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은 주기적으로 외서 재고떨이 세일하는데
거기에서 2천원에 팔고 있기에 바로 질렀다.
이 단편집 자체는 발레리 브류소프 단편 수록되어있어서 언젠가 질러야지 했는데, 책 와서 읽어보니까 제값 주고 사도 괜찮았을 만큼, 구성이 알참.
푸슈킨이나 레르몬토프 등이 악마 등이 나오는 시들도 많이 쓰고, 고골의 이야기들도 그렇듯, 러시아 문학에서 '고딕스런 이야기' 자체는 사실 꽤나 메이저하다.
당장 갤주 도끼도 분신 모티브로 <분신>을 쓰기도 했으니까.
특히, 20세기 러시아는 소비에트와 스탈린 덕분에,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아니면 죽어야했고, 이런 환경에서 더더욱 고딕 이야기는 정교하게, 그리고 사회 풍자 등으로도 다가왔다. 대표적으로 불가코프가 있고.
7명의 작가의 11편의 20세기 초 러시아 고딕 이야기들 수록함. 제일 메이저는 불가코프지만, 나머지는 다소 생소하거나, 브류소프처럼 러시아 상징주의 운동을 이끌었지만, 정작 다른 나라에 번역이 거의 안 된 작가도 있음. 그리고 얼마 전에 소개한 흐르지자노프스키 단편도 있고.
발레리 브류소프, <거울 속에서>-
브류소프는 위에서 말했듯, 러시아 상징주의 운동 이끈 인물이지만, 정작 시인으로도 유명하지만, 시는 번역된 게 없어서 모르고, 소설 <불의 천사>만 읽어봤는데,
<거울 속에서>도 괜찮은 단편이다.
'거울 속 '나'의 모습이 내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존재, 고딕 시초 <오트란토의 성>에서 초상황에서 튀어나오는 그림처럼,
1인칭 여성 화자가 거울을 보는 것에 몰두하다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자신을 가두어두고, 자신처럼 행세하지만 끝내, 다시 거울 밖으로 나온다는 이야기.
그렇지만 주로 심리적인 독백으로 진행되며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이 사실은 미친 화자의 망상인지 아닌지 의문점을 주는 괜찮은 단편.
알렉산더 차야노프, <미용사의 마네퀸의 이야기>, <베네딕토프>, <베니스식 거울> -
차야노프는 본업은 농업학자라는데, 고딕 이야기 5편을 쓴 걸로 유명하단다. 이 책에서 처음 안 건데, 무엇보다 불가코프가 이 작가에게 큰 영향을 받았고, 특히 <베네딕토프>는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함.
그리고 대숙청 때 처형되었다. 스탈린, 또 너야?
<베네딕토프>는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영향을 주었던 만큼, 우연의 일치로 학생인 화자의 이름이 '불가코프'고, (이 점 때문에 불가코프가 이 단편을 처음 소개받았을 때 심히 충격받았다고 함. 작가끼리는 안 만나봤다는데) 18세기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외국에서 악마와 도박을 통하여 장식품으로 된 일곱 명의 영혼들을 얻은 베네딕토프와 화자의 이야기를 다룸. '외국의 악마'나 '악마와의 거래 및 도박' 등만 봐도 거장과 마르가리타 요소고, 특히 빌라도 이야기가 많이 생각남.
<베니스식 거울>은 <거울 속에서>처럼 거울 속 상이 자신을 거울 속에 가두어놓고, 자신처럼 행세한다는, 러시아 문학에서 단골 소재인 '분신' 모티브를 다른 방식으로 전개하는데, <거울 속에서>가 주로 내적 독백으로 치중되었다면, <베니스식 거울>은 조금 더 외형적으로, 자신으로 행세하는 자아와 자신의 아내를 둘러싼 대결과 비극을 다룸.
<미용사의 마네퀸의 이야기>는 우선 형식적으론 가장 실험적이라 다양한 서술 방식이 동원되고, 한 건축사가 샴쌍둥이를 모티브로 한 마네퀸을 추적하는 기괴한 이야기.
불가코프, <붉은 왕관>, <강령회> -
<붉은 왕관>의 경우, <백위군> 같은 적백 내전을 다루는 불가코프식 단편인데, 동생의 죽음을 막지 못하여 미쳐버린 한 백군의 정신붕괴 이야기
<강령회>는 유령을 소환하는 모임의 이야기인데, 비밀 경찰의 혼을 소환하는 등, 전형적인 불가코프식 풍자
지그지문트 흐르지자노프스키, <팬텀> -
'팬텀'이 유령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인체모형을 의미하기도 해서, 여기에선 후자의 의미로 일단 쓰임.
한 의대생이 실습 도중 죽은 아기로 만든 인체모형을 자신도 모르게 프랑켄슈타인처럼 살렸고, 세월이 흐른 후, 프랑켄슈타인처럼, 자신이 살린 이 인체모형이 찾아온다는 기괴한 이야기로, 이 생명체가 한 마네퀸과 사랑에 빠졌기에 자신의 창조주를 찾아왔다는, 프랑켄슈타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어림도 없지~ 러시아 문학 분신 모티브 MAX...!!
거기에 이 생명체가 주장하는 <환영주의>는 기괴한 비틀린 칸트식 유사철학인데, 참 이 작가 칸트 좋아해.
알렉산더 그린, <회색 모터 카> - 기계를 혐오하여,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사실은 오토마톤이라고 생각하는 이의 비극.
그리고리 페스코프, <메신저>, <코 없는 여인> - 영혼을 불러내어 적백내전에 참여한 자신의 아들의 소식을 듣고 싶어하지만, 의심 덕분에 망하는 <메신저>, 그리고 정신붕괴되었기에, '코 없는 여인'과 결혼한다는 환상을 보여주는 <코 없는 여인>
파벨 페로프, <크노프 교수의 실험> - 원자와 전자를 복제하여 육신에서 영혼을 옮기는 실험을 사형수에게 하려는 크노프 교수의 실패하여 몰락하는 실험 이야기.
브류소프, 차야노프, 불가코프, 흐르지자노프스키가 제일 좋고, 나머지는 그저 그런 편이었지만
아무튼 국내 출판사들은 20세기 러시아 문학도 좀 많이 소개하라고
번역 나오면 좋겠다
근데 사회주의 하에서 유령에 대한 이야기는 배척되던 거 아니었음?
아니 그러면 돌려서 깐 의미가 없네 ㅋㅋㅋ
아니 왜케 아는게많음?
재고떨이 아직도 함?
대신 옥스퍼드 클래식 중에 한권 1950원에 파네 어쨌든 ㄱ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