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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계에 비슷한 스타일이 차고 넘치다 못해 일렬로 세워지다시피 한 기형적인 상황이 아니었다면 훨씬 더 평가받았을 군계일학의 작품이라고 생각함.
자기 고통을 동네방네 떠들면서 나 불쌍한거 봐달라고 값싸게 슬픔을 팔아먹는 소설들은 차고 넘치지만,
상실한 자들, 소외된 자들의 고통을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최대한 공감해내려는 태도를 더없이 훌륭하게 관철시키면서도
그 피해자의 시점에 함몰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경솔함과 속됨, 폭력성을 자기 자신에게서도 발견하고 성찰해 보려는 시도를 때로는 서늘하게, 때로는 아프게 이끌어내는,
그 가해와 피해의 진창 사이에서도 서로에 대한 실낱같은 이해를 갈구해보려는 값진 시도가 담긴 단편집이었음.
거기다 김애란은 감성적일 뿐 아니라 굉장히 지적인 방식으로도 소설을 짜나가는 작가라고 생각함.
'입동' 에서 벽지와 복분자액, 도배와 같은 어찌보면 뻔하지만 적확한 상징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감정적인 파장이 굉장한 광경을 만들어간다거나
'노찬성과 에반' 에서 찬성이가 주워온 개 '에반'과 돌아가신 아버지를 상징적으로 연계시키면서 타자에 대한 책임과 그에 따르는 딜레마라는 주제를 세대 간에 전이시키면서 막막하게 다뤄내는 입체적인 작법,
'침묵의 미래' 에서 갑자기 다소 형이상학적이면서 생경한 풍경들을 신비하게 제시하다가도 거기서 아주 현실적인 쓸쓸함을 이끌어내는 공력이라던가
'가리는 손' 에서 생명을 죽이면서 이루어지는 식사 준비의 과정과 노인의 죽음을 둘러싼 일종의 미스터리를 병렬적으로 전개시키더니 '밥 먹는 손을 가리는 예절' 와 '웃는 입을 가리는 손'을 대비시키면서 섬뜩한 방향으로 나아가버리는 결론까지
감수성의 탁월함 뿐 아니라 그걸 어떤 구조와 상징에 녹여넣어야 할지에 대한 판단까지 정말 훌륭한 소설들이라고 생각함.
'비행운' 도 좋았지만 '바깥은 여름' 은 더욱 좋았고, 그래서 다음에 낼 소설들이 더더욱 기대되는 부분.
아 이것두 읽고 싶다. 비행운 먼저 읽을까 바깥은 여름 먼저 읽을까 고민쓰
개 이야기는 별로던데. 동화도 아니고 뭔지.
개 이야기 너무 슬퍼서 읽다가 중단했는데... 다시 읽으려고 해봐야겟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