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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버트런드 러셀은 98세 까지 사신 분입니다. 러셀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항상 담배대 물고있는 사진이 생각나요. 담배를 엄청나게 핀거 같은데 암도 안 걸리고 오래 사신걸 보면 역시 되는 놈은 뭘해도 된다는 생각이 번뜩 듭니다. 오래사신 만큼 책도 많이 쓰셨죠. <수학의 원리>, <서양 철학사> 대표저서 의외에도 40여권이나 되는 책을 서술하신 분입니다. 하루 3,000자는 꼬박꼬박 썼다니까  진짜 미친듯이 부지런하셨던 분인건 틀림없습니다. 


2. 이렇게 부지런한 어르신께서 게으름을 찬양 한다니. 의아 했습니다. 60줄에 들어서서 인생을 돌아보니 '아 젊어서 놀걸. 이러려고 공부했나 자괴감 들어.' 도 아니고 말이죠. 어쨌거나 저쨌거나 책을 들여다 봤습니다. 우선, 러셀 할아버지는 게으름이 어디서부터 온 것이고 그것이 사람들을 어떻게 조종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러셀 할아버지의 게으름에 대한 정의를 요약하자면, 게으름이란 지배계층이 피지배계층을 부려먹기 위해서 만든 교묘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으름, 여가, 노는 것을 마치 죄악인 것 마냥 사람들에게 세뇌시켜 놓고, 근면, 성실, 자조라는 깃발을 세워 노동자들을 혹은 국민들을 일하게 만든다는 것이죠.  


3.  19세기 초 영국의 어른남자 평일 근로 시간은 15시간 이었습니다. 아이들도 하루 12간씩 일했구요. 2017년 기준으로 봐도 솔까말 노동시간이 너무 길잖아요. 그 시대에 너무 노동시간이 긴거 아닌가? 지적을 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들에게 돌아온 대꾸는 이런 것 이었습니다.


'일이 어른들을 술을 덜 먹게 마시고, 아이들은 못된 장난을 덜하게 만든다'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지금 시대에 있다면 입을 꿰매어 버려야 하는게 합당한 대우해 주는 겁니다. 입을 꿰매어 버리면 그 사람말마따나 헛소리를 아예 못하게 만드니까요. 



4. 러셀 할아버지가 어린시절에 공휴일 며칠이 법으로 지정됐을 때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가난뱅이 들이 휴일에 뭘 한다는 거지? 그 사람들은 일을 해야만 해'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아닌가요? 주4일제 한다거나 공휴일을 추가 지정한다는 얘기만 나오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요즘 세대들은 일은 안하고 놀려고만 한다는 둥. 아직도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생활을 하거나 자기시간을 찾으려고 하면 곱지 않은 시선들과 마주쳐야 합니다. 또 일 하는 사람에게 휴가를 줘라,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라 라는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면, 순식간에 피부색깔이 빨간색으로 바뀌는 신기한 화학작용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노동자가 노동의 댓가를 제대로 받으려고 한다거나, 조금이나마 노동에서 자유롭고 싶어지려 하는데, 신기하게도 누군가가 그걸 싫어한단 말이죠.


5. 러셀 할아버지는 지식인 혹은 유한계급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하루에 15시간씩 일해야 하는 노동환경에서 벗어난 계층들은 그 시간에 지적 활동을 펼치고, 그로 인해 과학적 발견, 예술의 융성, 인류의 진보가 이루어 진 것은 사실이라고. 그렇다면 지식인 혹은 유한계급이 존재해야만 과학의 진보, 사회의 진보, 나아가 인류의 진보가 이루어지느냐? 그건 아니다! 실제로 세상을 바꿀만한 업적을 이룩한 사람들은 유한계급 중에서도 몇몇에 불과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여가시간이다.  이 부분이 참 동감되요. 지식인들이 세상을 하드캐리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종종있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한방 날리는 이야기죠. 결론은 개인에게 여가시간을 확보해 줄때, 개인의 행복은 물론 사회의 발전과 인류의 진보가 이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6. 그리곤 노동의 가장 적당한 시간으로 하루 4시간을 제시합니다.  지금 기준에서도 너무 급진적인 제안이란 생각이 듭니다만. 하루에 4시간만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론 프리랜서라면 지금이라도 하루 4시간만 일할수도 있겠지만, 저같은 직장인이야 하루 10시간 노동은 기본으로 하고 회식까지 플러스 시키면.. 어후 하루에 도대체 몇시간 직장에 있는 거야. 이글을 읽고 계신 직장인 분들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4시간만 노동하더라도 처자식을 먹여 살릴 수만 있다면 그곳이 바로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싶네요.


7.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 같아요. 하루에 4시간만 일하도록 법으로 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누군가 4시간만 일해서 먹고 사는데 크게 지장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떤사람은 개꿀이라면서 10시간 이상 일을 할게 뻔하거든요. 그러면 또다시 노동시간이 길어지고 또 길어지고, 뭐 그런 헬조선스러운 무한루프가 돌아가게 되는거고. 헤븐한국에서 다시 헬조선으로 회귀하게 되는 뭐 그런 스토리랄까.


8. 러셀 할아버지의 노동시간 4시간과 충분한 여가시간의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일과 가정의 양립 혹은 일과 여가의 양립이라 생각해요. 일을 하면서 내가 일을 하는 것인지 일이 나를 부려먹는 것인지 모를 지경으로 간다면, 인간이 살아갈 이유가 뭐가 있나요? 요즘 핫한 ai가 인간을 초월하고 마침내는 인간을 지배할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실은 이미 일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으니, 대관절 일이 인간을 지배하나, ai가 인간을 지배하나 뭐가 다른건지 누가 말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랍니다. 내 시간, 가족과의 시간, 친구와의 시간 말이죠.



9. 아 다 좋은데, 번역은 저랑 안맞더라구요. 읽기가 너무 힘들어. 그래서 별점 하나까서 별점 4개입니다. 그래도 무조건 읽어봐야할 책입니다.




ps)제가 이런 리뷰도 썼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