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페미니즘 운동 이야기를 좀만 하자면

나는 한국 페미니즘 진영이 래디컬한 담론만을 '너무 급하게,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는 게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봄

래디컬 페미니즘은 결국 여성주의적 견지에서의 급진적인 사회비판인데

그쪽에 있는 사람들이 주로 원용하는 게 데리다 푸코 이런 사람들이고

그래서 순수하게 학술장에서 나오는 얘기로만 보면

사실 기존 진보정치 쪽의 비판 담론이랑 엄청 차이가 크진 않음.

아니 기존 진보정치 쪽의 비판적 담론이랑 얘네를 구분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 식의, 2010년대 한국에서 받아들인 급진적 비판 담론에 대한 대표적인 입문서(?)가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인 거 같고

한국 페미니즘 진영의 수사와 논리를 이해하고 싶다면

저 책이 가장 적절할 거 같음.


내가 생각하기엔 저런 담론들의 비판적인 기능 자체엔 큰 문제가 없었는데

그게 대중운동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다원주의와 양가성에 대한 주목을 근본으로 하는 급진적 페미니즘이

아이러니하게도 급진적 페미니즘 계열의 담론 이외의 모든 담론들을 흡수하고 페미니즘 진영에 외부를 남기지 않아서

그쪽에서 일종의 민주적인 경쟁이라는 게 불가능해진 탓이 큰듯.

그나마 논쟁이라는 걸 보면 메갈리아 쪼개지던 시절의 소수자 혐오는 지양 vs 게이도 한1남이라는 식의 논쟁인데 이건 뭐...



그리고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왜 안티페미니즘으로 공격받느냐... 하면

이런 래디컬 페미니즘(계속 이 모호한 용어를 쓰는 걸 용서해주길. 그냥 k-페미니즘이라고 해도 되려나?)의 조류를 공격하기 위해서

'한국의 페미니즘은 타락했고 진정한 페미니즘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이다'라는 수사가 활발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탓이 큼

나무위키 이퀄리즘 날조 사건이 그런 수사적 공격을 위한 밑작업 중 하나였고....


아무튼 2010년대 한국 페미니즘 운동은 그야말로 급진적이고 폭발적인 운동이었고

그 기세가 조금 사그라든 지금에 와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음...



암튼 한국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 비판적이든 옹호적이든

일단 진지한 이해를 추구하고 싶다면

되짚어봐야 할 책이 정말 많을 거 같은데


자유주의 쪽 책만 읽어서는 부족하기 쉽다 그런 얘길 하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