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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에 읽은 정이현 소설집. 일반적인 소설들은 아니다. 보통의 단편소설이 200자 원고지 기준 80에서 100매 사이라고 한다면 이 작품들은 20~30매 정도로 굉장히 짧다. 사실 처음 책을 살 때는 몰랐다. 그냥 정이현 작품집이 나왔구나 하면서 장바구니에 넣어 놨고 굉장히 오랜 시간 뒤에서야 다른 책을 사면서 같이 배송을 받았다. 총 11편의 짧은 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정말 짧아서 앉은 자리에서 금방 쓱 읽을 수 있을 정도다. 물론 그러기엔 아쉬워서 천천히 읽는다고 읽었지만 그래봐야 일주일을 넘기지는 않았다. 최근 읽었던 한국 작가들 작품집 중에 처음 작품부터 너무 좋아서 아껴 읽은 책들이 꽤 된다. 최은영, 김영하, 한강, 김애란, 조해진의 작품들이 그랬다. 하지만 '말하자면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작품이 좋아 아쉽다기 보단 너무 짧아서 향을 맡을 새도 없이 그냥 휘발될까 조심스러웠다.

- 그래도 몇몇 작품은 괜찮았다. '견디다', '또 다시 크리스마스'나 '안녕이라는 말 대신' 같은 작품은 꽤 인상적이었다. 다만 어떠 작품들은 대체 왜 썼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분량이 짧은 만큼 대단한 깊이를 바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몇 장 되지 않는 분량에 위트를 담아낸 것도 아니고 착상이 새롭거나 독특하지도 않았다. 어디서 본 듯한, 그것도 다른 소설이나 영화가 아닌 인터넷 유머게시판에서 본 듯한 이야기들이었다. 작가의 말을 보아하니 그냥 마음산책 편집부와 협의해서 나온 책인듯 한데 너무나 아쉬웠다. 지금까지 마음산책에서 나온 책들은 항상 따뜻하고 재밌게 읽어왔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정이현의 작품들도 그렇다. '달콤한 나의 도시'도 굉장히 재밌게 읽었고 단편집에서도 서울에서 일생을 살아 온 사람 특유의 감성이 묻어 나와 늘 기쁜 마음으로 읽었다. '오늘의 거짓말'이나 '삼풍 백화점'은 지금도 뚜렷이 기억날 만큼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위에 읽은 '너는 모른다'와 이번 '말하자면 좋은 사람'은 그저 아쉬움으로만 남을듯 하다.

- 정이현이 하성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냥 예쁘장한 작가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목소리가 예쁘고 정말 참해 보이고 팟캐스트 진행도 잘하는 그런 작가. 예쁜 작가 타이틀은 은희경, 공지영에게 양보하고 그냥 예쁘장한 작가로 남을듯. '상냥한 폭력의 시대'를 기대는 해본다. 제목부터 예쁘게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 번 더 기대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