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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기의 산맥에서 > - H.P. 러브크래프트 (동서문화사) 정광섭 옮김
예전에 책의 가장 앞에 수록된 ‘광기의 산맥에서’를 읽다가 지쳐 중도하차했던 소설집이다. 이번엔 지루하지 않도록 후반부에 수록된 단편들부터 읽기로 했다.
소설집이니 각 단편별로 감상문을 적겠다.
1. 시체를 되살리는 허버트 웨스트
제목부터 네크로맨서의 기운이 느껴진다. 뭔가 의학 좀비물이나 프랑켄슈타인이 떠오른다.
주인공이 왜 이렇게 웨스트의 따까리 노릇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공수 관계가 확실한 게이 커플처럼 보인다.
흑인에 대한 묘사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답게 인종차별주의의 성향이 짙다. 이런 작가에게 흑인 요리사가 정성들여 만든 해물 요리를 먹이고 싶다. 게다가 그 시절 서양인들답게 이탈리아인에 대한 인식까지 부정적으로 보인다. 저자가 KKK의 단원이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1차 대전에까지 웨스트의 조수 겸 따까리 노릇으로 참전한 주인공 인생이 시체 소생보다 훨씬 경이롭다.
결말이 어딘가 모호하다. 오컬트의 차원으로 넘어선 느낌이다.
2. 마녀의 집에서 꾸는 꿈
길먼은 점차 마녀가 살았던 집에 머물며 맛이 가는 것 같다. 이래서 집은 잘 구해야 한다. (?)
마녀에 대한 공포를 잘 그려냈다. 예상외로 십자가가 효과가 있다. 이것이 바로 지저스 파워다, 이 악마들아!
주인공은 물론 마녀와 그녀의 심복 같은 쥐새끼도 죽는다.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고 본다.
3. 던위치의 공포
웅장한 산림 지대의 묘사가 돋보인다. 이 작품도 저자의 자기 복제 성향이 강하다. 허나 소설 자체는 재밌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도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치곤 많이 보인다. 영화로 제작된다면 훨씬 재밌을 것 같다.
4. 냐르라트호테프
내가 알기론 동서문화사의 판본이 중역본이라 제목이 대표적인 오역으로 보인다. 니알라토텝이 더 정확한 발음인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엔 이집트가 배경이다. 짧고 별 얘기가 없는 단편이다.
5. 울타르의 고양이
포의 ‘검은 고양이’가 떠오르는 작품이다. 짧지만 저자의 작품들 중 가장 색다르다. 이건 좀 참신했다. 제발 소설을 이렇게 좀 쓰란 말이다! 러브크래프트의 자기복제는 팬을 자처하는 내가 봐도 너무한다 싶다.
결론은 동물학대는 하지 말자. 특히 귀여운 고양이를 괴롭히지 말자. 언젠간 보복을 당한다.
6. 광기의 산맥에서
전에 읽다가 말았던 작품이다. 3분의 2 정도 읽다가 말아서 재독에 대한 미련이 컸다.
시작부터 괴수물이나 재난물에서 흔히 볼 법한 경고가 보인다. 남극 탐험 얘기에 몇몇 SF 영화들이 떠오른다. ‘에일리언vs프레데터’나 ‘더 씽’ 같은 영화들이 떠오른다. 역시 남극도 미지의 땅이라 그런지 상상력을 절로 자극한다.
저자가 아무래도 포의 ‘아서 고든 핌의 모험’에 영향을 받아 쓴 것 같다.
무늬가 있는 점판암 조각이 불길해 보인다. 그런 건 건들지 마라! 지지다! (?)
레이크의 호기심이 모두를 위기에 처하게 할 듯하다.
괴생명체의 화석은 저자의 다른 작품에서 봤던 고대의 생명체가 아닐까.
레이크 일행이 걱정되었는데 혹시나 했더니 전멸했다. 안타깝다.
캠프의 참혹한 묘사가 눈길을 끈다. 공포영화에서 볼 법한 참사 장면 그 자체다.
러브크래프트가 남극을 꽤나 으스스하게 묘사한다. 대체 남극에서 뭘 봤기에 이런 소설을 썼을까 싶다.
내용이나 산맥의 비밀에 대한 것들은 전형적인 러브크래프트의 소설답다.
‘구지배자’ 종족의 설정은 다른 소설에서도 본 것 같다.
저자의 소설들이 대체로 그렇지만 이것도 소설보단 기록문이나 보고서, 혹은 수기의 느낌이다.
모두가 광기에 사로잡히는 느낌의 작품이었다. 실험적이며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중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약 백 년 전 과학 기술의 수준도 알 수 있었다. 크툴루 신화의 역사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연대기처럼 쓰였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모호함이 덜하다.
이 소설집을 정리하자면 러브크래프트의 소설들이 예전엔 읽기가 힘들었는데 이번엔 술술 읽혔다. 나도 이제 러브크래프트 특유의 문체와 동서문화사의 번역에 익숙해지는 걸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가 없다.
허나 러브크래프트 특유의 자기 복제는 여전했다. 러브크래프트는 직접 창작을 하기보다는 설정 놀음이나 했어야 할 2퍼센트 부족한 작가로 보인다. 그래도 뭐, 아직 읽지 못한 러브크래프트의 다른 작품집을 언젠간 또다시 읽겠지만. 러브크래프트는 해산물과 유색인종을 미워했지만 나는 그를 미워할 수 없다. 재미없는 필력이지만 중독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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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테켈리 리가 무슨 뜻일까
아 찾아보니 아서 고든 핌에 나오는 괴성이라네.
우주에서 온 색체는 영화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