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전

최인훈

잠수함이 가라앉으면서
붕어들은 태어난 것이다.
바닷풀 사이사이를 지나
그 무쇠배들조차 숨막혀 죽은 수압
해구(海溝)를 헤엄쳐
어항 속으로 찾아온 것이다.

바다는 그리워서 흔들리는 새파란 가슴
너를 용서하지,묶여 있는 너를
한 줄기 소낙비를 기폭처럼 날리며

도시를 폭격하는 너를
달려오렴
달려오렴
그렇지

금붕어는
도시에 보낸 너의 잠수함
그 힘찬 원양 항로
그 장대한 뱃길에서
과연 단 한 번도 사랑이 없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수병들은 그리웠던 것이다

태양도 얼굴을 찌푸렸다
산호가지를 날리고
진주를 바순
폭뢰(爆雷)

금붕어는
오지 않고는 배기지 못했다
원무곡이 파도치는 찻집
어항 속의 금붕어는
눈알까지 발그스레하다

들어라 큰바다의 울부짖음을
보라 거포의 발작을

산기(産氣)를 느낀 암고래들이
크낙한 산실을 찾아 헤맸다

잠수함이 침몰했을 때
이등 수병은
어머니의 사진에 입을 맞췄다
그 입술에는 장수연 냄새가 났다
자식은 열아홉 살이나 먹었는데
애인이 없었다
게다가 담배질도 배우기 전

한때 그 수역(水域)은
물이랑을 파헤치면서 저 숫고래들이
암컷을 따라가던 곳

기관이 부서지고
산소 탱크가 터져
바다 밑에 내려앉은 잠수함은
가재미 늦새끼만도 못한 것

이제
만 톤급 순양함 바다의 이리는
파이프를 닦아넣는
끽연 클럽의 신사처럼
산뜻이 포신을 거두면서
진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어머니 사진이 물밑에 깔렸다 해서
바다는 장수연을 피웠다고
할 수 있겠는가

싱그런 미역풀이
함기(艦旗)만 못하다는 건 아니지만
81병의 수병을
그 물 밑에 영주시켰다고 해서
우리는 위대한 이민(移民)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늘에 치뿜는 물기둥이
쏟아져 밀린 해일
다만 금붕어는 온 것이다
철함을 질식시킨
해구의 수압을 뚫고

그리고 내 사람이여
산호보다 고운 이여
나 그대를 사랑하노라


이건 구운몽에 수록된 시.
이거 말고도 광장에 수록된 거 2개 더 있는데 좀 구림.
그러니까 최인훈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