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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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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만에 나온 김영하 소설집. 기대했던만큼 훌륭하다. 한국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닌데 연초부터 풍경소리, 빛의 호위, 쇼코의 미소, 이번의 오직 두 사람까지 연속해서 좋은 작품들을 만나 행복하다. 그 중에서도 김영하 작가는 데뷔 때부터 좋아했고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를 꼽을 때 빠지는 법이 없었다. 지난 달 우연찮게 참석했던 영화 gv와 몇 주 전 단지 김영하 작가가 강연을 한다고 해서 참석했던 SSG 지식향연까지 한달 새에 꽤 자주 본 셈이다. 다음주에 있을 북콘서트까지 참석하게 된다면 팬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 김영하는 장편보다 단편이지. 장편소설 퀴즈쇼를 읽고 그저 그렇다고 하는 친구에게 변호하듯 했던 말이 생각난다. 예전부터 그렇게 느꼈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장편 중에는 검은꽃이나 빛의제국을 빼면 크게 인상에 남지도 않고 굳이 추천할 만한 작품도 없다. 하지만 그의 단편은 훌륭했다. 비상구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피뢰침, 사진관 살인사건, 보물섬, 아이스크림 등 좋아하고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즐비하다. 누구든 자신있게 추천해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번 작품집의 작품들도 그 리스트에 충분히 들어갈듯. 오직 두 사람을 읽을 때는 레이먼드 카버 소설 중 독자에게 말하듯이 쓴 작품들이 떠올랐고 아이를 찾습니다는 정이현 작품들의 감성과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원점을 읽을 때는 윤성희 소설을 평할 때 하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표현이 문득 떠올랐다. 아이를 찾습니다와 인생의 원점은 줄거리 요약만으로도 굉장히 재밌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꼭 한 번 얘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작품들 모두 한 편 한 편 재밌었다. 확실히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작가들은 몇 줄 되지 않는 이야기로도 독자들을 확 잡아 끄는 매력을 발산한다고들 말한다. 슈트나 최은지와 박인수를 읽을 때 특히 그랬다. 무슨 일이길래 저러는 거야 엄청나게 궁금해졌다. 그래서 아껴 읽어야지 생각했지만 결국 4일만에 책을 덮게 됐다. 김영하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굉장히 만족할테고 김영하를 모르거나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이 정도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 마지막에 수록된 신의 장난은 4월 중에 발표된 지면을 학교 도서관에서 복사해 따로 읽었던 적이 있다. 그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잘 이해가 안 갔다. 그냥 딱 들었던 생각은 얘는 반려동물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말하면서도 성대를 제거하고 생식기를 들어낸 사람들에게 하는 얘긴가? 였다. 그런데 작가도 고양이를 몇 마리 키운다고 들었고 그런 소리를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했다. 극중 정은이 가지는 남성에 대한 과도한 반감도 내 생각이 틀렸다고, 그게 주제는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만나면 꼭 한 번 물어보고 싶다. 옥수수와 나 또한 5년 전 이상문학상 수상집에서 미리 읽은 작품이다. 신의 장난은 두 달도 되지 않아 다시 읽었지만 옥수수와 나는 이번에 다시 읽지 않았다. 5년 전 읽었을 때 굉장히 좋은 기억이라서 조금 더 아껴두고 싶었다. 그래봐야 며칠 안에 읽겠지만.

- 작품 속 모든 가족들이 다 해체되고 파괴되는 점이 재밌었다. 사실상 작가 본인과 부인이라고 보여지는 슈트 속 부부만 빼면 어떤 형태의 가족이든 모두 처음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한다. 앞서 얘기한 윤성희의 소설에서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들은 실패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가족 혹은 그와 유사한 집단이 가족을 대체하거나 그런 희망을 보이는 것과 강하게 대비됐다. 또 세월호 사건 이후 쓴 세 작품 (인생의 원점, 신의 장난, 오직 두 사람) 은 작가의 말에서 그 날의 비극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최은영의 미카엘라와 비밀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5월의 광주나 삼풍백화점, 오대양사건 등이 한국문학에 남긴 충격만큼 너무나 당연하게도 세월호 사건 또한 흔적을 남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에서 밝히듯 세월호 이전의 세 작품 속의 인물들은 상실이 있었지만 충분히 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었다. 상실이 아닌척 연기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의 작품들은 다르다. 안녕할 수도 연기할 수도 없는 상실이다. 이런 아픔 이후에는 그저 견디고 살아갈 뿐이다. 올 초 영화관에서 엄청나게 울면서 봤던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와 정확하게 같은 주제다. 그 영화를 보면서 별 힘을 들이지도 않고 이 정도 작품을 만드는게 진짜 고수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김영하에게도 똑같은 찬사를 보낼 수 있을듯하다.

ps. 연속된 과음으로 내용이 중구난방인 것 같다. 뭐 큰 상관은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