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ㆍ
다섯 번째 개정 신판을 내며
이번 살이[生] 마지막일 듯싶은 "사람의 아들" 개정 신판 추고를 시작하며 지나간 지 벌써 오십 년이 다 돼가는 어느 해 늦봄의 막막하고 쓸쓸하기 그지없던 한 젊은이를 떠올린다.
_이문열
ㆍ
ㆍ
서점에 갔는데 이문열 사람의아들 다섯 번째 개정 신판이 매대에 따악! 보통의 '작가의 말' 보다 다소 길게 쓰여진 걸 한번에 다 읽었다
한번 읽은 작품을 다시 읽은 경우가 다섯 손가락에 꼽을만큼 재독은 하지 않는 편인데 "사람의 아들" 만큼은 3번 정도 읽었을만큼 주제적인 측면에서 흡입력이 굉장했다
그동안 개정판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 옛날 몰입하며 읽던 때를 떠올리곤 했다 아무리 개작을 한다해도 큰 줄기는 바뀔리가 없다 생각했다
서점 매대에 진열된 책의 제목과 저자 이름 그리고 표지를 보며 이게 뭔가, 이 언발란스한 느낌은 하며 집어들었다 한국 소설사에서 역대급 작품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 치고는 표지를 비롯 전체적인 만듦새가 '와 이건 진짜 좀 아니올시다' 였다 이문열 이라는 작가의 무게감을 전혀 느낄수 없는 갓 등장한 신인 작가의 소설책 같달까... 진짜 뭐 이 따위냐 싶었다
주인공 '아하스 페르츠'를 생각 한다면 표지의 가시 면류관은 작품의 내용을 생각했을때 과연 적절한가 부터 액자소설 형식을 잘 읽히게 바깥소설과 안쪽소설의 서체를 달리했다는데 그 서체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디 하나 흡족한게 없는 판형이어서 화가 치솟기도 했다 그것은 지나간 시절 애정하던 대상이 하찮음의 대상이 된데에 대한 나름의 뒤늦은 적개심 같은거라 해두자
어쨌든,
이번 생에서 마지막 개정판일거라는 작가의 말마따나 그간 많은 개정판이 있어왔는데 이런 경우의 작품도 흔치 않겠다 그만큼 작품이 가진 생명력이 굉장하다는 것이겠지
작가의 말에서 그간의 개정판과 "사람의 아들"이 세상에 나오게 된 기구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무엇보다 "사람의 아들"의 원본이랄수 있는 원고는 '인자人子'라는 제목으로 응모했지만 낙선한 것이고 그걸 고쳐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왔다는 이야기.
그리고 '아하스 페르츠'라는 이름이 하마트면 다르게 바뀔수도 있었다는 에피소드도 털어놓고 있었다
지금이야 판권에 인세 도장 같은걸 찍지 않지만 그 옛날엔 소설 한 권마다 작가의 도장이 찍히게 마련이어서 허름한 프라스틱 도장을 팠는데 나중에는 그 도장이 다 닳을 정도로 "사람의 아들" 판매량은 엄청났다고도 한다.
꽤나 오랜만에 "사람의 아들"을 다시 집어들어본 나로서도 뭔가 남다른 감회가 잠시나마 밀려왔다
"사람의 아들"은 초판(1979), 2판(1987), 3판(1993), 출간 25주년 은경축판(2004), 5판(2020)까지 다섯 번의 개정판을 거쳤다
내가 읽은건 1990년 3월 개정 16판이니까 2판인데 3판과 4판을 거치는동안 어떤 지점이 고쳐졌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물론 일일이 대조를 해가며 볼 자신은 없다 단지 지나간 어느날 작품에 흠뻑 젖어 읽던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사람의 아들 뿐만 아니라 어떤 책이든 어느 시절을 가득 채워준 책을 그때로부터 타임머신을 타고 훌쩍 멀어진 시간에 다시 읽는다면 그 감정이 그대로 다시 한번 번져나와줄까
단호히 말하건데 그럴 일은 없다
그때의 나는 그 어디에도 없으니까 심지어 내 안에도 그 시절 나의 자취는 감쪽같이 사라졌음을 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다시 서점에 가 새 개정판을 사들고 오고 싶은 마음은, 정작 읽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련이라는 부질없음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습관 같은걸까
작가 이문열의 정치적 위치나 발언은 지지하지 않지만 그와 별개로 오랜시간 자리를 지켜온 한 작품과 그걸 품어온 마음을 꺼내보는 계기였다라고나
끝으로
살짝 고쳐진 소설의 첫문장을 옮겨 본다
빗방울이 더껴앉은 먼지 위에 떨어져 남긴 얼룩들로 휘뿌연 형사계(刑事係) 유리창 저쪽으로 나지막한 도회의 하늘과 그 아래 음울하게 웅크리고 있는 지붕들이 보였다.
_1990년 3월 개정 16판
더께 앉은 먼지 위에 빗방울이 떨어져 남긴 얼룩 때문에 희부옇게된 형사계 유리창 저쪽으로 나지막한 도회의 하늘과 그 아래 음울하게 웅크리고 있는 지붕들이 보였다.
_2020년 4월 다섯 번째 개정판
ㆍ
- dc official App
옛날 첫 문장이 더 멋있긴 한데 가독성은 확실히 후자가 낫다
이걸로 밤 꼬박 새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