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년간 철학 공부하고 이제 대학원 입학 노리는 사람인데, 독갤에서 간혹 철학에 대해서 입문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질문글이 자주 보인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조금 고민한다. 이 사람이 정확히 무엇을 알고 싶다는 걸까?

나는 지식으로서의 철학과 행위로서의 '철학함'을 구분한다. 전자는 대체적으로 글자로 기록된 철학적 이론들을 의미한다. 서양 철학의 시작은 플라톤으로 시작하며 플라톤 가라사대 어쩌구저쩌구. 이런 것들은 철학사적 지식들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이 경험과 숙고로 정립한 이론들이고, 지식들이지.

그러나 진정으로 '철학함'은 스스로 생각함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철학은 지식들을 암기하고 그걸 똑같이 이야기 하는 학문이 아니기에. 철학은 현상과 그 본질을 숙고하고 의미를 정립하며, 그 의미들 간의 관계가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를 통찰하고 밝혀내는 지적인 작업이지.

물론 본인의 통찰력을 폭 넓고 더욱 심원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식으로 기록된, 대철학자들의 사유와 통찰에 대해 알아야만 하지. 그러나 그것은 결국 글로 쓰인 지식일 뿐, 그것을 아는 것 자체가 철학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게 내 생각임. 철학은 문제에 대해서 사유하고 밝히는 학문적 행위이지, 지식에 대한 암기라고 생각하진 않거든. 쇼펜하우어나 니체의 저서를 달달 외운다고 철학자인 게 아니잖아. 그런 지식을 기반으로 자신이 보고 겪는 현실에 대해 어떤 통찰을 내릴 수 있는가가 중요한거지.


결론은, 만약 본인이 "철학에 입문하고 싶다"라고 말하기 전에, 지식으로서의 철학이라는 분야가 궁금한건지, 아니면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힘을 익히고 싶은 건지에 대해서 먼저 밝혀주면 좀 더 자신이 원하는 책을 추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