤 사람이 조금이라도 나를 건드리기만 하면 곧 그의 적이 되어 버린다. 그 대신에 개개의 인간에 대한 증오가 심하면 심할수록 인류 전체에 대한 사랑은 더욱더 열렬해진다.’ ㅡ 대개 이런 이야기였습니다만.”
P94
인류애와 실천적 선행에 관해
리자의 부모와 장로의 대화중
장로께서는 그렇다고 합니다.
까라마조프 읽으쉴?
카라마조프 내 최애 소설이지만 저 부분은 잘 공감 못 했다..
지구 평화, 자연 보호, 약자 권리 증진 등등 외치지만 본인 부모도 안 챙기는 현실 정도면 저거랑 비슷하지 않나
이성적으론 그렇게 생각하고 해석했는데 난 그냥 모든걸 다 싫어해서..
오 내용 보니까 트위터 인간들이랑 비슷한 것 같다. 되게 역설적이네
백치에서는 인간애가 강할수록 자기 자신만 사랑할 뿐이라고 했음
마니마니 익듁한 거시야...
딱 정답인 사랑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존중합니다 니체센서..
즉 인류란 개개인의 집합이 아니라는 뜻일지도, 내 앞의 누군가를 증오하고 부정하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타인을 향하는 일정한 지향성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이를 충족시키려면 어떤 허상이라도 잡아야 하는 바, 요컨대 대용물로 찾게 되는 여집합이라는 거지... 아마도?
난 저 대목 읽으면서 많이 놀랐음. 나한테는 저 말이 굉장히 날카로웠음. 인류, 만물 같이 추상적인 존재에게는 열정적인 사랑을 품으면서도 정작 개개인에게 애정을 못 느낀단 점에서 내 얘기라고 느껴졌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