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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뷰도 스포일러가 있으니 조심하셈여
별점은 내가 준 것
내 이름은 파이퍼 해들리다. 그리고
나는 3년 전 여름방학의 마지막 토요일에 행방불명되었다.
내 이름은 창궁이다. 그리고
이 책 때문에 내 6시간이 그대로 행방불명되었다.
한줄 요약
여전한 전개, 여전한 구성, 여전한 인물...... 그리고 놓을 수 없는 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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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보텀의 장편 소설, 그리고 심리학자 조지프 올로클린 시리즈의 3번째 이야기야. 앞으로 2개 더 있는데 2개는 내가 사놓고 안 읽어서 나중에야 리뷰할 것 같아. 하지만 3번째라고 해서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1번째와 2번째는 모르고 넘어가도 좋거든. 물론 1번째 이야기인 산산이 부서진 남자는 좀 읽어두면 좋겠지만, 안 읽었다고 해서 이해 못할 부분은 없고, 적당히 맥락과 묘사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어.
미안하다고 말해의 원제는 SAY YOU'RE SORRY야. 직역에 가까운데, 어째 시리즈가 갈수록 제목 번역퀄이 낮아지는 느낌이 들긴 해... 물론 첫번째가 넘사벽 초월번역이고, 두 번째는 직역하는 것보단 나은 것 같지만 이번엔 음..... 근데 사실 조 올로클린 시리즈 특유의 제목 느낌은 잘 살아나는 것 같아. 이 시리즈 책 표지가 모노톤에 검은색 실루엣들이라 기괴한 느낌과 섬뜩한 느낌이 항상 같이 있는데, 책 분위기를 생각하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건 세 번째 작품인 미안하다고 말해는 앞선 두 작품을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줘.
일단 전개 구성은 '빙엄 소녀'라 불리는 3년 째 실종된 '파이퍼 해들리'라는 소녀의 일기, 독백, 또는 시점이 조 올로클린의 시점과 함께 전개돼. 이점은 범인의 시점에서 작품을 동시에 전개했던 첫 번째 작품과 유사해.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인 '조 올로클린' 외의 시점이 동시에 전개된다는 것이지. 조금 다른 점이라면, 산산이 부서진 남자에선 범인 시점을 돋움체로 서술해서 범인의 느낌을 잘 살렸다면, 미안하다고 말해에선 파이퍼의 시점이 문예부 필기체처럼 필기 느낌이 나는 글씨체를 쓴다는 점 정도?
내 것이었던 소녀와 유사한 점이라면 상당히 불확실한 정보들이 흩뿌려진다는 거야. 전혀 상관 없는 사건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던 두 번째 작품처럼, 이 작품에선 불확실한 정보들이 하나둘씩 맞춰지며 최종적인 그림을 완성해. 두 번째가 사건의 풍부함과 다양성이 존재한다면, 이번엔 정보의 풍부함과 다양성이 존재하는 거지. 그래서 이 작품에선 우리 나름대로 추리가 가능하게끔 설계가 돼 있는데, 불확실한 정보들 사이에서 우리의 추리를 보란듯이 시험하는 느낌이 들어(...) 반전의 반전까지 있고 말이야.
이 두 개가 섞여서 결국 어느 시점에서나 초반부엔 불확실한 정보들을 우수수 주고, 그렇게 아무런 정보도 없는 것 같고, 막막해 보이기만 할 뿐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진상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정보들이 우후죽순으로 연관성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와. 중요한 건 이 정보들이 맥거핀이거나 미회수떡밥 같은 게 거의 없다는 것. 끝의 끝에서 범인이 밝혀졌을 때, 모든 걸 이해할 수 있게 돼ㅋㅋㅋ 이걸 끝의 끝까지 몰고가기 위한 정보들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고. 마치 트릭을 쓰듯이.
특히 반전과 관련해서,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의 기억력과 추리력을 시험하는 게 압권이야. 책 분량이 600페이지 가량 되는데 이걸 한 번에 읽었다간 반전에 뒤통수 맞고 얼타기 쉬워(...) 진짜 마지막 50페이지까지 범인을 추리해낼 수 있는지 함 시험해보고 싶다면 읽어도 좋아ㅋㅋㅋ 추리소설이냐고 하면 애매한데 독자가 추리 가능한 소설임... 그리고 마지막 50페이지 남기고 반전이 드러나는데도 불구하고 600페이지의 여정이 뒷맛 거의 안 남기고 깔끔하게 마무리 돼. 마이클 로보텀의 치밀한 구성의 또 다른 특징인 깔끔한 엔딩이 빛을 발한다고 해야 하나. 여튼 구성으로만 따지면 앞선 두 작품보다 훨씬 치밀해.
아쉬운 점이라면 시리즈물의 한계(...)가 전작에 비해 좀 더 도드라졌다는 점이지. 전작을 읽고와야 되는 게 아니라, 최초 시작인 "산산이 부서진 남자"를 읽어야 함. 전작은 딱히 안 읽어도 되고. 주인공의 처지나 심경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거든. 조 올로클린 시리즈가 연속적이면서도 독립적인 특징 때문에 딱히 다음권에 대해 마음 졸이며 기다릴 필요가 없어 좋았는데, 이런 점에선 좀 아쉬울 따름이지. 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다 읽고 산산이 부서진 남자도 읽는 게 좋을 거야.
"전작을 안 봐도 충분한 것"과 "전작을 보면 좋은 것"엔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작인 내 것이어던 소녀는 "전작을 안 봐도 충분한 것"에 속했고, 이번의 미안하다고 말해는 후자에 속해.
p.s.이거 쓰고 나서 나중에 리뷰 찾아보니까 반전이 너무 뒤에 나온다고 억지스럽다고 하는 얘기가 있더라고. 근데 개인적으로 범인 추리에 있어서 전지적 작가 시점이나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한쪽으로만 몰고가면 모를까, 1인칭에서 거의 특정된 시점에서 그쪽으로 생각하게 되는 확증편향이 나오는 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진짜 범인에 대한 근거가 아예 안 나온 것도 아냐. 다 나와.
p.s.2.사실 이거 재독한 건데 초독할 때 통수맞고 재독할 때도 진범 까먹어서 읽다가 통수 또 맞았음(...)
ㄳ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