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조이스의 가장 야한 야설 <율리시스>는 모더니즘의 상징과도 같은 책이지만,
잡지 연재 시절부터 검열 위원회와 싸우고, 출간 이후엔 한참동안 금서로 지정되는 등 모더니즘의 수난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율리시스>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율리시스>의 고난과 수난은 율리시스-전쟁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자존심 강한 조이스학자들의 패싸움으로....!!
알다시피 원래 <율리시스>는 리틀 리뷰 등에서 연재되면서 세상에 처음 선을 보였지만, 이 <리틀리뷰>판 율리시스가 오늘날 우리가 아는 <율리시스>는 아니었다.
애당초 끝까지 연재하지 못한 채, 중간에 관둘 수밖에 없었으며, 연재된 분량도 오늘날 출판된 <율리시스>보다 대충 3-40프로 정도 분량이 부족하다.
잡지 연재를 마친 후, 조이스는 대대적인 수정 작업, 그리고 잡지에서 연재하지 못한 부분을 다시 쓰는 등 다시 고단한 작업을 해야했다.
그리하여 1922년 2월 2일, 조이스의 40번째 생일날, <율리시스>가 드디어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초판은 전설이 됨과 동시에,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전쟁의 시발점이 된다.
여러 문제가 있었다.
우선 <율리시스>가 잡지 연재 시절부터 미국 검열위원회와 계속 대판 싸워온 걸 출판업자들은 다 알았기에, 누구도 이 '폭탄'을 짊어지고 싶지 않았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셰익스피어앤컴퍼니> 서점을 운영하며 여러 모더니스트들의 친구였던 실비아 비치가 총대를 메고, 본인이 직접 출간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비아 비치 본인도 출판을 처음 해보는 거라 그 과정 속에서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율리시스'의 원고였다.
오늘날처럼 워드 파일을 인쇄소에 보낼 수 있는 게 아니라, 당연히 작가가 타이핑한 원고를 인쇄소에서 처리하는 형식인데,
<율리시스>는 영어로 쓰인 소설이었고, 당시 실비아 비치는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었다.
인쇄소엔 '영어'를 아는 이들이 없었다. 자연스레 영어를 모르는 인쇄업자들이 그냥 보이는대로 원고를 인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오탈자나 변형이 발생했다.
단순히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조이스가 건네준 <율리시스>의 원고 자체가 누더기 골렘에 가까울 정도로 난잡한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영어도 모르는 이들이 영어로 쓰인 어려운 소설의 원고를 누더기 골렘 같은 걸로 받아놓았으니, 개판의 삼박자가 겹치면서 개판 오분전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당연히 출판이므로 교정쇄가 존재하고, 이 교정쇄를 작가 본인이 검토하여 오탈자 등의 오류를 고치면 된다...!!
더군다나 자기가 찍은 검은 점을 없애놓았다고 인쇄업자들에게 깽판친 우리의 혐성갑 조이스가 아니던가?
힘내라 조이스...!!
(................)
문제는 정작 교정쇄를 꼼꼼히 검토해야할 조이스마저도 상태가 영 아니었다.
"시-바 장님될 거 같아 돌아가시겄다~"
원래 조이스는 반-리신 작가인 걸로 유명한데, 이 시기엔 특히 녹내장 등 안구질환 등으로 연일 고생하면서, 드러누웠다.
교정쇄를 일일히 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이렇게 초판 <율리시스>는 대충 2천 개가 넘는 오탈자 및 오류를 담은 채 출간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초판이라도 '가장 정확한 판본'이라고 칭하는 조이스 학자들도 몇몇 있다.
물론 이렇게 초판 인쇄가 개판이 되는 고전이 드문 것은 아니다. 당장 <위대한 개츠비>만 하더라도, 수십년 간 개판인 초판을 그대로 출간해오다가, 캠브릿지 대학에서 총대 메고 편집하여 대규몬의 오류를 수정한 판본을 오늘날 쓰고 있으니까.
