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10개의 단편들이 전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서는 대체적으로 짠하고, 화자는 기억을 되짚어가며 사건 앞에서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이야기한다. 문장들이 참 절제적인데도 어떻게 글 한 줄 한 줄마다 정서가 강하게 묻어나는지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물론, 누군가를 떠나보내거나 헤어져야 하는 상황, 사람의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서술하고 있으니 당연하다고 할 순 있겠지만, 그런 설명만으론 부족한 뭔가가 있다. 플래너리 오코너 상을 수여하면서, 심사위원들 역시 나와 비슷한 걸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화자가 인물들을 설명할 때의 어조가 그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늘 침착하고, 과거를 천천히 풀어나가며 현재 입장에서 그 과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과거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되었는지를 이야기하다가, 이따금 숨기지 못한 정서가 불쑥 튀어나왔다가 다시 사라진다. 자연스럽게, 전체와 부분이 대조되면서 이 잠시 스쳐지나간 정서가 오히려 늘 강조되었을 때 느꼈을 것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화자의 표현 방식 역시 인상적인 게 많다. 독자가 단편들에서 나오는 인물들 중 누구에게 밀접함을 느꼈을지에 따라 달라지리라 생각하지만, 나는 아래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나는 지금은, 20년이나 흘렀으므로, 아버지에게는 당신이 한 때 성취하고자 했던 유형의 명성이 허락될 운명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위대한 영화감독(위대한 다큐멘터리 감독은 거의 없다)은 그의 몫이 아니었고, 동시대의 많은 이들이 누렸던 뛰어난 재능도 그의 몫이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분명히 있기는 했던 조금의 재능은 단지 좌절의 원천으로만 작용하며, 실현되지 않은 막연한 잠재력을 끊임없이 상기시킬 뿐이었다." (p.18)
"어머니가 액자에 끼워 벽에 걸어놓은 조그만 신문 기사를 유심히 들여다보곤 했다. 아버지가 만든 첫 번째 영화에 대한 기사였는데, 내용 대부분이 호의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좀체 내 마음을 떠날 줄 모르는 짧은 문장이 하나 있었다ㅡ기사 말미의 이 문장에서 그 비평가는 아버지의 영화를 "젊은 천재의 간과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묘사했다. 이후 세월이 흐른 뒤 깨닫게 된 일인데,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 단어들과 그것들에 실린 무게 때문이었을 것이다." (p.20)
요즘 들어 다른 사람들한테 소설을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개중 감성적인 글을 추천해달라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그 예시로 <쌍둥이별>이나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같은 것들을 들면서 물어보면, 솔직히 해줄 말이 별로 없었다. 내가 그 정도의 감정 과잉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그 글들이-특히 후자는-잘 쓴 글이라고는 도저히 말 못 하겠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늘 익숙한 잠언을 실천하듯 나도 잘 모르겠다고 늘 넘겼었다. 이제는 이 책을 추천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이 단편집이야말로 노골적인 감정과 정돈된 절제 사이의 중간점에 자리하고 있는 모범적인 예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감성적이지 않나 전체적으로 졸라 - dc App
아 하긴 좀 비슷하긴 하네 이게 문창스러운 감성인가 - dc App
일상적인 죄책감을 다뤄서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정작 표제작 말고 다른 단편은 줄거리도 기억이 안나네
이런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