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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 그는 신이야!
문예걸로 읽어서 문예걸로 가져와봄. 스포일러 좀 많을 거야. 조심해.
한줄 요약
"합리" "행복" "모든 인간"의 삼위일체 = 멋진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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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산 건 작년의 일인데, 교양 시간에 읽어야 되는 것도 있고, 그때 리뷰 하나 재밌는 걸 봐서 그거 보고 꼴려서 산 것도 있었어. 그리고 초반부만 읽고 더 이상 꺼내들질 않았지. 사실 작년에 산 책 대부분을 읽지 않고 있지만(...) 그래서 옥문도 끝낸 김에 해치우자 하고 집어 읽게된 거고, 읽는 시간으로 따지면 한 3~4일 걸렸나? 단순 시간은 거의 8시간 걸린 것 같네.
하...... 이걸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다. 너무 하고 싶은 말들이 많고, 쌓여서, 꺼내다보면 다른 할 말들을 잊어버릴 것 같아. 진짜 올더스 헉슬리는 개쩌는 인간이 분명하다... 내가 이걸 감히 '스바라시 신세카이 리뷰'로 제목 지어서 올리려 했단 게 불경하게 느껴질 정도였어. 필력 하난 너무 쩔었다. 특히 초반부와 말미에 이 필력이란 게 터지는데, 초반부는 '견학'을 빌미로 세계관의 근본 중 하나인 '보카노프스키'를 소개하는 장면인데, 이게 중간에 레니나&페니/헨리&부주임&버나드/총통의 말, 이렇게 3명의 대화가 진짜 어지럽게 섞이는데 전부 분간돼서 읽을 정도로 몰입력과 필력이 장난이 아니더라ㄷㄷㄷ
그래, 일단 멋진 신세계에 대해서 개괄적인 소개부터 해보자. 멋진 신세계는 세계정부가 존재하는 곳이고, '보카노프스키 법'과 '소마'에 의해 '행복의 유토피아'가 실현된 세계이며, 이 안에서 우리는 "버나드 마르크스" "헬름홀츠 왓슨" "헨리 포스터" "레니나 크라운" "무스타파 몬드(이하 총통)" "야만인(이하 존)"이 중점적으로 나오는 걸 볼 수 있고, 사실 이들이 각자 할당된 비중이 다를 뿐인 '군상극'이라고 볼 수 있어. 여기서 비중이 제일 많은 인물은 "버나드"와 "존", 그리고 그 다음이 "총통"과 "레니나"야.
인물에 대해 살피기 전, 멋진 신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알아봐야겠지. 그러기 위해선 딱 두 가지만 이해하면 돼. 앞서 언급한 보카노프스키 법과 소마, 이 두 가지만 알면 멋진 신세계에 대해 사실상 전체를 이해한 것이고, 이외에 촉감영화나 택시콥터 같은 건 알아봤자 TMI 같은 거긴 해...ㅎㅎ
보카노프스키 법은 쉽게 말하자면 '인간의 대량생산'이야. 수정란을 8~96개로 분열시켜서 똑같은 인간을 공장처럼 찍어내는 거지. 그리고 여러가지 약물을 주입하고 산소를 통제하고 수면시 교육법 등 갖가지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안정적인 작업을 통해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계급의 인간들을 만들어내지. 아, 물론 "알파" 계급은 한 개의 난자, 한 명의 인간이야. 각자 부여된 책임과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지. 알파 계급으로 올라갈수록 더 복잡하고 지적인 판단 능력을 요하는 일이고, 엡실론 계급으로 내려갈수록 일의 내용은 단순해지지.
단순한 계급주의 사회냐고 물으면 되게 애매해. 분명 알파나 베타 계급은 상위 계급이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계급 위에 군림하지 않아. 찐따 같은 버나드 빼고. 그리고 나머지 계급도 자신의 계급이나 그 위에 있는 계급에 대해 불평불만을 가지지 않아. 레니나가 "제가 베타 계급이라 행복해요."를 말하자 헨리가 "당신이 엡실론 계급이었다면 엡실론 계급이어서 행복했겠지."라면서 농담을 하지. 이는 처음부터 목적에 맞게 제조된 인간들이기 때문이야. 엡실론 계급의 인간들은 엡실론 계급에게 부여된 일에 맞게끔 신체가 수정란 시절부터 조절돼 약간의 장애를 달고 태어나고, 수면시 교육법을 통해 세뇌에 가깝게 강력한 암시를 심어놓고, 그로인해 자신에게 부여된 일을 '즐겁게' 일할 수 있게 해. 이는 전 계급을 통틀어서 적용되는 일이야. 알파는 알파의 일을, 엡실론은 엡실론의 일을 해야만 행복할 수 있는 거지.
