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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쪽에 이르자 여자가 가벼운 목례를 하며

“선생님께 배웅을 받다니 너무 과분합니다.”라고 말했다.

“과분할 게 뭐 있습니까. 똑같은 인간인 것을”, 내가 대답했다.

다음 길모퉁이에서 여자는 또 “선생님께 배웅을 받다니 영광입니다.” 하고 말했다.

나는 진지하게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여자가 간단히, 그러나 또렷하게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말에 힘을 주었다.

“그렇다면 죽지 말고 살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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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복도를 지나 방 앞까지 온 그는 방석 위에 단정하게 앉아 있는 나를 보자마자 대뜸,

"야, 되게 점잔빼는구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상대방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응"이라는 대답이 저절로 내 입에서 흘러나오고 말았다.

어째서 내 험담을 스스로 긍정하는 이와 같은 대답이 이렇게 자연스레, 이렇게 쉽게,

이렇게 걸림없이 내 목에서 술술 흘러나오는 것일까.

나는 그때 투명하도록 맑은 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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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이란 모두 날마다 창피를 당하기 위해 태어났다고까지 생각한 적도 있는 터여서

이상한 글씨를 남에게 써보내는 것쯤이야 까짓 마음만 먹으면 못할 리도 없다.

하지만 몸이 아플 때라든지 바쁠 때, 또는 그런 흉내를 내기 싫을 때

그런 주문이 연달아 들어오면 실로 아주 난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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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드문 그 골목길은 모든 흙탕을 빗물로 씻어낸 듯,

흔히 게다 끝에 걸리는 질척거리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렇지만 위를 쳐다보면 어두웠고 밑을 내려다보면 외로웠다.

즐곧 걷고 있는 탓도 있었겠지만, 내 주변에는 무엇하나 내 눈을 끄는 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 마음은 이 날씨며 이 주변과 너무 닮아 있었다.

나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부식시킬 것 같은 불쾌한 덩어리가 항시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음울한 얼굴로 멍하게 빗속을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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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 자신은 지금 그 불쾌감 위에 올라앉아 일반 사람들을 두루 둘러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지금까지 시시한 것들을 쓴 자신마저도 똑같은 눈으로 바라보면서,

마치 그게 타인이었던 것 같은 느낌으로 역시 미소를 짓고 있다.





죽음을 예감한 소세키가 말년에 써내려간 글들.


낮게 깔린 분위기 속에서도 부유하는 듯한 가벼움이 느껴지는 좋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