조이스는 죽었고, <율리시스>는 모더니즘의 대표작이 되어 세계 이곳저곳에서 붐이 일어나는 중, 드디어 못 마땅한 조이스학자들이 총대를 메고 오류를 수정하기 위하여 조이스의 여러 원고들을 모아놓고, 수정판을 내놓는다.
1960년, 영국 부들리 헤드사에서 내놓고,
이를 다시 1961년 미국의 모던 라이브러리에서 그대로 출간한, 일명 1960/61년 모던 라이브러리 판본이다.
오늘날까지 가장 널리 쓰이는 <율리시스> 판본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1960/1년 판본조차도 오류를 피할 순 없었다.
그치만....조이스짱....너무.....악필인 걸?
육필 원고와 조이스가 지인들에게 보낸 여러 원고들과 초판에 쓰인 누더기판본 등을 긁어모아도....조이스짱 악필 때문에 오류를 피할 수 없는 걸?
"내가 직접 나서겠다."
1960/61년 판본이 여전히 오류가 있다는 것에 절망하고 있을 때, 수십년이 흘러 한 조이스학자가 혜성같이 등장한다.
1984년, 3권으로 된 <율리시스>의 새로운 판본이 출시된다. 수천 개의 기존의 오류를 고쳤다고 주장하는 이 판본.
한스 개블러가 주도한 일명, <개블러 판> 율리시스의 등장이었다.
수많은 조이스의 원고들을 끌어모으고, '조이스의 의도'를 살려내었다고 가블러 본인은 주장하였다.
그렇게 가블러는 성공하는 듯보였다.
조이스 재단은 이 판본을 새로운 정본으로 선언했고,
펭귄 등의 대형출판사에선 이제부터 가블러판본을 베이스로 <율리시스>를 출간하겠다고 선언했다.
"하하 고맙소 고맙소 동무들."
"개소리 집어쳐!"
그러나 이는 오히려 <율리시스>의 판본을 둘러싼 새로운 전쟁의 서막이었다.
조이스학자 존 키드를 비롯한 몇몇이 가블러 판본과 그의 방법론, 그리고 판본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가령, 가블로 본인이 선택한 것이 정말 조이스가 출간하기 위해 결정한 선택인지, 혹은 그가 수정했다고 하는 오류들, 가령 인물의 이름 등이 사실은 오히려 가블러 본인의 오류가 아닌지 등 오히려 가블러 판본이 새로운 수백 개의 오류를 만들어놓았다며 분석서를 내놓는 등 전쟁이 일어났다.
거기에 키드는 조이스 재단까지 겨냥했다.
이 아이는 커서
이렇게 추해졌습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유일한 손자 스티븐 조이스.
조이스 사후 조이스의 저작권 등을 관리해오던 인물이자 오늘날까지 조이스학자들이 증오하는 인물로 손꼽힌다.
조이스와 그의 딸 루시아 간의 편지 등의 기록을 가족의 불명예란 이유로 전부 없애버린 인물로도 유명하고,
사사건건 조이스 원고 연구 등을 방해하며 학자들의 원성을 샀던 스티븐 조이스.
몇 년 전에 죽고, 조이스의 저작권이 이젠 끝나버려서 더 이상 학자들이 고통받진 않지만,
존 키드는 스티븐 조이스가 이끄는 조이스 재단이 이 문제 많은 가블러 판본을 재빠르게 공인한 것을 저작권이라며 비난했다.
스티븐 조이스가 저작권이 끝나가는 <율리시스>의 저작권을 연장시키기 위하여 '새롭게 편집한' <가블러판>을 공인했다는 이유였다.
"반동이야 전위대! 전위대!"
물론 가블러 측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존심 강한 두 조이스학자간의 대결은 일어났고, 학자들은 두 패가 된 채 패싸움을 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가블러의 판정패에 가깝다.
