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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출처 http://egloos.zum.com/nijinsky/v/5568321


〈프랑스 대혁명〉이야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환상과 영감을 안겨주는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정작 혁명의 자세한 진행과정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그러던 차 쟝 마생의 『로베스피에르 - 혁명의 탄생』을 읽고 로베스피에르에게 꽂힌 김에 프랑스 혁명을 다룬 책을 찾아 보았는데 의외로 눈에 딱히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그 중 선택한 것이 프랑스 혁명에 대한 가장 교과서적인 저작이라는 알베르 소부울의 『프랑스 대혁명사』인데 1994년에 발행된 촘촘한 활자의 책인데다 그나마 하권은 품절이다. 정장본으로 선명한 글씨체에 줄간격도 보기좋게 띠어져 있는 요즘 책들에 비하면 제본소에서 허접하게 나온 해적판같은 몰골이지만 구세대인 내게는 이 쪽이 오히려 진짜 책처럼 느껴진다.


알베르 소부울의 책에는 영웅도 없고 드라마도 없다. 물론 당시의 의회의 형성과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논쟁과 혁명을 고비 때마다 살려낸 세 번의 민중 봉기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하고 있지만 소부울은 조세제도, 화폐제도, 경제제도, 농촌 생활의 궁핍함, 파리의 빈민들의 열악한 생존 환경, 약진하는 부르주아 계급과 특권층의 대립에 따른 정치제도의 변화, 주변 국가의 프랑스에 대한 견제등 당시의 사회·경제·정치·역사적 상황들을 중점적으로 기술한다. 당연히 당시의 명사들, 루이 16세, 로베스피에르, 생쥐스트, 마라, 당통등의 개인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개인은 결국 어느 위치의 점유자일 뿐이다.


『프랑스 대혁명사』(상) 권은 1789년부터 1793년까지 부르주아가 사회 전면에 등장하고 민중들의 궁핍이 극에 달하면서 삼부회 구성, 테니스 코트의 선언, 바스티유 습격, 왕정의 몰락, 루이 16세의 도주와 체포, 전쟁 발발, 지롱드파의 몰락과 공포정치 시작에 이르는 동안의 상황들을 숨가쁘게 쫓아간다. 왕정, 특권층(귀족), 부르주아, 민중(상퀼로트)의 네 개의 세력이 대치하고 프랑스 혁명을 저지하려는 외국의 개입이 계속되면서 혁명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처음에는 왕정을 견제하고자 부르주아와 손을 잡았던 특권층이 부르주아가 권력의 주도권을 잡으려 하자 다시 부르주아와 대립하고 민중의 뒤에 숨어 특권층을 격퇴한 부르주아는 다시 민중을 제압하고자 혁명을 '얼어붙게'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프랑스 대혁명의 진행과정 내내 변하지 않는 것은 권력에 대한 탐욕, 기득권을 결코 놓치지 않으려는 권력자의 무자비한 폭력이고 혁명을 분쇄하려는 왕정,특권층,외국의 공세에 맞서 혁명을 지켜내는 것은 언제나 민중이다. 거리에서 전쟁터에서 싸우고 죽어나가는 이들은 늘 민중이나 법을 제정하고 권력을 휘두르며 정책을 집행하는 이들은 의회 안에서 말로 싸우는 자들이다.


소부울의 『프랑스 대혁명사』의 가장 큰 장점은 특정한 개인 또는 사건에 초점을 맞춘 자극적인 서술이 아니라 거대한 흐름을 쫓아간다는 것이다. 그의 책에서 반동세력에 맞서 혁명을 주도해나가는 것은 프랑스 민중이다. 1700년대 후반이니 지금으로부터 300년도 더 된 그때, 바로 직전까지도 절대 왕정의 치하에 있던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급진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었을까? 혁명을 밀어붙이는 모든 원동력의 근원이었던 이들의 혁명의지는 당시의 지식인들이 넘지 못한 시대적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버리고 있다.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어 봉기한 것이라지만 이들의 극적인 자각은 놀랍기만 하다. '집단 지성'의 기적이라고나 할까 물질적 변화는 정신을 변화시키고 자각한 정신은 물질적 현실을 뒤엎는다.




이 글 보고 구매 결정. 기대된다. 

최근에 개정판으로 나온건 축약본이기도 하고, 그냥 84년도 판으로 지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