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를 개로 만들고 싶어서 나는 쓰기 시작했다
쓰다 보니 그것은 소설이었다
아름답고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그 아이는 개였다
하얗고 털이 많고 항상 혀를 내밀고 있다
그 아이는 운전을 잘하는 개여서
우리는 차를 타고 어디든 갔다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개였다
나의 품에 안겨서 자주 낑낑거렸다
석양이 질 때면 우수에 찬 개였고
머리를 기대어 앉으면 두 심장이 뛰는 밤이었다
어느 날 나는 나의 영혼을 견딜 수 없었다
그 아이가 너무 좋았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개에게 고백했다
사,랑,해
너무 떨려서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짜내며
한 음절씩 끊어 말했다
그 아이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자꾸 짖었다."
그것을 다 썼을 때, 어디선가 불이 났다
그것은 소설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나는 나의 아름다운 소설을 보여주고 싶었으나
그 아이는 개가 아니다
/황인찬, 오수
[일반] 좋아하는 시 한편
익명(119.66)
2020-04-2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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