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서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이성]은, 자연스러운 상태에서는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하여 가능한 것과 주어진 것에 언제나 쉽게 적응할 수 있게끔 대응한다. 그것은 어떤 특정한 질료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높은 목적을 추구하되 자신에게 맞서는 것을 자신이 사용할 대상으로 만든다. 이는 불이 자신에게 떨어진 것들을 제압할 때와도 같다. 작은 불길은 자신에게 무언가 떨어지면 꺼져버리지만, 환한 불길은 그것들을 금세 자신에게 동화시켜 집어삼키며 그것들로 인해 더 높이 솟아오른다.

 4권 1장


 우주는 뒤범벅과 원자들의 결합과 그것들의 해체이거나, 아니면 통일과 질서와 섭리이다. 전자의 경우라면, 그런 무계획적인 뒤범벅과 뒤죽박죽 안에 머무르기를 바랄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어떻게든 다시 "흙이 되는 것" 말고 다른 무엇에 관심이 있겠는가? 내가 안전부절못할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무슨 일을 하든 나는 결국 분해되고 말 텐데. 후자의 경우라면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우주의 지배자를 공경하고 신뢰할 것이다.

 6권 10장



 인생에서 아직 육신이 굴복하지 않고 있는데 혼이 먼저 굴복하는 것은 치욕이다.

 6권 29장


 자신의 악에서 벗어나는 일은 가능한데도 그 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남의 악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데도 그 악에서 벗어나려 하니 가소로운 일이다.

 7권 71장


 신들은 힘이 없거나 아니면 힘이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신들에게 힘이 없다면, 너는 왜 기도하느냐? 신들에게 힘이 있다면, 너는 왜 이런저런 것을 물리치거나 이런저런 것을 허락해달라고 기도하는 대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어느 것 때문에도 슬퍼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느냐? 신들이 인간을 도울 수 있다면 신들은 틀림없이 그렇게 되도록 도울 수도 있다. 하지만 너는 아마도 "신들은 내게 그것들을 맡겼소"라고 말하겠지. 수중에 없는 것 때문에 노예처럼 비굴하게 애태우는 것보다 수중에 있는 것을 자유인답게 이용하는 편이 더 좋지 않겠는가? 우리 수중의 것조차도 신들은 도와주지 않는다고 누가 너에게 말하더냐? 그렇게 해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하라. 그러면 너는 알게 될 것이다. 누가 "저 여자와 동침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하고 기도하면, 너는 "나는 저 여자와 동침하기를 원치 않게 되기를!" 하고 기도하라. 누가 "나는 저자에게서 벗어나 살고 싶어!" 하고 기도하면, 너는 "내가 그에게서 벗어나기를 원치 않기를!" 하고 기도하라. 또 다른 사람이 "내 아이를 잃지 않으면 좋으련만!" 하고 기도하면, 너는 "내가 내 아이를 잃을까 두려워하지 않기를!" 하고 기도하라. 한마디로, 네 기도를 그런 방향으로 바꾸고 어떻게 되는지 보라.

 9권 40장


 무슨 일을 하든지 단계마다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이 일을 더이상 할 수 없기 때문에 죽음이 두려운 것이냐?"고.

 10권 29장


 운명적 필연성과 벗어날 수 없는 질서가 지배하거나, 자비로운 섭리가 지배하거나, 지도자 없는 무의미한 혼돈이 지배한다. 벗어날 수 없는 필연성이 지배한다면, 너는 왜 반항하는가? 자비를 베풀 용의가 있는 섭리가 지배한다면, 너 자신을 신의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게 만들어라. 지도자 없는 혼돈이 지배한다면, 그런 거센 파도 속에서도 네 안에 지배적 이성을 갖고 있음을 기뻐하라. 파도가 너를 휩쓸어가더라도 육신과 호흡과 그 밖의 다른 것들은 휩쓸어가게 내버려두라. 네 정신만은 휩슬려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2권 1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