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실히 예전의 김영하는 똘끼가 있었다. 오래 전에 쓴 산문들에는 그 똘끼가 날 것 그대로 나타나고, 예전 소설을 읽어봐도 아 이 작가 평범한 사람은 아니구나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 비상구, 아랑은 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에서 보이는 소재의 특이함과 등장 인물들의 기행은 표지에 있는 그의 사진과는 정말이지 안 어울렸다. 하긴 깡마르고 안경도 벗은 과거의 김영하는 지금의 모습과도 엄청나게 다르다. 강연회나 북콘서트 심지어 힐링캠프에서 이 시대의 청춘들을 위로하는 김영하와 표지의 깡마른 김영하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인다. 그저께 갔던 강연회에서 김영하는 소설 속 자신의 캐릭터들도 굉장히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짧게 언급한 바 있다. 그에 못지 않게 작가 자신이 변했다는 것도 알겠지.


- 20대 독자들은 이우일이 누군지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다. 노빈손과 도날드 닭을 좋아했지만 나에게도 그는 옛날 만화가였다. 학습만화 노빈손 시리즈로 지금도 잘 먹고 사는 듯하지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노빈손 시리즈에 누가 큰 관심을 가지겠는가. 현재는 학습 만화를 그리는 그이지만 이 책의 그림은 정말 뜨악하다. 책을 다 읽고 찾아 본 몇몇 서평에서는 그의 그림을 욕하는 내용이 적어도 절반 이상이었다. 아무리 2000년대 초반 엽기 감성이라곤 하지만 지금 보기엔 확실히 특이하다. 일러스트는 평범하지만 꼭지마다 하나씩 나오는 4,5컷 만화에선 아버지가 아들을 때린다. 당연히 사랑의 매와는 관계없는 폭력이다. 보기에 따라 굉장히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다시피 김영하는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아 보인다. 딱히 즐기지도 않는 것 같다. 영화사나 영화인들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도 크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서 이동진의 영화평론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터. 김영하의 영화이야기는 오롯이 작가 특유의 관찰력과 상상력으로 쓰여진 책이다. 거기에 작가의 개인적 경험들이 무쳐져 꽤나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편하게 쭉쭉 읽어 갈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출간 후 15년이 흐른만큼 영화나 감성에서 아재 냄새가 나는건 어쩔 수 없을 듯.


- 4월에도 작가를 만났고 작가가 나왔던 그저께 강연회에도 참석했다. 곧 있을 신간출시기념 작가와의 만남에도 나갈 예정이다. 백수짱짱맨. 4월에는 영화 GV에서 사인을 받았는데 요즘도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느냐고 다시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