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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다"라는 소재는 유독 최인훈이 잘 쓰지 않는 소재 중 하나이다. 최인훈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황급하게 서두르거나 뛰어가지 않는다. 그저 천천히, 느리게 걷는다. 「광장」의  이명준 역시 초반에 대학신문을 끼고 천천히 걸어가며 등장하며, 결말부에서도 천천히 어미,아기 갈매기를 응시하며 배에서 사라진다.

이러한 느릿한 전개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정점을 찍는다. 소설의 주인공인 구보씨는 천천히 도시를 산책하고, 동료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뉴스를 보고, 동물원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러한 느릿한 전개방식은 소설 마지막까지 계속되며 6,70년대의 경직되고 바깥과 유리된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도 최인훈 작품들 중 빠르게 뛰어가는 장면이 삽입된 건 「구운몽」이 유일할 것이다. 「구운몽」의 주인공은 평범한 소시민이며 별 일 없는 느릿함 삶을 살아왔다. 반대로 그 주인공 독고민이 처한 환상은 빠르게 전개되며 쉴새없이 상황,전개,인물들이 바뀐다. 느릿한 독고민은 빠르게 전개되는 환상들 속에서 수동적으로 움직이며 기관총 세례를 받기도 하고 혁명군에 이끌려 다니기도 하면서 마지막에는 갑작스러운 죽음(동사)를 맞이한다.

「서유기」에서도 뛰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독고준은 자기 방으로 걸어가다가 자신의 무의식 세계에 빠지게 된다. 그곳에서 독고준은 움직이지 않는, 타자마자 기차역으로 되돌아가있는 기차, 히키코모리가 방구석에서 끄적인 탄력점-철학 논문, 무의식 속의 꿈(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의 구렁이로의 "변신"), 사학자가 버튼을 눌러서 소환하는 이순신 등을 마주친다. 이러한 소재들은 독고준의 진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며, 독고준은 자신의 고향에 대한 노스탤지어에 빠져 어릴 적에 살던 W시로 향하려고 한다.

독고준은 W시에 도착하지만 도시는 텅 비어 있다. 독고준 기억 속 W시가 옛날 모습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도시는 마치 시간이 정지해버린 것 같지만, 동시에 그 때문에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독고준이 도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자 건물들은 무너져서 폐허가 되고, 스피커에서는 독고준을 체포하라는 북한 언론 매체의 방송이 들려온다. 기억속 시간이 정지해버린 W시는 회상 하나만으로도 금세 균열과 불완전성을 보인다.

독고민의 과거 기억은 계속해서 복잡하게 뒤얽히고 결국 이광수,검차원,역장,간호원을 주축으로 한 인민재판이 열린다. 재판에 참여한 인물들 역시 주인공의 과거에 관련되었던 인물들이 의식 속 환상의 형태로 독고준을 압박하는 것이다. 마지막에 독고준을 구원하는 건 독고준의 아버지이다. 아버지는 탄력점-철학을 응용하여 재판에 참여한 이들의 주장을 논파하고, 증거로 독고준이 쓴 시를 낭독한다.

마지막으로 독고준은 자신의 정지된, 과거에 종속된 환상에서 벗어나 자기 방으로 걸어가는 현실로 돌아온다. 이 모든 일들은 빠르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독고준은 가만히 서있거나,앉아서, 혹은 천천히 걸으면서 이 모든 일들을 경험한다.(중간에 삽입된 메타소설에서는 아예 엎드려 있기만 한다.) 최인훈의 작품들에서 이처럼 달리기가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작가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역시 최인훈 소설 주인공들이 현실을 관찰하면서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서유기 」감상을 어떻게 쓸지 몰라서 이렇게 씀. 그리고 지금 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