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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제목 글자수 제한 걸려서 작가 이름을 못 붙이네. 김사과 작품임ㅇㅇ 스포일러 오지니까 조심해.


순서는(링크 첨부 예정임)


오물자의 출현(강화길)

기괴의 탄생(김금희)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김사과)

신세이다이 가옥(박민정)

동경 너머 하와이(박상영)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백수린)

밤이 지나면(손보미)

남은 기억(윤성희)

버킷(윤이형)

내일의 연인들(정영수)

보내는 이(최은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최은영)


이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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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요약


섣부른 동질감은 진실 앞에 비참해질 뿐이다



12개의 작품 중에서 3개밖에 안 읽었지만, 일단 앞선 두 작품과 달리 딱히 여성주의나 페미니즘, 퀴어 쪽 주제는 아니라고 느껴졌어. 살짝 주인공이 레즈비언 혹은 양성애자 느낌이 있었지만 이게 뭐 크게 다뤄지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시선도 앞선 두 작품 때문에 낀 색안경으로 비롯된 거라 엄밀히 따지자면 주인공의 성적 취향은 주된 관심사나 요점은 아냐. 진짜 괜찮게, 그리고 재밌게 읽었어.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수영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만난 특이한 친구 '한비'와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지고, 어떻게 유지되고, 어떤 말로를 맞이했는지를 보여줘.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깝긴 한데, 이수영이란 인물을 집중 조명해서 "이수영과 한비의 관계"를 드러내는 게 핵심이야. 그러니까 서술상 주인공은 이수영이지만, 내용상 주인공은 이수영과 한비인 셈이지.


이수영은 적당한 유명 서울 사립대, 비전 없어보이는 국문학과에 입학하게 됐는데, 불만이 상당히 많았던 인물로 묘사돼. 서울대로 갈 만큼 충분히 공부하지 못했던 자신이라든지, 혹은 자신을 몰아붙일 광기의 모성애가 없던 어머니, 야심으로 내 목표를 세우지 않았던(못했던) 아버지에 대해서도 원망하는 걸 보면, 사실 인생 자체에 불만족하고 있는, 일종의 '결핍'상태로 보여.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무채색으로 살아갈 뿐인.


그런 곳에서 한비를 만나. 캐나다 국적을 가지고 한국에 와 살게 된 앤데, 상당히 특이한 친구야. 대안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오고, 학과 내에선 어울리는 사람이 없어(오히려 뒷담이 많음) 휴강 문자 못 보고 강의실까지 온 수영과 한비가 그냥 같이 시간이나 보내자며 한 게 결정적 계기로, 거기서 이수영은 한비의 신비한 매력에 푹 빠져버려. 이때 묘사는 거의 사랑에 빠졌거나, 아니면 신으로 모시거나... 뭐 그 정도로 한비를 굉장하게 묘사해. 정작 그게 우리에게 드러나진 않아. "아무튼 이수영에게 한비는 개쩌는 인물인 것임!"하는 느낌이지.


한비와 헤어진 다음에 이수영은 자신이 한비를 위해서 시인이 될 운명임을 느끼고 시를 써. 뜻밖의 재능충이라 시간 강사 하던 T시인의 눈에 띄기도 하고, 등단도 하고... 그 모든 게 사실 한비와 친해지기 위함이고, 한비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기 위한 일이었는데, 어째서인지 한비랑은 좀체 잘 가까워지지 않아. 심지어 같이 몬트리올로 여행을 갈 땐 정말 친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가도, 몬트리올에서 자기 버리고 뉴욕으로 갔다가 3일 만에 돌아오는 등... 한비와의 관계가 순탄치는 않지.


그 사이 이수영은 또 자기 나름대로의 삶을 살지만 한비에 목 매어 사느라 조금씩 망가지는 모습이 보여. 사실 망가진다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몰라. 그렇게 보는 건 이수영의 어머니거든.(뭐 대충 꼰-대라고 묘사돼 있어) 어머니와의 갈등은 되게 별 거 아닌 듯하지만......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니는 자기 딸을 결혼도 못하고 번듯한 직장도 없는 30대 노처녀로 만든 게 악의 축 한비 탓이라고 여기고 있지. 나는 어머니가 굉장히 평면적으로 그려지는 것에 대해서 세대 갈등을 주목하라는 게 아니라, 딸을 이해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주목하라는 것처럼 보였어. 딸의 '결핍'을, 딸이 '한비'만을 바라보며 그 결핍을 채우려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거지.


