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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 대해서는 공교육에서 받은 대략적 지식 밖에 없어서 나름 머릿속에 불교에 대한 거시적인 틀을 세우려고 읽음

역시 사상을 이해할 때는 그게 형성된 맥락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예를 들어, 대승불교에서 유명한 '반야심경'의 경우에는 내용 대부분이 뭣도 공(空)하고 뭣도 공하고, 일체 만물 모두다 공하다라는 내용이라

왜 대승불교에서 이 내용을 진리처럼 여기고 사경도 하고 주문처럼 외우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 갔었는데

이게 대승불교 출현 전에 있었던 부파불교를 비판하는 맥락에서 보니까 어느 정도 이해가 됨.

왜냐하면 이건 부파 불교 중에 5온, 12처등의 여러 요소(제법,諸法 이라고도 함)가 실존하다고 주장해서 이 전제를 바탕으로 석가모니의 無我사상을 해명하려고 했던

설일체유부에 대해서 아냐 그런 요소들도 결국은 空한 존재야라는 나름의 비판이거든.

반야심경을 일종의 디스라고 생각하면됨. 그리고 동시에 우리는 옛날 경전만 붙잡고 있는 초기불교하고는 다르게 '반야바라밀다' (空 사상)라는 새로운 진리를 가지고

자기 갈 길을 걷겠다고 주장하는 일종의 선언문임.




이 책의 흐름은 아래와 같음


1. 인도불교의 공통된 특징 (삶은 고통, 해탈이 가장 큰 목표, 업과 윤회)


2. 인도철학 주류파와 비주류파


3. 비주류파(자이나교, 6사외도, 불교)로서의 초기불교


4. 아비달마불교 (특히, 설일체유부를 다룸)


5. 대승불교(중관학파, 유식학파, 여래장 사상)


6. 동아시아의 불교(천태종, 화엄종, 선종, 정토종)


각 챕터 말미에 그 사상과 관련된 한국의 고승들도 정리해놔서 한국사 지식에도 도움이 됐음.

보통 한국사 공부에서 불교사는 그냥 맥락없이 승려 이름이랑 책이름만 외우게 되서 솔직히 많이 어려웠는데

의상, 원측이나 원효같은 인물이 왜 중요한지 좀 알게된 것 같음. 



개인적으로 불교 입문서로 동국대출판부에서 나온 '불교학 개론'이나 분도출판사에서 나온 '불교의 이해'보다 이 책이 훨씬 더 좋았음.

다만 인도, 중국 중심으로 서술된 책이라 스리랑카나 동남아의 남방불교, 일본 불교, 티벳 불교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고

종교는 의례, 제도, 사상, 교리 등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개념인데 이 책은 '불교사상사'를 다루지 나머지 부분은 별로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교의 다른 측면을 알고 싶은 사람은 다른 책을 보는 게 나을 듯함.

예를 들어 불교에서 왜 백팔배를 하는지, 한국 절들에 있는 사천왕상 이런 건 도대체 뭔지 이런 건 이 책에서 다루는 게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