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딱보수꼰대 로어셰크가 아마겟돈이 와도 타협하지 않는다고 외쳤듯,
예술의 역사는 결국 타협하지 않는 자들의 역사이기도 했다. 다른 말로는 죽어도 말 안 듣는 또라이들의 이야기지만.
당연한 이야기지만, 작가들도 먹고 살려면 팔리는 글을 써야하고, 책을 내주는 출판사들도 먹고 살려면 팔리는 글을 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 자체를 나쁘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읽는 고전들 상당수는 어찌되었든 당대에 많이 팔리던 글들이니까.
하지만 '상당수'에서 알 수 있듯, 그 나머지는 좀 다르다.
당장, 보들레르만 하더라도, 오늘날 상징주의의 왕이자 현대시의 아버지로 추앙받지만, 보들레르가 살던 당시 보들레르는 힙스터들의 왕일 뿐, 딱히 대중적으로 팔리던 작가는 아니었다.
오히려 당대 대중적으로 가장 잘 팔리던 작가들이 오늘날엔 묻히는 경우도 많고, 당대엔 마이너힙스터 픽이었던 작가들이 마치 그 시대의 널리 알려진 대표작가인양 포장되어 오늘날 고전으로 뽑히는 경우도 상당하다.
그렇지만 문제가 생긴다.
잘 팔리는 글들이야 출판사들이 알아서 잡겠지만, 그 당시엔 힙스터픽으로 불리는, 미래의 고전들은 대체...어떻게 출판을 한 거지?
심지어 모더니스트들 상당수는 당대엔 힙스터픽이었다. 물론 틀딱이 되고 나선 메이저로 등극하지만, 그건 개네 입장에서도 수십년 후의 이야기고.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오늘은 바로 그러한 모더니즘의 출판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잡지들>에 관한 이야기다.
일명 <리틀 매거진>이라 불리는 소규모 힙스터 잡지 출판이 바로 그러한 모더니즘을 구원한 출판 형식이다.
19세기부터 시작된 이 <리틀 매거진>이라 불리는 출판 방식은 20세기 초중반까지 유럽 이곳저곳에서 핫해지면서 모더니즘을 구원한다.
'리틀'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리틀 매거진들은 주류 잘 팔리는 매거진들과 달리, 주로 소수 독자들을 위해 출판하는 잡지들이었다. 때론 그 규모가 워낙 작아서 동인지에 가까운 형태이기도 했다.
대게 그럭저럭 돈이 있는 중산층이나 부유한 이의 후원을 받는 경우도 상당해서, 말 그대로 당시 예술적으론 뛰어나보이지만, 안 팔릴 힙스터픽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발표하는데 주력하던 잡지들이다. 혹은 외국의 힙스터픽을 번역해서 소개해주거나.
아주 옛날엔 소로우 같은 이들의 작품도 이러한 리틀 매거진으로 출간되기도 하였다.
가장 오래된 리틀 매거진 중 하나였던 <다이얼지>의 한 호의 모습이다.
수록된 작가들만 보더라도, 엘리엇, 슈니츨러, 호프만스탈, 도스 패소스, 예이츠, 이반 부닌 등 이 시리즈를 봤다면 제법 낯익을 전형적인 모더니즘 픽이란 걸 알 수 있다.
오늘날에도 이 <다이얼지>는 대표적인 모더니즘 발굴 리틀 매거진으로 유명하다.
<대중의 취향과는 타협하지 않음>
대중의 취향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매 호마다 박아넣은 이 전설적인 리틀 매거진 <리틀 리뷰>는 역시 또 다른 모더니즘의 보배와 같은 잡지였다. 에즈라 파운드 등의 도움을 얻어 편집자였던 마가렛 앤더슨이 운영했던 이 잡지는 오늘날까지도 <율리시스>를 연재했던 잡지로도 유명하다.
독붕이들이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즐길 수 있게 만든 1등 공신 중 하나다.
이 '대중의 취향과 타협하지 않음'이란 문구 자체는 리틀 매거진이란 출판 형식을 대표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새롭게 하라>와 더불어 <모더니즘>을 상징하는 표어로도 오늘날까지 널리 쓰인다.
단순히 편집인이나 출판업자들 뿐만 아니라, 모더니스트들 본인들이 직접 이러한 리틀 매거진을 창간하기도 하였다.
가령, 에즈라 파운드와 윈덤 루이스가 합동하여 보티시즘 매거진으로 창간한 <블래스트> 같은 경우도, 오늘날 대표적인 모더니즘 잡지다. 물론 3호까지 내고 관뒀지만.
이후 윈덤 루이스는 다시 한 번 <적>이란 이름의 잡지를 펴낸다. 이것도 3호까지 하고 관뒀지만.
이러한 리틀 매거진 형식 자체는 사실 영미권이 주류였다. 그 외 프랑스에서까지 퍼지기도 하였지만, 어디까지나 주류는 영미였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소규모, 혹은 동인 형식의 모더니스트들의 잡지 자체는 이곳저곳에서 나타난다.
역시 대표적으론 페르난두 페소아가 중심으로 참여한, 오늘날 포어문학 역사에서 중요한 지점 중 하나인 <오르페우> 지의 창간이 있을 것이다.
페르난두 페소아를 대표하는 초상화에도 그려져있을 정도로 페소아와 포어 문학을 상징하는 이 전설적인 잡지는 페소아 생존 당시엔 2호까지 나오고, 망했지만,
최근에 포르투갈 현지에서 3호를 추종자들이 내놓기도 한다.
그리고 이건 내가 리스본 페소아 집-박물관에 갔을 때 거기 전시되어있는 위짤의 초상화다.
아무튼 모든 문학이 그러하듯,
<모더니즘> 또한 단순히 글을 쓰는 모더니스트들만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가령, 조이스의 끝없는 야설을 일일히 미국 출판당국에게 검열을 피하기 위해 변호하던 리틀 매거진의 편집자들의 숨은 노력처럼,
글 뿐만 아니라, 그들을 믿고 출판시켜주던 출판업자들의 눈물과 피와 땀이 모더니즘의 역사에서 살아숨쉬고 있다.
물론 이들의 노력은 망각되진 않았다.
리틀 매거진을 주제로한 연구도 오늘날까지 활발하니까.
그러니 출판계의 멸망 앞에서도 대중의 취향과는 타협하지 마라
모더니스트의 기묘한 모험
- 20세기 최고 시인 예이츠의 환상록과 자서전 읽으쉴?
- <율리시스>는 어떻게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책이 되었는가?
- 위대한 피츠제럴드 (1), (2)
- 토끼공듀의 삶
- 만델스탐의 노래
- 악어들의 거리
- 독일인이 오리라
-머피를 기다리며 (1)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서 (2) 계승하는 중입니다 (3) 계속한다, 계속할 수 없다, 계속해야만 한다
-저주받은 상징주의자들 (0) 저주받은 시인들 (1) 세계는 한 권의 책을 위해
모더니스트의 선조들
좋았어 러시아 여행 다음은 포르투갈이다
와 저런 게 김치문단에 필요한데
NRF 같은 잡지도 이런 류인가
님 글 다 넘 힙해여 존멋탱...
.
보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