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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렸다. 백수린 작가야. 오늘 안에 3개 읽고 싶은데 가능할랑가 모르겠네. 딴짓 안 하면 될 것 같긴 한데ㅋㅋㅋ


순서는(링크 첨부 예정임)


오물자의 출현(강화길)

기괴의 탄생(김금희)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김사과)

신세이다이 가옥(박민정)

동경 너머 하와이(박상영)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백수린)

밤이 지나면(손보미)

남은 기억(윤성희)

버킷(윤이형)

내일의 연인들(정영수)

보내는 이(최은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최은영)


이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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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요약


온실 속 화초가 발랑 까진 애를 만난다면



정말...... 정말 잘 읽었어. 어제 저녁에 좀 더 힘을 내서 읽지 않은 것을 후회할 정도야. 사실 앞선 작품들로 인한 피로감 때문에 더욱 선녀 같이 보이는 게 있을지 몰라도, 진짜 오랜만에 한국근대소설 읽는 느낌이 났어. 그것도 현대식 근대소설. 대충 내가 좋아한다는 얘기야.


뭐랄까, 솔직히 말하자면 좀 클리셰이긴 해. '나'는 엄격한 엄마 밑에서 자란 온실 속 화초, 모범생이자 우등생, 순수하지만 순진하지는 않은, 자신과 다른 이면의 세계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고, 그런 '나'와 대비되는 '다미'는 순화한 표현으로 발랑 까진, 속된 표현으로는 어린 나이에 펠라치오와 섹스를 하는 빗치에 가깝지.(더 속된 표현은 나중에 이거 바탕으로 보고서 작성해야 돼서 안 쓰는 거야 orz)


한 마디로 순수한 모범생이 발랑 까진 애랑 만나면서 생긴 삶의 변화 정도? 근데 타락하는 정도가 아니고, 근묵자흑이 될 뻔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끝난 뒤, 그걸 다시 회상하면서 여운있게 마무리된단 점에서 왠지 모를 힐링을 받아버렸어(...)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 읽을 땐 "아... 그래도 이 정도면 다른 거에 비해 선녀 같지."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확실하게 선녀라 말할 수 있어.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은 올해 문제소설 1픽이다 진짜ㅠㅠ 물론 나머지 6개를 더 읽어야 되겠다만.


상징과 비유가 굉장히 적절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들어갔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공간인 '아카시아 숲'(진짜 숲이 아니고 둑방길에 핀 아카시아 나무가 있는 것을 두고 빨간 머리 앤의 '자작나무 숲'을 따와 작명한 것)의 상징성이나, 그것을 다미와 공유할 때나,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차장이 된 나'가 오랜만에 다미와의 통화하다가 어딘가 불어온 아카시아 꽃향기를 맡는다던가...... 그거 말고도 마지막 큰 개의 성기가 갑자기 나오고, 그것을 보고 까닭 모를 웃음을 짓는 '나'도 과거 다미와 더 가까워지게 된 계기이자 이면의 세계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게 된 계기인 미친 노인의 성기에 대한 대치인 것 같고......


앞선 작품들 때문에 굉장히 고평가된 것 같지만, 이것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봄향기가 풋풋하게 나오는 사춘기 소녀들의 일탈 과정과, 성과 사랑에 관하여...... 그런 클리셰와 상징과 비유가 적절히 섞여 잔잔하고도 여운 있는 평이한 느낌을 줘. 앞선 작품들보다 문장이 이쁘고 잔잔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 내용 덕인 것도 있지만 글을 잘 쓴 건 맞아. 진짜 기분 좋게 읽었다.


난 또 중간에 '나'가 사실 양성애자 혹은 레즈비언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닫는다든지, '다미'가 생각 이상으로 또라이라든지 그런 걸 생각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건전했고, 생각 이상으로 엇나가지도 않고, 다미가 '나'를 노래방에 초대할 때도, 그 후에 좁은 집에 모여 소주 깔 때도(참고로 이때 중2였음...), 그 후 늦게 돌아가는 길에 '나'가 배웅해준 남자애에게 짧게 입맞춤을 했을 때도...... 그냥 전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아등바등 발악한 느낌보다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춘기의 모습들을 잘 표현해낸 느낌이라 너무 좋았어.


'다미' 외에도 선주라는 애도 되게 현실감 있고, 그냥 현대의 여자애들의 사춘기 시절을 잘 보여준 것 같아서 몰입감도 좋았어. 단점이랄 건 딱히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이건 내가 너무 선녀 같이 본 것 때문에 못 보는 것일 수도 있지만, '평이하다'라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일 듯.


만약 2020 올해의 문제소설을 사야될 이유를 묻는다면 난 백수린의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과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를 보기 위해서라고 답하겠음. 나머지 6개도 얼른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