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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의 화제작. 나오자마자 사서 당시 만나던 여자애 집에 두고 읽다 싸우고 한 달 뒤에 가 보니 지 친구에게 줬단다. 올 초에 다시 사서 읽었다. 


-재밌다. 저자는 중세 전쟁사를 전공했지만 동양사 서양사는 물론이거니와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고생물학,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 문화인류학 등에도 꽤 깊은 식견을 보여준다. 물론 그 중에서도 전공인 역사에서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서고금의 사례들을 적절하게 끌어와서 논의를 풍부하게 하고 읽는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꽤 두꺼운 책이지만 충분히 재밌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 나는 여러 책들을 한꺼번에 읽는 편이다. 사피엔스를 읽으면서도 여러 책들을 함께 읽었는데 그 중에는 진화심리학과 진화생물학 책도 있었다.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방금 그 책들에서 읽은 내용이 너무 자주 나와서 깜짝 놀랐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과학혁명 이후에는 크게 놀란 적이 없지만 인지혁명과 농업혁명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한 꼭지에서도 몇 번씩 띠용 하곤 했다. 사실 저 두 분야 뿐 아니라 사피엔스의 내용 대부분이 새로울 것이라곤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건 여기서 저건 또 어디에서 봤던 듯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커다란 질문을 던지고 그 흐름을 설명하려다보니 이런식의 전개는 어쩔 수 없어 보이기도 한다. 이른바 빅 히스토리를 다룬 책인만큼 특별히 새로운 전개나 내용을 보여주기 쉽지 않은 것도 이해한다. 다만 전술했다시피 (또한 빅 히스토리를 다룬 책을 쓴 만큼) 저자의 관심이 여러 분야에 다양하게 펼쳐져 있고 이를 쉽고 재밌으면서 깔끔하고 단계적으로 풀어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처음에 책의 소제목들을 보면서 이런 강의를 들으면 16주동안 정말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마지막에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 저자의 후속작 제목처럼 이제 인간은 신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오고야 말았다. 아니 어쩌면 신이 되어야만 할 지도 모르겠다. 이전까지는 경제적, 정치적 불평등이 아무리 심해도 죽음이라는 최고/최후의 평등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넘어설 수 있는 시대가 오고 말았다. 길가메시가 그토록 염원하던 시대가 오고 말았다. 이처럼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백수라니.


- 저자는 총균쇠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와 비슷하지만 전공이 전공인만큼 동서고금의 사례들을 적재적소에 써 먹는 것이 보고 있으면 정말 재밌다. 이런 식의 커다란 이야기를 빌 브라이슨은 어떻게 할지 기대된다. 벌써부터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을 생각에 절로 미소가 생긴다. 유발 하라리 신작도 곧 있으면 받아 볼텐데 어느 책을 먼저 읽어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한다. 역시나 크게 새로운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지만 사피엔스 만큼만 썰을 풀어준다면 충분히 재밌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제목이 제목인만큼 전자에서 던진 질문을 이어가 준다면 더 없이 만족스러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