동시에 인간을 제조하기 때문에 임신과 출산은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돼. 물론 임신과 출산은 그런 면도 있지만 '불필요한 감정 과잉'을 막기 위해서도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되지. 여성들은 불임으로 만들어지고, 불임이 아닌 자들은 부작용 없는 피임약을 먹으면서 지내. 가족이나 부모의 존재는 끔찍한 것으로 여겨지지. 여기선 "느금마"가 상상 이상으로 충격적인 욕인 거야. 알파 계급부터 엡실론 계급까지, 모두 부모가 없거든ㅎ
소마는 보카노프스키 법으로 만들어진 인간들의 불필요한 감정 과잉을 막기 위해, '예외적인 상황'을 틀어막기 위해 발명된 '완벽한 마약'이야. 위험성이 하나도 없이 그저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소마와 관련된 말로는 "우울할 땐 일 그램의 소마를." "일 세제곱센티미터는 열 가지 병을 막는다." 등이 있어. 실제로 여기서 나오는 존과 총통을 제외한 모든 인물이 우울할 때 소마를 찾아. 총통은 애초에 잘 나오지 않으니 소마를 먹는지 안 먹는지 나오지 않지만.
어쨌건 소마가 있기 때문에 여기선 불행이 존재할 틈이 없어. "만인은 만인의 것"이라는 교육 덕에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아주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겨. 이들은 연애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여기고 자신들이 만났던 여자나 남자들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해. 그리고 한 남자를 오래 만나지 말라는 말도 하고. 이건 단순히 알파 베타 계급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고, 어렸을 때부터 남녀끼리 성적으로 놀 수 있도록 교육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하나의 장관이지ㅋㅋ 동정이란 말이 사어가 된지 632년은 됐을 걸.
그 외에 보카노프스키 법과 소마로 인해 만들어진 세계엔 불필요해진 것들, 곧 '행복의 증진'을 위해 사라져야 할 것들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과한 감정'과 '예술'과 '종교'야. 이들은 각각 '행복(소마)', '촉감 영화(등)', '포드교'로 대체돼. 그냥 이 책 전반에 걸쳐서, 군상극을 통해 멋진 신세계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준다고 해야할까? 비록 주된 이야기가 알파 베타 계급으로만 진행돼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은 알파 베타 계급뿐이지만, 그 아래의 감마 델타 엡실론도 상상 못할 건 아니지. 그만큼 잘 설명해놨고, 그만큼 잘 짰으니 말이야.
이 세계에 불행한 인간은 없어. 모두가 행복하지. 그런 와중에 버나드가 찐따 같이 구는 건 사실 버나드가 남들과 조금 다르게 태어나서 그래. 알파 플러스치고 키가 작고 좀 볼품없게 생겼거든. 그런 신체적 차이가 버나드에게 힙스터 기질을 부여했고, 그 힙스터 기질이 불러낸 일이 멋진 신세계에서 우리들이 접할 일이지. 야만인 존이 멋진 신세계에 오는 것 말이야.
줄거리와 인물을 일일이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랬다간 스포의 수준을 넘어서서 '책 읽어드립니다'.txt가 될 테니... 대충 넘어갈게. 야만인 존은 버나드에 의해 어머니가 늘 말해주었던 문명세계에 진입해. 어머니께 들었을 때엔 정말 '스바라시 신세카이~'였지만, 막상 접한 세계는 끔찍하기 그지없었지. 세상을 셰익스피어로 배운 인간이 보기엔 보카노프스키 법과 소마는 너무나도 끔찍한 것이었어. 불편함과 불안, 부모, 사랑, 자식, 결혼, 아내, 우울, 고독, 불행, 그리고 앞선 모든 것들로부터 비롯되는 행복과 고양감...... 전부 부정당하는 세계를 접하자 존은 그들에게 '자유'를 주고자 했어. 소마를 집어 던지면서 말이지.
하지만 존이 맞이한 건 분노였을 뿐이야. 그들은 자유로워. 멋진 신세계에서 은연 중에, 그리고 가장 강력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기도 해. 그들은 모두 목적에 맞게 태어났고, 목적을 위해 세뇌에 가까운 교육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자유롭게 선택을 하고, 자유롭게 섹스를 하고, 자유롭게 여행을 하며...... 자유롭게 행복해 하지. 그래, 멋진 신세계는 오직 외부 화자에 의해서만 끔찍하다고 정의될 수 있는 세계야. 오로지 존과, 독자들만이 이 멋진 신세계를 감히 비판할 수 있다는 거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멋진 신세계가 주는 매혹은-특히 소마는-정말 달콤하기 그지없지. 고생할 필요도 없고, 모든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으며, 어떤 여자(남자)에게 간절히 구애하거나 목매달 필요 없이 눈만 맞으면 섹스할 수 있고, 우울할 땐 소마를 먹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
이곳엔 예술과 종교가 없어. 총통이나 금고에 보관하고 있을 정도지. 다시 말하자면 독붕이들은 결코 여기서 도끼나 똘이, 오에, 최인훈 같은 작가들을 빨 수 없는 거야. 대신 소마를 빨겠지. 바로 그점이야. "도끼가 없는 세계라니, 너무 끔찍해!"라고 말한다는 건, 멋진 신세계에 속하지 않았다는 완벽한 증거야. 그 안에 있으면 "도끼가 왜 있는 거죠?"라고 물어야지. 그런 거 읽는 건 불필요하고, 불건전하며, 대신 소마 일 그램을 먹으면 되는 일인데 말이지!
