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을 판지 그래도 꽤 되었고, 영미권은 대충 그래도 많이 읽어봤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더니즘 연구의 진정한 불모지는 동유럽이다. 여긴 영역도 안 되는 자들이 너무 많아
특히 발칸 반도, 조지아 이런 곳은 이름만 알지, 작품도 제대로 소개 안 된 곳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체코는 참으로 럭키한 곳이다.
카프카? 그녀석...체코어로 안 썼잖아?
카프카는 체코 출신의 가장 유명한 모더니스트들 중 한 명이지, 알다시피 체코 문학은 아니다.
하지만 체코엔 체코어로 글을 쓴 유명 모더니스트들이 많고, 그나마 연구 및 소개가 많이 된다.
이미 이야기했던 카프카와 더불어 모더니즘 1티어 인지도인 병사 슈베이크의 하세크도 있고,
오늘 이야기할 모더니스트 또한 체코 출신 1티어 모더니스트다.
바로 너무나도 유명한 카렐 차페크.
물론 이름을 모를 수도 있지만, [차페크]의 성과물은 오늘날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조금 있다가 이야기해보자.
사실 차페크 이야기는 크게 할 만한 건 없다.
물론 내가 체코어를 잘 알거나 그렇다면, 조금 더 사생활을 파고드는 쪽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크게 알려진 것만 나열해도 차페크는 그냥 모범생이다.
쓰레기 파운드 쉽새끼나 스캇매니아 조이스처럼 노라와 혼인신고도 없이 야반도주를 한다든가, 등의 어메이징한 에피소드도 없이
그저 평범하게 살며 평범하고 모범적이게 전체주의와 나치에 저항했다.
1890년 체코에서 태어난 카렐 차페는 어릴 적에 공부를 하고 끝내 작가가 된다.
자신의 형과 협업을 하며, 형이 주로 삽화를 그리는 형식으로 여러 글을 쓰기도 했지만
아무튼 희곡에서부터 소설, 칼럼까지 정말 다양한 글을 쓴다.
무엇보다 차페크는 탐정소설에서부터 동화, 그리고 오늘날 s.f.로 취급할만한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쓰며 실험적인 행보를 보여준다.
그의 소설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자신이 칭한 정신 3부작인, 일명 호르두발, 별똥별, 그리고 평범한 삶의 장편 3부작이 있지만
사실 오늘날 책에 관심 없는 이도 그의 이름을 알만한 작품은 희곡이었다.
물론 그의 희곡은 곤충들의 삶을 그리는 척 인간을 풍자하는 <곤충극장>같은 괜찮은 희곡도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R.U.R. - 일명 로섬의 만능 로봇이다.
그래, 원래 알고 있던 이들도 많겠지만, 지금에야 밝히지만, 차페크는 '로봇'이란 용어를 처음 만든 이다.
물론 '로보타'라는 체코어에서 따와서 변형했다지만, 어쨌든 우리에게 알파코 = 로봇을 각인시킨 인물이다.
사실 R.U.R. 희곡 자체도 잘 쓰였지만, 그 내용만 봐도 센세이널하긴 하다.
이미 로봇을 처음 만들었던 차페크는 이 희곡에서 로봇의 반란과 그 이후 인류의 멸망 및 다시 인류의 재건 등, 로봇을 다루는 문학과 서브컬쳐에서 주구장창 우려먹고 뇌절을 거듭하는 소재를 그냥 희곡 한 편에 뚝딱 다 해놨다.
물론 차페크 본인은 SF를 쓴다는 의식보단 풍자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애당초 그가 살아있을 때 sf가 좋은 취급받은 것도 아니라서 그닥 좋아하지도 않았고.
이외의 <도룡농과의 전쟁>같은 소설만 보더라도, 차페크는 실험적이고, 풍자적인 글을 주로 쓰는 이였는데,
때마침 그의 시대에 그가 공격하기 딱 좋은 샌드백이 바로 위에 있었다.
바로 나치와 히틀러였다.
차페크는 히트럴를 매섭게 공격하는 신문 칼럼을 쓰거나, 은근히 소설 등으로 풍자하며 깎아내리기도 하였는데,
이게 꽤나 히틀러를 열받게 했나보다.
"차페크 이 개쉬빨꺼 반드시 잡아와!"
역사를 안다면, 알다시피 체코는 영국과 프랑스의 방관 아래, 독일과 강제 합병을 당했는데,
당연히 히틀러는 차페크를 비롯한 자신에게 반항적인 지식인들의 구속과 숙청을 명하였다.
"어림도 없다! ARM!!!!!!"
물론 차페크 본인은 요절이지만, 운 좋게도 1938년 12월에 병으로 급사하고 만다.
차페크와 종종 협업을 하던 형은 잡혀가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 걸 보면, 차페크 본인이 조금 더 살았더라도 비슷한 운명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선 편안하게 떠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차페크는 오늘날까지 체코 문학의 주된 아버지 중 하나이자 <데비엣실>과 더불어 대표적인 체코 모더니스트이자 SF의 선구자로서 읽히고 있다.
국내에도 대다수가 중역이긴 하지만, 그의 정신 3부작이나 도룡뇽, 심지어 절대자 제조 공장 같은 장편들이 번역되고, 그의 단편집이나 R.U.R. 등의 희곡들을 쉽게 읽을 수 있으므로
체코산 모더니즘 맛을 츄라이해보자.
물론 진짜 실험적인 체코산 모더니즘으론 <데비엣실>이 있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소개해보자.
모더니스트의 기묘한 모험
- 20세기 최고 시인 예이츠의 환상록과 자서전 읽으쉴?
- <율리시스>는 어떻게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책이 되었는가?
- 위대한 피츠제럴드 (1), (2)
- 토끼공듀의 삶
- 만델스탐의 노래
- 악어들의 거리
- 독일인이 오리라
-머피를 기다리며 (1)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서 (2) 계승하는 중입니다 (3) 계속한다, 계속할 수 없다, 계속해야만 한다
-저주받은 상징주의자들 (0) 저주받은 시인들 (1) 세계는 한 권의 책을 위해
-스탈린 동무 살려주시게! 내가 번역도 해주지 않았던가?
모더니스트의 선조들
rur은 저번 달에도 번역나왔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는 모더니즘 작가 없음?
누구?
루쉰이 모더니스트였다니 ㄷㄷ
서양작품을 패러디하거나 여러가지 사상적인 글쓰기를 자주하셨긴했음
히트럴
로봇!
오 곤충극장 재밌게 봤었는데 저것도 봐야겠네 - dc App
로봇의 어원인 체코였다니 ㅎㄷㄷ 디스토피아의 원조가 괜히 동유럽이 아니구나. - dc App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