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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 인디언이라는 화자의 속성은, 소설의 칼끝이 어디에 겨누어져 있는지를 정확히 가리켜준다. 그것은 결국 듣고 말하기를 거부하는 비겁한 소시민의 시선이자, 서구적(미국적) 근대화의 물결에 휩쓸려나간 주변인(非백인)의 시선이다. 소설은 그의 독백이 말해주듯, 안개 속에서 헤맬 바에야 가만히 있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는 나약한 개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개인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콤바인, 수간호사로 대표되는 비인간적이고 기계적인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그런 개인들을 만들어내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대의 미국 역시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수간호사와 콤바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기계부품이니, 군대니, 제어반이니, 태엽이니 하는 브롬든의 독백을 통해 알 수 있다.
이처럼 서구적 합리성, 정상성 개념을 비판하는 소설의 주제의식은 영화에서 다소 약화되고, 보다 보편적인 구조(억압하는자와 억압되는자의 대립)로 읽어낼 수 있는 이야기로 각색 되었다. 다만 이것이 비판받을 부분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소설에 짙게 배어 있는 관념성과 브롬든의 독백(콤바인, 기계, 태엽 등)을 통해 가치판단에 대한 독자의 개입을 전연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혐의, 그리고 이를 통해 곧바로 미국의 역사를 비판하고자 하는 작가의 조급함을 영화는 알레고리적인 형식을 통해 극복한다고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설이 시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영화는 보편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