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0fa11d028310c0dd27a92083f8186361ad12deec0cafe5b125469f0e43ab43a331f07d0f562100a1663b54c5c5ced136da70a5a4a4a6381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0fa11d028310c0dd27a92083f8186361ad12deec0cafe5b125469f0e43ab43a331f07d0f562100a1663b54c580ae7113cf40a0c4a4ac7a7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0fa11d028310c0dd27a92083f8186361ad12deec0cafe5b125469f0e43ab43a331f07d0f562100a1663b54c0d08ec4669a60e0a4a4ac07e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0fa11d028310c0dd27a92083f8186361ad12deec0cafe5b125469f0e43ab43a331f07d0f562100a1663b54c5c5ee71568fb5b0e4a4a71a1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0fa11d028310c0dd27a92083f8186361ad12deec0cafe5b125469f0e43ab43a331f07d0f562100a1663b54c0e59e31f62f65f094a4adb4b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0fa11d028310c0dd27a92083f8186361ad12deec0cafe5b125469f0e43ab43a331f07d0f562100a1663b54c5d08e04262f50a5b4a4af106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0fa11d028310c0dd27a92083f8186361ad12deec0cafe5b125469f0e43ab43a331f07d0f562100a1663b54c0e5ae74662a609094a4a6cee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0fa11d028310c0dd27a92083f8186361ad12deec0cafe5b125469f0e43ab43a331f07d0f562100a1663b54c5c0ee51062a65e594a4af20c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0fa11d028310c0dd27a92083f8186361ad12deec0cafe5b125469f0e43ab43a331f07d0f562100a1663b54c5c0bb64438a70e094a4a0096








-  평소 철학에 관한 책은 즐겨 읽지 않는 편이다. 학부 시절에 읽은 전공 도서도 다른 분야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고, 사실 읽은 책의 저자 중 철학자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학창 시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크면서 견문이 넓어졌고, 그만큼 관심 분야가 늘어났다고 좋게 생각할 만도 하지만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  옛사랑과 이렇게 멀어진 데엔 여러 이유를 댈 수 있다. 형이상학이 지금 과학의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하는 회의 때문일 수도 있고, 소칼 사건으로 크게 부각된 포스트 모더니스트들의 만행을 탓할 수도 있다. 다만 중요한 건, 철학에 대한 흥미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철학은 그냥 과학을 따라갈 뿐이라고 생각했고, 윤리학, 과학 철학이나 인식론에 관한 관심은 여전했지만, 그마저도 개별 사례에 대한 연관 속에서나(과학 철학의 경우), 인지 과학과 엮일 수 있는 가능성(인식론의 경우)이라는 틀 안에서만 지속될 뿐이었다.     



-  그러면서 어느 순간부터, 물리학자나 진화 심리학자 이름을 대보라고 하면 몇 명이라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있게 됐지만, 내가 알고 있는 현대 철학자들의 면면은 (한국에서 소위 대박을 친 책을 낸, 미국 아이비리그 교수 몇을 제외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철학의 존재 이유와는 무관하게) 철학의 시대는 가고 과학의 시대가 왔으며, 인문학이 뜬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은 철학에 관심(을 가질 여유)이 없었다(물론 거기엔 나도 포함된다).



-  생활철학잡지를 표방하는 <뉴필로소퍼>의 한국판 출간 소식이야 알고 있었지만 선뜻 내 돈을 주고 사 읽기는 망설여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좋은 기회에 리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다시 한번 바다출판사에 감사를 전한다. <뉴필로소퍼>의 첫 인상은 가볍다였다. 내가 배운 철학은 언제나 무거웠고, 그래서인지 잘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뉴필로소퍼>는 지금 여기의 삶에 천착한다는 모토에 걸맞게, 움직임이 굼뜨지 않고 민첩하다.   



-  <뉴필로소퍼> 10호의 큰 주제는 변화는 예고 없이 온다였다. 만물은 변화한다는 헤라클레이토스가 바로 떠올랐다. 이 부분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양자 세계에서 전자는 한시도 가만 있지 않는다. 척도를 훨씬 더 크게 해 행성, 은하, 전 우주 차원으로 볼 때도 이는 여전히 옳은 말이다. (다행히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지구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전과 공전을 반복하고 있으며 태양계도 우리 은하도 전 우주도, 생겨난 이래로 결코 멈춘 적이 없다.



