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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난해하지는 않지만 난잡하다. 처음에는 인물들이 자기들끼리 아는 말만 해서 상황에 따라가기가 힘든데, 그래서 대충 읽어버리면 나중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인물들 말에 집중해서 읽고 몇 번 앞으로 다시 가서 읽으면 어느정도 인과관계가 보이고 인물들의 말과 행동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소설에는 두가지 이야기가 공존한다. 네차예프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와 스타브로긴의 이야기.

전체적인 줄거리
정신없는 상황들과 왔다갔다 하는 서술 시점, 이것들은 굉장히 소설적 분위기와 내용에 어울린다.

이 소설은 신세대와 구세대의 사회적 혼란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소설도 혼란하다. 소설의 상권은 거의 등장인물 소개와 구세대의 모습으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우리는 스쩨빤을 바라보는 화자 '나'를 통해 구세대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소설 중권부터 신세대들이 소설 중앙으로 들어오면서 많은 게 바뀐다. 그들의 본격적인 참여로 소설에는 화자 '나'도 소설 중앙에 있던 스쩨빤도 밀려난다. 그들이 소설적으로도 내용으로도 구세대를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소설은 신세대들로 진행되며 시점도 왔다갔다 한다. 그러고는 신세대들이 구세대를 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스쩨빤 아들 뾰뜨르를 통해 강하게 느낀다. 그는 자기 아버지를 부정하고 지사에게는 이를 들어내보이는 반면 사교계에서는 이를 감추고 순진한 인물로 행동한다. 뾰뜨르는 구세대를 부정한다. 그로인해 스쩨빤, 바르바라, 렘쁘께, 율리야 같은 구세대들은 그에게 놀아난다.

내용을 한 줄 요약하면 젊은 놈들이 조직 만들더니 늙은 놈들 엿맥이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내용으로 요약되지만 이것은 이야기 전개일뿐 소설의 진가는 다른 곳에 있다.
어째서 뾰뜨르 끼릴로프 샤또프 이 서로 다른 세 사람른 스타브로긴이라는 한 인물로 연결되는 걸까.

스타브로긴 이야기
이야기에 앞서 나는 스타브로긴이 죄와벌에서 나온 로쟈가 그리도 원한 '초인'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초인은 로쟈가 바란 인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또 그런면에서 그는 스비드가일로프도 닮았는데 다만 그는 두냐를 사랑한 것에 반해, 스타브로긴은 누구도 사랑하지 못했다. 여기에 관해서는 죄와벌을 읽은지 오래되서 많은 얘기를 하지는 못할 거 같다.

그는 언제나 이성을 잃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이성을 갖고 사람을 죽일 수 있으며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그는 죽음 앞에서도 이성을 놓지 않으며 심지어 여아에게 손 대는 순간에도 이성을 놓지 않는다. 그는 항상 자신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스타브로긴 이야기라 했지만 정작 스타브로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마지막 찌혼의 암자에서 파트 말고는 작중에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성격도 상권 후반에 장황한 설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로, 우리는 그에 대해서 그의 행동들과 그와 대화하는 인물들을 통해서만 추측할 수밖에 없다.

중권의 초반은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면 굉장히 치밀하게 짜인 전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뾰뜨르와의 대화, 끼릴로프와의 대화, 샤또프와의 대화, 레뱟끼나와의 대화. 이들이 스타브로긴과 1대1로 대화하는 장면들이 연속해서 나온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들의 대화에서 그들이 스타브로긴을 대하는 모습과 그들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서로 다른 사상을 갖은 인물들은 모두 스타브로긴을 없어서는 안돼는 인물처럼 대한다. 하지만 그들이 본, 그들이 알고있는 스타브로긴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이것을 레뱟끼나만이 인지한다. 이 세 사람과의 대화 다음으로 이어지는 레뱟끼나와의 대화에서 그녀는 스타브로긴이 변했다고 한다. 현 소설이 진행되는 시점에서는 이미 스타브로긴은 모든 것에 허무를 느끼고 있었다.
스타브로긴은 무한한 힘을 갖은 인물이지만 목적이 없는 힘이다. 그렇기에 이 힘은 결국 스타브로긴 자신을 파멸시키는데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서 세 인물은 서로 다른 사상을 부여 받는다. 샤또프는 슬라브주의를 끼릴로프는 인신사상을 뾰뜨르는 허무주의적 혁명사상을. 그의 넘치는 힘에서 뾰뜨르는 파생됐고 그의 정신적인 면에서 샤또프와 키릴로프가 파생됐다. 그렇기에 그들은 스타브로긴으로부터 파생된 전혀 다른 인물들이고 그들은 스타브로긴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스타브로긴은 이미 모든 것에 무관심하고 허무를 느낀다.
그는 작품에 후반에 나오는 묵시록에 담긴 천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처럼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인물이다. 그에게는 믿음도 무신앙도 없는 무관심만이 존재한다.

그는 샤또프에게는 여아를 건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고백에서는 여아를 건드렸다고 말한다.
그의 고백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다. 찌혼은 말한다. 신은 모든 것을 용서한다고. 그러나 그의 고백은 죄를 인정하지만 참회는 원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의 고백은 도전적이고 고통을 다른 고통으로 묻는 행위만을 반복한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도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며 신을 믿지 않는다. 이 장면은 얼핏 스쩨빤의 최후와도 비교가 된다.


원래 이 소설이 발간 될 때는 찌혼의 암자에서 파트는 편집자의 의견으로 빼기로 결정했고 그거에 맞춰서 내용을 약간씩 수정하다보니 도끼도 이것을 빼는 것이 낫다 생각하고 빼버렸다. 그러나 나는 이 파트가 빠져서는 안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파트가 소설 중간에 들어가서도 안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이렇듯 이 소설이 완성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직까지 스타브로긴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찌됐든, 결국 스쩨빤이 최후에 가서 말한 것처럼 이들은 악령에 쓰인 돼지들처럼 스스로 절벽을 뛰어내려가 호수에 빠져 죽는 자들이다. 그리고 스타브로긴은 악령 그 자체이다. 그는 절벽에 뛰어드는 악령 쓰인 돼지들처럼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