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정도 전의 일인데

당시 고등학생이던 나는 언어영역 공부를 위해 속독을 배우면서

묵독을 권장하는 학원이 있다는 걸 알았고 속읽기조차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는 걸 알았었어

근데 나는 항상 그 가르침에 의문을 가졌거든

물론 당장의 읽기 속도를 높이는 데 있어서 속읽기를 제거한 묵독이 효과적인 방법일지는 모르지

하지만 그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이른 바 사상누각의 방법에 불과하다고 느껴졌어

정말로 문해력과 문장력을 키우고자 한다면 정통적인 방법으로 정독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문을 가지면서 살다가 약 6년 전부터 나는 '소리 내어 읽기', 즉 음독의 세계에 빠져왔어

한 글자 한 글자 음독하니까 당연히 책 한 권을 읽는 속도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지더라

소리를 낸다는 것과 한 문장, 한 단어, 심지어 한 글자 속의 뜻까지 읽는 데 신경을 쓰다보니 책을 읽으면 국부적인 해석에 몰두하게 될 뿐 전체적인 맥락 파악도 뒤떨어지는 경우도 있더라

그래도 그렇게 한 권씩 음독한 책을 쌓아가다보니 지금은 소리를 내어 읽은 책의 권수가 50권이 넘는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얻은 게 뭔지 아냐?

한 글자씩 소리 내어 글을 읽어내는 속도가 남들이 속독으로 읽는 속도에 크게 뒤쳐지지 않아

국문법적 지식이 나도 모르는 새에 체화된 듯 문장력이 생기고 문장이 깔끔해졌어

음독의 속도가 빨라지니 문맥 파악에 있던 어려움이 없어졌고, 그 한계를 뛰어넘어서 남들보다 정밀한 읽기도 가능해졌어

한 글자에 담긴 뜻과 뉘앙스를 알게 됐고, 한문을 따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어떤 단어를 구성하는 각 글자가 어떤 한문에서 파생된 뜻으로 구현되고 있는지도 알게 됐지

왜 학창시절에 남들은 죽어라 하는 국어공부 한 번 안 해도 시험에서 만점 가까이 받던 아이들 더러 있지?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아 뿌듯해

재미삼아 수능 국어랑 공무원 국어 시험지 풀어보니까 시간 넉넉히 남기고 만점 나오더라

세계 최고의 언어 한글의 숙련도를 이 경지까지 끌어올린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앞으로 내 아들, 딸을 가지게 되면 가르치고 싶은 건 딱 하나야

책을, 아니 글을 소리 내어 읽어라

모든 글을 소리 내어서 많이 읽어라

그것 하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