1990년대 이후 펭귄 등의 출판사는 다시 가블러판본 대신, 기존의 1960/1년 판본을 베이스로 <율리시스>를 출간하기 시작했고,
'가블러판' <율리시스>는 오늘날까지도 가장 논란이 많은 판본으로 알려진다.
한때 국내에도 <가블러판>으로 율리시스가 재출간되었다가, 어느 순간 다시 1960/1년 판본으로 돌아간 걸로 알고 있다.
이러한 율리시스 전쟁 끝에 조이스 재단 측은 더 이상의 판본 공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고,
2012년 조이스의 <율리시스> 저작권이 미국에서 끝난 이후엔 다시 1960/1년도판본 율리시스, 초판본 율리시스, 가블러판 율리시스, 심지어 리틀리뷰 연재판본 율리시스 등 수많은 조이스의 <율리시스> 판본들이 여기저기에서 출간되고, 읽혀지고 있다.
그럼 대체 우리 같은 평범한 독자들은 무엇을 읽어야할까?
사실 자잘자잘한 오타나 글자, 혹은 띄어쓰기 등을 수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몇몇 문장의 뜻이 조금 바뀐 정도에 불과하므로
조이스 학자가 아닌 이상, 그냥 많이 읽는 판본 읽어도 상관없다.
어느 판본이나 다 오류가 있고, 그렇기에 앞에서 언급한대로 차라리 그냥 초판 판본이 낫다는 이들도 소수지만 있으니까.
물론 나처럼 그냥 다 사면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같이 모으자~
아무튼 가블러판본을 사실상 침몰시킨 우리의 조이스 학자 존 키드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전쟁 끝에 키드 본인은 진정한 <율리시스> 판본을 선보이겠다고 외치며 학계의 사람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고, 키드 본인은 한순간 사라졌다. 연구 끝에 돌아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비교적 최근인 몇 년 전 칼럼에 따르면, 은둔하는 존 키드는 반-페인이 된 상태로 길거리의 다람쥐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이웃들에게 종종 목격된다고 한다.
율리시스 전쟁에 온전한 승자란-----없다.
전쟁은 나쁜 거야.
모더니스트의 기묘한 모험
- 20세기 최고 시인 예이츠의 환상록과 자서전 읽으쉴?
- <율리시스>는 어떻게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책이 되었는가?
- 위대한 피츠제럴드 (1), (2)
- 토끼공듀의 삶
- 만델스탐의 노래
- 악어들의 거리
- 독일인이 오리라
-머피를 기다리며 (1)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서 (2) 계승하는 중입니다 (3) 계속한다, 계속할 수 없다, 계속해야만 한다
-저주받은 상징주의자들 (0) 저주받은 시인들 (1) 세계는 한 권의 책을 위해
모더니스트의 선조들
ㅉㅉ 율리시스같은 야설 읽을 바에 건-전한 갓소설 피네간 읽겠다!
팩트)피네간 주인공 H.C.E.는 공원에서 오줌누는 여자아이의 모습을 훔쳐보면서 딸침.
왜 전쟁도 즈그식으로하는거야
율리시스를 명분 삼아 학자들끼리 싸우는 것 같네ㅋㅋㅋ
음 정영문도 도쿄나 베이징에서 책을 출간하면 저렇게 되겠군
다 살 생각 없으면 뭐가 맞는 픽임?
물론 나처럼 그냥 다 사면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같이 모으자~ ----여기서 공포를 느끼면 되는 거냐?
비교적 최근인 몇 년 전 칼럼에 따르면, 은둔하는 존 키드는 반-페인이 된 상태로 길거리의 다람쥐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이웃들에게 종종 목격된다고 한다.-----여기서 또한번 공포를 느꼈다
아아.... 결국 모든 것은 다람쥐인가...
그냥 7200원짜리 펭귄 클래식판으로 사야겠다.
다람쥐랑 대화한다는게 레알임? 드립임?
수학자들 너무 파다보면 정신분열로 돌아버린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문학도 똑같구만.
다람쥐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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