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 최치언 |
<깨물면 과즙이 흐르는>
황인찬
설탕을 잔뜩 넣고 약한 불에 과일을 졸입니다.
그러면 잼이 된다고 하더라구요.
빵이나 비스킷에도 발라 먹을 수 있고, 파이를 만들어 먹을 수 도 있지요.
어, 또 어디에 쓸 수 있지?
아무튼 설탕을 잔뜩 넣고 약한 불에 과일을 졸입니다.
빵이나 비스킷을 준비해서 (어쩌면 파이도 만들어서)
같이 나가기로 했으니까요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어렵지 않아요
시간이 조금 걸려요
바닥이 눋지 않게 주걱으로 잘 저어야 하고,
너무 졸여서 딱딱해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이미 몇 번 실패했고, 지금이 세 번째 냄비)
그러는 사이 해는 지고, 울던 새들은 조용해지고,
모두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과일 상자에 남은 과일들은 이미 다 말라버렸습니다
지금쯤이면 그가 씻고 나와 뒤에서 안아주어야 하는데
앞으로 문은 십 년 동안 열리지 않습니다.
뒤로는 산처럼 쌓여 있는 잼통들......
잼은 대표적인 보존식이라 오래도록 먹을 수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리타의 습관>
황병승
나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싫어했어요.
리타 아침 먹어라 리타 배도 안고프니 리타! 리타!
새엄마의 발소리가 사라진 뒤에야, 나는 도어록을 풀고 식당으로 내려가죠
대개 가족들이 식사를 마치고 난 후에 혼자서 밥을 먹는데
어떤 날, 내가 미처 모르는 무슨무슨 기념일이나 축하연 자리에
언이 형부 이모 나부랭이들이 식당을 꽉 메워버린 날,
마소소사! 그런 날은 마치
새엄마가 나를 똥구덩이에 처넣은 듯한 기분이 들곤했죠
그 피할 수 없는 함정,
처음엔 입을 다물었어요
다음엔 용기를 내어 옆 사람의 스프를 떠 먹었고
그 다음엔 이모부에게 이렇게 말했죠
내 꺼 볼래?
나의 집에 있을 때면 혼자 밥 먹는 것을 좋아했어요
나의 연기는 점점 무르익어갔고, 새엄마는 더 이상
나를 가족들과의 식사에 부르지 않았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나와 친한 풀이나 낸시를 만나 식사할 때도
나는 나도 모르게 연기를 하는 거예요
그간의 일들을 차근차근 얘기하고 싶은데
입안 가득 미끄덩거리는 음식과 범벅이 되어버린 말들
뱉어낼 수 없었죠, 도무지
포크는 쉬지 않고 음식을 찍어대고
더 이상 씹어야 할 내 몫의 음식이 남지 않았을 때
웨이터를 불렀어요. 식사 도중이었지만
낸시의 스테이크 접시를 당장 치우라고 비명을 질렀죠
그러고는 냅킨을 집어던지며
폴과 낸시를 향해 막무가내로 퍼붓는 거예요
날 굶겨 죽이고 싶었지? 미치겠지? 너희 둘, 어림도 없어!
계획대로 될 것 같아? 무슨 계획? 꿈도 꾸지마!!
아무도 웃지 않았죠
나는 단지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싫어했을 뿐인데,
요즘은 침대 밑에서 먹어요
메어리는 안쓰럽다는 듯이 내게 말을 건네죠
리타, 이리 나와요 거긴 너무 어둡고......
샐러드가 코로 들어가겠어요
그럼 난 이렇게 대꾸하죠
걱정 마세요 수간호사님, 이건 그저 연기일 뿐이니까요
이 시간에 이런걸 올리다니 너무하네
너 무슨 시집 읽어? 이런 시는 어디서 찾는 거야? 이제껏 번역 시만 읽었는데 이런 시도 참 좋다..
걍 한국 현대시 좋아해서 이런저런 시집 많이 읽어ㅋㅋㅋ
혹시 추천해주고 싶은 시집 있어? 나도 한국 현대시에 관심이 생겼어
강호의 도리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장정일-햄버거에 대한 명상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