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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1. 바빌론의 탑
첫 단편부터 굉장히 재밌게 읽었음. 성서를 기반으로 한 다소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극히 과학적으로 꼼꼼하고 세밀하면서도 문학적 감수성을 잃지 않는 묘사로 차근히 그려나가는데, 문장 하나하나의 밀도가 장난아니라서 읽는 속도는 극악으로 느렸지만 그러면서도 일종의 경외감을 느끼며 읽어나간 작품. 영적인 이야기에 이런 논리성과 사실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재능인듯.
2. 네 인생의 이야기
표제작이자 가장 유명한 작품일텐데, 이름값을 함. 개인적으론 드니 빌뇌브의 영화부터 본 경우인데, 소설이 훨씬 언어체계나 물리학에 대한 전문가적 디테일에 능해서 사실성있게 받아들이기 좋은 작품이었음. 형식적으로도 블록버스터의 틀에 얽메이지 않으니 세계관 구축의 완성도가 더 높아서 좋았고. 특정한 세계관을 사실성있게 구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세계관에 근거해 소설의 시간 순서와 구조를 짜나가고 거기서 인생을 대하는 독특한 태도를 도출해내는데, 아주 공학적으로 설계된 느낌이면서도 독특한 종류의 감동이 있는 작품이었다. 다른 단편들에서 엿보이듯 어느정도 종교적으로 보이기도 함.
3. 지옥은 신의 부재
작품집 중 덜 과학적이고 더 종교적이면서 매우 쉬운 문체로 쓰인 작품인데, 동시에 매우 핵꿀잼이기도 함. 형이상학적으로 흔히 다뤄지는 종교와 인간 사이의 모순이라는 낯익은 주제를 가시적인 차원으로 끌고와서 흥미진진하면서도 아주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게 하는데, 이 종교적 아이러니로 꽉꽉 채운 사례들 자체가 독창적이면서도 깊은 부분을 적확하게 건드리고 있음. 그 아이러니를 끝까지 밀어붙여버리는 결말부는 압권 그 자체.
Good
1. 이해
존나 유치한 만화같은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존내 하드한 과학적 지식으로 채워버린 이색적인 작품. 작가가 겁나 즐겁게 썼을거같다는 느낌이 들고 읽으면서도 그 즐거움이 느껴짐. 역시나 읽기 쉬운 작품은 아니었지만 아주 유니크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단편.
2. 영으로 나누면
자신의 세계관이 무너져버린 남자와 여자에 대한 수학적인 이야기를 수학적 도식으로 다시 수학적으로 구조화한 수학적인 작품. 읽다보면 다루는 감정이나 문제보다 특이한 형식에 대한 도취가 앞서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지만, 그 형식을 분석하고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임. 작품의 작은 부분들과 큰 부분들이 서로 조응하도록 세밀하게 짜여진 작품이면서도 그 정밀한 수식의 결과가 텅 비어있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짜여진 작품인데, 정말 독특한 독서 경험이었음.
Soso
1. 일흔 두 글자
다소 진부한 테마의 이야기를 복잡한 지식들과 결부해서 전개해나가는 작품인데, 테드 창 스타일이 비교적 실패하는 경우의 전형을 보는 듯 했음. 이야기의 쾌감이 적은데 비해 그걸 묘사하는건 존나 복잡해서 쉽게 읽히진 않는데 읽은 보람은 적었던 그런 경우랄까.. 이름을 써서 운동 체계를 부여한다는 설정 자체는 흥미로웠고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문학적 발전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세계에 대한 묘사도 재밌는 데가 있어서 뭐 나쁘진 않게 읽었지만 여전히 비교적 아쉬웠던 작품.
2. 인류 과학의 진화
뭐 이 작품은 쏘쏘하다기보다도 분량이 넘 짧음ㅋㅋㅋ 발상 자체는 흥미롭고 재미있는데 딱 발상만 제시하고 끝나는 느낌. 쉬어가듯 읽고 지나가기 좋음.
3.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 다큐멘터리
발상과 형식은 꽤 흥미로워서 술술 읽히지만 사유의 깊이든 표현이든 비범하단 느낌은 못받음. 누구나 해볼 법한 생각을 기반으로 가볍게 쓰여졌다는 인상.
전체적으로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비교적 아쉬웠던 작품들조차 흥미로웠음. 두 번째 소설집도 질러야겠음 ㅎㅎ
'진짜' 천재 테드 좌...
테드창 급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