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조지오웰은 말하자면 입 아플 정도로 대단한 작가다. 한 조사에 따르면 가장 위대한 영국작가 50인 중 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1위가 궁금해지긴 했는데, 찾아보진 않았다. 보나마나 셰익스피어이기 뭐. 내가 아는 조지오웰의 대표작은<동물농장>, <1984>다. 고백하건데 <동물농장>은 읽어본 적도 없었고, <1984>를 겨우 작년에나 읽어봤다. <1984>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를 여기서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가 두번 놀란건 그는 저널리스트였고, 정당활동을 했으며, 대단한 에세이스트였다는 사실이다.
2. <나는 왜 쓰는가>는 조지오웰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종이책으로는 480페이지 가량 된다. 꽤 많은 분량이라 할 수 있다.나는 e북으로 사서 읽었는데, e북으로는 828페이지나 된다. 역시 정말 많은 분량이다. 주석 또한 많다. 특이한 건 e북의 주석이 종이책 기준으로 나온 것 같다는 것이다. 주석이란 보통 책의 뒤편이나 페이지 하단에 달려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e북은 희한하게도 주석이 본문 중간에 떡하니 있다. 본문을 실컷 읽는데 주석이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안 읽을 방도가 없다. 주석을 읽고 다시 본문을 확인하고, 다시 주석을 읽자니 꽤나 불편하다. 이 책을 사실 분들에게는 종이책을 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3. 조지오웰이 <1984>를 통해 전체주의를 경계하고 비판했다는 건 꽤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 같이 문학과 책에 문외한도 알고 있으니 두말하면 입만 아프다. <동물농장>이나 <1984>를 통해 그가 얼마나 전체주의를 증오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면, <나는 왜 쓰는가>를 통해서는 조지 오웰이란 인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본편이라 할 수 있다. 조지오웰은 영국과 유럽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에세이를 엄청나게 많이 썼다. 당시 영국은 식민지 지배의 영향력이 나날히 약해져갔고, 전쟁의 위협은 커져 갔으며 모든 것이 불확실한 때였다.그럼에도 영국 내부는 빅토리아 시대의 영광이 계속 유지될 거라는 자기최면적 믿음을 갖기도 했으며,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진보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정부의 정책을 일단 비판하는 것이 지식인의 기본 스킬인 양 그러고 있었다.
4. 조지오웰은 그런 영국 지식인들을 비판한다. 그가 영국 지식인들을 비판할 수 있었던 건 그들보다 학문적으로 뛰어났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버마에서 식민지 경찰간부 노릇을 했었고,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었다. 영국의 식민지 지배 실상과, 유럽의 전황에 대해서 현장체험을 했기에 지식인들보다 전쟁의 내면을, 영국의 내면을 잘 알았던 것이다.. 그가 경험했던 것들은 지식인들이 혀를 차며 냉소하는 것과는 괴리가 있었다. 언론 또한 헛다리를 짚은 건 마찬가지였다. 언론들은 전쟁터의 현장을 알리지 않았다. 아니 알리지 못했다. 들리는 뜬소문만을 보도했다. 마치 배포된 보도자료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사화해서 내보내는 지금의 언론과도 비슷한 것이었다. 말 그대로 가짜뉴스 급으로 전쟁의 상황을 보도했던 것이었다.
5. 따라서 조지오웰은 지식인들과 언론, 영국과 현재의 모든 상황에 대해서 비판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현실과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는 것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있으니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는 비판했고 또 비판했다. 그리고 좌파, 공산주의, 전체주의에 대해서 정확한 정체를 밝히는 데 힘을 쏟았다. 그것이 가져올 의미에 대해서 설파했다. 그리고 영국은 2차 세계대전에서도 승리하긴 했지만, 그 과정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내가 2차 세계대전에 대해서 얼핏 배울 때는 처칠의 훌륭한 판단으로 말미암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줄 알았고, 현명하게 대처한 줄만 알았는데, 오웰의 에세이를 보고 나니 역사란 것은 책의 몇 줄로 설명되는 그런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6. '정말 정말 좋았지'편은 오웰이 유년기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나는 왜 쓰는가>에 실린 여타의 에세이와는 다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나 청소년 소설의 냄새가 풍긴다. 다른 에세이들이 사실에 입각하고, 비판적인 에세이 였다면, '정말 정말 좋았지'편은 소설같다. 아마 이 책을 읽을 독자분들도 <나는 왜 쓰는가>를 주우욱 읽다가 '정말 정말 좋았지'편을 접했을 때 뭔가 다른 느낌에 깜짝 놀라게 될 거다. 그만큼 인상적이다. 나는 이 편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7. 조지오웰은 유년기를 회상하면서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선생들은 한적한 시골에 별장이 있고, 오픈카가 있는 집의 아들들을 편애했다. 오웰의 아버지는 인도의 공무원이었고, 공무원의 연봉이야 뻔한것 아니겠는가. 선생들은 오웰을 좋은학교로 보내기 위해 스카웃 해온 학생일 뿐이었다. 그는 학교에 돈벌이가 되지 않았고, 선생들은 그를 썩 좋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연봉이 40파운드 밖에 안되는 잡부나 될 거라고 겁을 줬다. '너희 부모님들은 돈이 없잖아? 아마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실패자가 될거'라며 겁을 줬다. 오웰은 밤에 오줌을 지렸고 그 일을 몇차례 반복했다. 학교를 찾아온 여자손님에게 학교교장은 조지오웰이 밤에 오줌을 지리는 학생이라며 놀렸다. 그리고 오줌을 지렸다는 이유로 매를 맞는다.
8. 세인트 시프리언스라는 학교에서 조지오웰의 유년기는 그런 것이었다. 차별과 불합리함 속에서 그는 자아의 반은 복종한 채로 살았고 반은 뭔가 잘못됐다는 의식을 가진 채로 성장했다. 어린시절 뭔가 잘못됬다고 느낄때 그 기억은 선명하게 남는 법이다. 졸업한지 수십년이 지난 뒤에 유년기를 회상했을때 오웰에게 선명했던 기억은, 차별과 불합리 그 자체였다. 지금 생각하건데, 그의 현실 비판적인 시각은 어렸을 때 부터 타고난 것이 아니었나 싶다. 겉으로는 복종을 하지만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어린 오웰이라니, 참 뭔가 그럴싸하다.
9. 이 책의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공부를 많이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오웰의 에세이가 대부분 당대의 현실에 대해서 비판하는 글들이다. 그가 왜 그런 자세를 취하는지 자세히 알려면, 주석으로는 부족하다. 주석은 유추할 정도의 힌트만 줄뿐이다. 나처럼 세계사에 무지한 독자들은 18세기 부터 19세기 말, 그리고 20세기 초까지의 서유럽 역사를 꽤나 공부해야만 한다. 그리고 영국은 유럽대륙과는 다른 고유의 특성이 있는데, 그걸 알려면 더더욱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것이다. 읽을 책은 많고, 직장인은 시간이 없으니, 이 사태를 어찌할꼬!
음 조지오웰은 개추야
좋은 책이네 찜뽕 - dc App
좋다, 일단 쉽게 읽히고 분량도 많으며 논리정연하네요. 책 좋아하시는 직장인이라ㅎㅎ 어떤 직군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조지 오웰 참 좋죠 ㅋㅋㅋ 영국 책들은 보면 억압적인 교육정책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들도 꽤 많은 것 같아요. 지금 머리에 확 떠오르는 건 핑플의 벽이지만;
그냥 일반 사무직이죠 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