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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음.

카프카에 대한 극히 어두운 소문만을 듣다 첫 작품으로 접한지라 최근의 린치영화급으로 개막장 이해 불가능한 소설일줄 알았는데

상황이 부조리의 끝을 달릴 뿐 주인공이 일단 나름 제정신이긴 하고, (번번히 실패하지만) 이성적으로 상황을 타개하려는 인물이라 따라가기 힘든 작품은 아니었음.

읽으면서 카뮈 이방인을 많이 떠올렸는데, 이방인이 일반적인 현실 자체를 부조리로 보고 그 부조리에 저항하는 인물을 비일상적인 방식으로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카프카는 그 부조리한 현실을 비일상적인 방식으로 재조립해놓고 범상한 인물이 그 안에서 패배하는 방식을 그렸다는 인상이 있었음.

이방인이 그래도 저항하는 맛이라도 있었다면 소송은 저항의 여지도 없이 패배시키는데다 그 패배를 이해시켜주지조차 않으니 겁나 막막한 느낌..

성당에서 이야기 이해에 도움줄만한 비슷한 우화 하나 소개해주는척 하다가 거기다 각종 다양한 해석 붙여서 불가해한 이야기로 만들어버리는거 보고 참 논리적으로 비논리를 표현하는구나 생각함. 현실에 대한 은유로 보기보다 종교적 텍스트로 보는게 더 매력적이란 생각도 들었고. 워낙 신비한 방식으로 무력감을 전달하시는지라..

"우리는 모두 죄인이다" 라는 진부한 종교적 잠언에 "그래서 뭐 어떻게 죄인인데?" 하는 주석 끝없이 붙이다 판단정지의 상태까지 빠져버리는 작품으로도 보임. 욥기 리버스버전같기도 하고.

파트별로 읽는 재미가 있었던지라 미완성인게 아쉽긴 하지만 참 미완성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더라.

결국 변호사를 자른건지 뭔지도 확실하게 나오질 않는데, 의도인지 미완성인 탓인지 몰라도 정말 이해 불가능한 방법과 타이밍으로 심판이 이뤄지는 느낌. 이게 작품의 정신과 탁월하게 조응한다고 생각.

의외로 부조리 코미디로 보게 된 부분도 있었음. 내 유머감각이 이상한지는 모르겠으나 특히 변호사가 법 가동되는 시스템 존나 길게 설명하는데 뭐 하나 확실하게 규정되는 부분 없이 뜬구름 잡는 소리로 귀결되는 부분이나 화가가 완전 무죄, 유보적 무죄, 재판 무기한 끌기로 나눠서 다 다른 방식으로 시궁창인 컨설팅 짜주다가 똑같은 그림 세 장 팔아먹는 부분은 존나 웃음ㅋㅋㅋ 엄청나게 비논리적인 세계를 논리적인척 진지한척 구축하는 재미가 있던 작품인덧.

다음으론 뭐 읽지.. 이제 성 읽으면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