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시에 대한 환상이라고 할까? 선입견 같은 것이 있는지 시라는 건 서정적이거나 어떤 상징을 담고 있거나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아마 읽어본 시도 별로 없고 읽고서 '좋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위에 말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
근데 시집을 사서 읽다보면, 내가 잘못 고른건지 원래 시가 그런건지 뭔 몽골의 어디어디 이탈리아의 뭐시기 이러면서 공감도 안될 외국 문화에 대한 얘기나 장광설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주저리주저리가 너무 많이 보여서 책을 덮게 되더라.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걸 읽으면서도 무언가를 느끼고 끌어낼 줄 아는걸까? 아니면 그냥 있는 작품들 다 싣다보니 이상한 것도 담기고 하필 그런걸 보고 내가 실망하게 되는걸까?
현대시는 서정이니 상징을 담니보단 이미지들의 연쇄에 훨씬 집중함. 시인의 미적 세계관에 맞게 단어의 사용까지 변주해버리고
황병승 김경주 읽어봐
변덕쟁이 여자는 늙도록 이곳저곳을 흘러다니며 구름만큼이나 많은 남자들을 만났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나의 이름은 구름이다, 구름만큼이나 시시한 소개를 늘어놓으며 판타스틱 로맨틱 언덕에서 첫아이를 뚝떼어 만들고 이름 모를 호수와 굴뚝을 옮겨다니며 구름만큼이나 많은 아이들을 남겨둔 채 어디론가 흩어졌다 구름만큼이나 가벼운 짓이었다 어머니 없이 자란 소녀들은 어느새 주먹만한 유방을 달고 어머니를 쏙 빼닮은 얼굴로 크고 작은 고민에 빠진다 아름다운 것 비극적인 것에 이끌려 진정한 로맨스란 무엇인가 만남과 이별 눈물과 후회 날마다 수다를 떨고 솜털의 소년들은 소녀들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나의 이름은 구름이다, 구름만큼이나 낡아빠진 목소리로 위대한 것 웅장한 것을 노래하느라 정신이 없다
꿈속의 수많은 아버지들이 짓다 허문 모래성이라는 것 이미 들통났는데 창밖의 판타스틱 로맨스 소년 소녀 들은 뭉쳤다 흩어지고 다시 뭉쳤다 흩어지며 오후 내내 구름만큼이나 시시한 짓들을 벌이고 있었다
황병승
시는 내용으로만 이루어진게 아니라 번역으로 온전히 전달될수없어
어쩌면 벽에 박혀 있는 저 못은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깊어지는지 모른다이쪽에서 보면 못은그냥 벽에 박혀 있는 것이지만벽 뒤 어둠의 한가운데에서 보면내가 몇 세기가 지나도만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못은허공에 조용히 떠 있는 것이리라바람이 벽에 스미면 못도 나무의 내연을 간직한빈 가지처럼 허공의 희미함을 흔들고 있는 것인가내가 그것을 알아본 건주머니 가득한 못을 내려놓고 간어느 낡은 여관의 일이다그리고 그 높은 여관방에서 나는 젖은 몸을 벗어두고빨간 거미 한 마리가입 밖으로 스르르 기어 나올 때까지몸이 휘었다못은 밤에 몰래 휜다는 것을 안다사람은 울면서 비로소자기가 기르는 짐승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김경주
외국시는 번역 어쩌구 하지만 보들레르 읽으면서 느낀게 많았다. 개인적으로 현대시는 좀 난해한 감이 있고 19세기 20세기 즈음 읽으면 좋을 듯
국내시도 20세기 시들 읽어보셈. 이육사 유치환 비장한 맛 있고 좋음
이상 읽으실?
여러 번 읽어보고 소리내서 읽어보고 손으로도 써보고 하다보면 어느순간 아! 하는 느낌이 옴. 애초에 직접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그 느낌을 전달하겠다는 게 목절이라
목적
ㅇㅇ 물론 해석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해석에 목매고 이 시어는 이런 뜻이고 이건 저런 상징이며 하면서 읽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이 무엇을 연상시키고 어떤 느낌을 주는가에 주목해야 함
상징과 비유는 요리조리 돌려보며 이것저것 적용시킬 때 이해가 가능함. 이미지를 떠올려보고 직관적인 느낌이 올 때까지 감상을 하는 걸 추천할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