모든 게 합리와 행복을 위해, 모든 인간을 위해 계획된 일이야. 모든 이들을 알파 플러스 계급으로 만들면 아무도 공장 일을 하지 않으려 하니 엡실론 계급을 만드는 거고, 그런 그들을 위해 그들의 신체와 정신을 그 환경과 일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혹여나의 간극을 대비하기 위해 소마를 보급하지. 거기에 백날 부려먹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7시간 반만 일하며 휴일과 여가를 확실하게 보장해. 지나친 여가 시간은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고, 지나친 노동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지. 이건 말미, 곧 헉슬리의 필력이 미친듯이 날뛰는 파트이면서도, 헉슬리의 통찰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부분에서 나와. 존과 총통의 대화에서 말이지.
아래의 두번째 문단. 행복에 대한 총통의 통찰인데, 진짜 탄식하면서 읽었어. 행복은 장쾌할 수 없다. 안정은 자극적이지 않다. 변화와 변혁이 없는, 그로 인한 불안도 부정도 없는, 오로지 안정과 사회와 긍정만이 존재하는...... 그렇기 때문에 쾌락형 디스토피아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닐 테지.
더불어 나는 책의 첫 장, 곧 보카노프스키 법을 보여주는 대목이 정말 뭣 하나 깔 데가 없는 도입부라고 말하고 싶어. '견학'을 빙자한 세계관의 핵심을 설명해주면서도, 이 세계와 세계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식을 명백하게 각인시켜주며, 동시에 보카노프스키 법이 우리에게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으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혐오감을 중화시키는 방향으로 세계를 풀어냈다는 점이야. 만약 소마가 먼저 나오고 자유로운 성생활, 그런 다음 보카노프스키 법이 나왔다면 내 입에서 "이거 그래도 좋은 세계 아냐? 좀 걸리는 건 있어도."라는 말이 나왔을 것 같아. 보카노프스키 법이 나온 뒤 자유로운 성생활이 나오고, 그런 다음 소마가 나오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고.
물론 순서의 문제라고 할 만큼 순서가 큰 의미를 가지냐고 반문한다면 나는 감히 그렇다고 답을 하겠지만, 보는 사람 느끼기에 따라선 달리 느껴질 수도 있겠지.
그 외에 언어에 있어서 이 멋진 신세계의 신세계인과 존의 차이가 보이는 것도 상당히 재밌는 부분이야. 레니나는 존에게 자신을 "좋아하냐"고 묻지만, 존은 레니나에게 "사랑한다"고 답해. like는 충만하고 넘치지만, love는 존재하지도 않고, 불결하고 불건전하고 사회를 망치는 것으로 인식되는 세계라는 걸 아주 짧지만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는 점이었지. 레니나는 "좋아하면 말로 하면 될 것을!"이라고 생각하지만, 존은 "내가 감히 고백해도 되는 걸까."라고 여겼다는 점에서 더더욱 야만인과 신세계인의 차이를 보여줘.
이 책의 결말은 어떻냐고? 이건 직접 확인하라는 말밖에 해줄 수가 없네. 결말은 충격적인 한편으로, 예고된 것이기도 하거든. 이 멋진 신세계가 얼마나 비틀려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어쩌겠어? 그것이 행복한데. 그것으로 행복한데.
행복하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말이 과연 옳은 것인가? 행복을 위해서라면 예술도, 종교도, 어쩌면 우리의 인생조차도 희생시킬 수 있는 것일까? 우리의 삶이 조작된 채 조작된 행복 가운데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아간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 일인가? 아니면 옳지 않은 일일까. 존처럼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는 게 정말 맞는 걸까? 고통도 위험도 고독도 어느 것도 없이 행복만을 누리는 것이 정녕 좋은 것일까......
정말이지 멋진 신세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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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읽을 때쯤이면 군대에서 읽을 듯 지금 밀린 책 너무 많아서
너무 이과적이라 읽기 좀 버거운 책이긴 했음 ㅋㅋ
이과적인 거야 솔직히 초반부뿐이고 나머진 멋진 신세계에 대한 인물을 통한 설명들이긴 했음
정성글이네.. 근디, 어제 멋진 신세계에 댓글 달앗다가, 댓글 금지 7일 먹엇는디, 어찌하여 내 댓글이 올라가는 거지?
글쎄다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정말 멋진 신세계로군! 소마가 먹고 싶어져
행복해질 거야
요즘 삶이 힘드니까 차라리 저런 세계 있으면 뛰어 들어가고 싶다 - dc App
정리 잘했네 지금 세계의 많은것을 심지어 인간이 위대해지게 하는 것조차 버리며 얻은 원초적인 행복이 진짜 행복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것같네 - dc App
굿잡 이거 리뷰만화에서 보고 나도 꼭 볼려구
독후감 ㅊㅊ ㅇ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