-  다행히 이런 논의는 (과학적으로 증명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독서하는 내내 편한 마음으로 즐겁게 임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운 큰 주제 하에 굉장히 다양한 성격의 글이 실려 있다. 성장하면서 변하기 마련인 이 과거와 현재, 미래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이야기하는 글도 있는가 하면, 시아버지의 삶을 통해 일생 그 자체가 변화의 연속임을 보여주는 며느리의 이야기도 있다. 마주 보고 있는 쌍둥이의 모습을 통해 시간과 환경이 (말 그대로)한 몸이었던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중국 사진 작가의 작업은 철학과는 큰 상관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68혁명과 푸코, 뱅센실험대학의 일화도 굉장히 흥미로웠고, ‘전환적 경험을 다룬 인터뷰는 얼마 전 <스켑틱>에서도 언급된 감각질과 연관되어 관련된 사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서구 사회, 특히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와 함께 통용되는 진보관에 대해 통쾌하게 비판한 앙드레 마오의 글이었다. 그는 기술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믿음과 진보에 대한 대책 없는 낙관주의에 태클을 건다. 또한 저커버그, 스티브 핑커, 빌 게이츠 같은 인물들이 애덤 스미스와 같은 유럽 계몽주의자들, 나아가 칼 마르크스와 월트 로스토 같은 사상가들과 같은 역사관을 공유한다고 주장한다. 이는(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제국주의와 서구 중심주의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역사관을 비판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길지 않은 분량과 더 나가지 못한 문제 의식이 조금 아쉽긴 하다. <뉴 필로소퍼>의 모든 꼭지가 이와 비슷하게 짧고 간략하다. 인터뷰 정도를 빼면 모두 한 호흡에 쭉 읽어 내려가는데 무리가 없고,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일 수밖에 없는 인터뷰의 특성 상 인터뷰 꼭지 또한 읽는데 큰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생활철학잡지의 면모가 보이는 부분이다. 책 사이사이엔 삽화와 인포그래픽도 굉장히 다양해서 읽는 내내 결코 지루하지 않다. 심지어 만화도 있다! (심지어 재미도 있다!)



-  고전 읽기라는 꼭지도 있는데, 꼭지 제목을 보곤 당연히 고전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나 비평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실제로 고전을 전부 혹은 일부 인용해 실었다. 이번 호에 실린 고전은 그림 형제의 한 작품 전부와 카프카의 <변신> 일부 내용이었다(당연하게도 변신의 가장 유명한 부분인 도입부는 모두 실렸다). 이번 호 주제와 딱 맞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와 같은, 독자가 묻고 잡지가 답하는 COACHING 꼭지도 매일매일의 삶을 성찰한다는 모토에 꼭 맞아 떨어진다.



-  호주에서 창간되어 그런지 몰라도, 누구나 알 만한 유명 필진은 없다. 스티븐 핑커, 리차드 도킨스, 재레드 다이아몬드, 마이클 셔머 같은 올스타들이 필진에 이름을 올리고, 심심찮게 그들의 글을 찾아볼 수 있는 <스켑틱>과는 분명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번역에서 오는 아쉬움도 있다. 몇몇 글들은 번역자 본인이 본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인 필진의 글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책을 시작하는 부분에서 이번 호를 간략히 소개하는 한국판 편집장의 글을 빼면, 모든 글들이 서구 필진의 번역본이다. 어디 이래서야 여기, 지금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지. (다른 이들에겐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광고가 전혀 없다는 점도 나는 아쉽다. 책을 소개하는 꼭지가 없지는 않지만, 겨우 두 쪽에서 여섯 권을 소개하는 것으론 성에 차지 않는다.



-  나에게 당장 다음 권부터 정기 구독을 할 거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아니다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다음 호도 사 읽겠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그러리라고 대답하고 싶다. ‘여기, 지금의 철학은 언제나 매력적인 문구다. 철학과 함께라면 더욱 그렇다. 다만 진정 여기, 지금을 표방하려 거든 메꿔야 할 구멍들이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다음 호는 보수 공수가 마친 상태로 만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