이런 이수영과 한비의 아슬아슬한 것 같은 우정이 끝나는 건 결혼식에서야. 거기서 이수영은 그토록 대단해보이고 엄청난 존재였던 한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커튼 뒤 어떤 진실을 숨기고 있었는지 알게 돼. 몬트리올 여행 당시 뉴욕으로 튀었던 게 지금 남편인 남친 때문이었다는 것을, 완벽한 부모님들 아래에서 자랐다는 것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비가 이수영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술가'였음을 알게 돼. 하지만 한편으로 한비 부모님의 입을 빌려 이수영이 한비를 바라보는 시선도 '보헤미안 친구'였음을 알게 되고.



정리하자면 이수영과 한비는 제목 그대로의 관계였던 거야.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 여기엔 이름이 없어. 서로의 정체성 중이 일부만 반영된 것이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본 상대의 정체성"이 투영된 결과물. 특히 주된 초점으로 다뤄진 이수영은 자신의 '결핍'을 채워주는 한비를 숭상할 정도였고, 그 숭상이야말로 '결핍'에서 비롯된 하나의 틀, 한비를 한비로 보지 않고 '보헤미안 친구'로 본 원인이었단 거지. 이수영은 그 진실에 결국 저항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좌절하고 절규해. 그걸 또 어머니는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처음 읽었을 때 주제가 뭔지 생각할 때 되게 난감했어. 이수영의 헛된 동질감이 진실 앞에서 무너진 것을 얘기하고 싶었나? 하지만 동질감을 일반화시키면서 전달하려는 건 아닌 것 같았고, 되게 애매해서 해설을 살짝 뒤져서 소제목만 알아보니까 결핍된 우정이라는 키워드가 있더라고. 그래서 대강 알아들었지. 작중 초반에 다뤄진 이수영의 결핍이 한비를 통해 채워지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이수영은 한비에게 집착했고, 그 집착이 한비를 "보헤미안 친구"로 만들었던 것. 정작 한비는 이수영을 "예술가 친구"로 봤지. 한비는 특이한 건 맞지만 특별한 것은 아니었어. 이수영의 한비가 특별했던 것이었지. 반대로 한비의 이수영은 친했지만 사랑할 정도는 아니었고, 특이했지만 특별하지 않았기에 계속 선을 그으며 거리를 뒀던 것이었고.


한비의 결핍에 대해선 작중에서 다뤄지지 않았지만(이수영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내 생각엔 관계 그 자체에 결핍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네. 초반엔 이수영과 분명히 친하게 지냈지만, 이수영의 열렬한 구애(?)의 현장에도 한비는 아랑곳 않고 주변과 계속 어울리고 이수영과는 어울리면서도 한편으로 선을 그었던 것, 몬트리올 여행에서 이수영보다 자기 남친을 우선했던 점... 그런 것들을 종합해보면 한비는 그저 '관계' 자체를 원했기에 그런 것들을 조절하려하지 않았나 싶어. 남친 같은 경우는 좀 특별하지 않았나 싶고. 좀 더 생각해봐야 알겠지만 당장 독서 끝마친 시점에선 이렇네.


여하튼 한비의 특별함에 대한 자세한 서술이 없었던 것은(특별함에 대한 묘사는 많았지만), 어쩌면 이수영의 '틀'에 갇힌 시각을 대변한 게 아닐까 싶어. 실제로 드러난다면 우리로선 "엥? 이게?" 싶은 것이었을지도 몰라. 그것을 잠시 가려두기 위한 일종의 장치였던 게 아닐까 싶네.


문장도 괜찮았고, 한비 묘사하는 것이 좀 숭배하듯 묘사되는 것만 빼면(이해할 수 있는 범주이긴 해), 괜찮았어. 주제도 나쁘지 않았고. 딱히 거슬리는 내용이나 설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 진짜 괜찮고 재밌게 읽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