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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아래 마무리 글 있음




책 소개


무라카미 하루키.

7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공통되는 주제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

'연인을 잃은 상실감이 잘 표현되어 있는 책'이라고 요약하고 싶다

하루키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모티브가 고스란히 다 들어가 있었다

연인, 아내, 헤어짐, 불륜, 상실의 의미에 대해 탐구하는 것

하루키 세계관을 압축시켜 놓았다고 표현해도 무방하다고 해야되나

상징물에 내면 심리를 담아 표현하려는 시도 또한 돋보인다

책 표지에 둥그런 달같이 생긴 게 뭔가 했더니 ‘예스터데이’에서 여주 꿈에 등장했던 소재를 표현한 것이었다

이렇듯 감각적인 묘사는 하루키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일 것 같다




먼저 ‘ 드라이브 마이카 ‘


소설 속 주인은 연극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중년 남자이다

술 먹고 접촉 사고를 내서 운전 면허가 정지된 그는 전속 운전기사로 미사키를 고용한다. 미사키는 24살 여자 운전사인데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은 성격이지만 운동 신경이 뛰어나고 감이 좋아 베스트 드라이버라 불릴만한 실력을 자랑한다. 주인공 가후쿠는 그녀와 드라이브를 하면서 죽은 아내와 아내가 살아있을 적에 불륜을 저질렀던 상대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죽은 아내는 그 보다 2살 아래인 미녀 배우였다. 둘 사이에 관계는 평범했으나 그녀는 가후쿠 하나로 만족하지 못하고 영화에 함께 출연하는 남자 배우들과 바람을 핀다. 가후쿠는 직감으로 그녀가 4명의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 한 사실을 눈치챈다. 아내가 죽은 이후 내통남과 술친구가 되는데,

여기에서 가후쿠는 ‘ 아내가 나를 떠나고 다른 남자를 찾아야 했던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운전사 미사키는 왜 그랬냐고 책망하지도 않고, 같이 화내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들어주기만 한다



두 번째 단편 예스터데이에서 화자는 갓 20살이 된 대학생이다.


나는 대학 찻집에서 알바를 할 때 삼수를 준비하고 있는 친구 기타루를 만나게 된다. 그는 삼수생이고 입시학원 대비반에 다녔지만 그렇다고 딱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다

기타루에게는 초등학교 때부터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한 여친이 있는데

여친은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였다 그들은 계속 교제하고 있는 사이지만 기타루는 대학에 가서 여친이 바람피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기도 하고, 서로의 소중함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 나 ‘에게 ‘내 여친’과 사귀어 보지 않겠냐고 제의한다

일종의 계약 연애와 같은 것. 나는 기타루의 여친 에리카와 만나 영화도 보고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등 평범한 데이트를 하는데,

에리카는 그 때 주인공에게 얼음 달이 나오는 꿈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얼음으로 된 달은 반은 물 속에 가라앉아있고 반은 공중에 떠있는 상태로

연인을 비추어 주다가 날이 저물면 그대로 녹아 없어진다

얼음으로 된 달이 상징하 바가 무엇일까, 하룻 밤 꿈처럼 없어지는

손에 잡히지 않는 차가운 무언가가 기타루와 에리카 사이에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암시하는 매개체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16년이 지난 후에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에리카와 기타루는 16년이 지난 오늘에까지 독신으로 지내고 있다. 얼음처럼 차가워진 달, 사라짐,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감각적으로 묘사해낸 부분이 인상적이었음



세번째 단편 독립기관은


화자가 스포츠센터에서 만난 도카이라는 성형외과 의사를 보고 느낀 점을 사실적으로 쓴 기록이다. 도카이 의사는 52살 미혼남으로 스스로를 결혼생활에 맞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하여 한 번에 많을 때는 4-명의 여자와 불륜을 저지르는 등 매우 자유분방한 연애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16살 연하 유부녀와 진짜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녀를 만나지 못할 때는 마음 속에 분노가 불처럼 일어나는 등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겪는다. 어느 날 그는 그녀에게 버림받고 잠적한다.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집 안에서 운둔하며 서서히 죽어간다. 마치 살아있는 시체처럼. 상사병에 걸려 결국 죽음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감정은 손 쓸 새도 없이 그의 몸을 잠식해간다



네번째 세헤라자드


하바라는 주기적으로 세헤라자드라고 그가 칭하는 불륜녀와 잠자리를 갖는다

그녀는 관계가 끝난 후에 세헤라자드처럼 흥미롭고 신비한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준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만나는 그들.

그녀는 자신이 전생에 칠성장어였다고 말한다.

송어 몸에 기생해서 살을 뜯어먹고 살았던 전생이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그리고 고등학생 때 좋아하던 남학생 집에 몰래 침입해서 사랑의 증표가 될 만한 물건을 하나씩 훔쳐오고 그 빈 자리에 탐폰 한 개를 놓고 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물쇠가 새 것으로 바뀌기 전까지 계속 그 집을 들락날락했다는 빈집털이범 시절 이야기를 들려줌


하바라는 세헤라자드와 함께 한 다음에는 늘 ‘헤어지는 ‘ 상황을 못견뎌한다

그녀가 주는 친밀함을 기다리는 자신을 ‘ 칠성장어 ‘ 같다고 표현한다.

칠성장어는 일종의 상징물이다. 연인의 사랑을 기대하는 남자를 표현하는 듯



다섯번째 기노


이 작품이 제일 재밌었다

기노는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이다

그 가게에는 언제나 카운터 안쪽 자리에 앉아서 말없이 술을 마시며 책을 읽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어느날 술집에서 크게 소리 지르며 난동을 피우는 남자들을 조용히 문 밖으로 데리고 나가더니 사태를 한 번에 잠재운다. 기논는 그 남자가 알 수 없는 설득력을 가진 기묘한 남자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노도 여자와 얽힌 해결되지 못한 상처가 있었으니, 그건 자기 방 침실에서 아내가 회사 동료와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바람 핀 사실을 알게 되어. 부부 관계가 쫑났으나 기노는 화도 내지 않고 이유를 따지지도 않으며 그저 이모 가게를 물려 받아 그 안에서 바텐더 노릇을 하는 데 익숙해진다. 그리고 손님으로 온 여자와 잠자리를 갖는 장면도 나오는데 별 의미없이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는 설정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가게에 놀러오던 고양이가 사라진다. 풀 밭에는 뱀들이 돌아다닌다 .

이상한 변화를 감지해서 불안에 떨고있는 기노. 기노에게 가미타는 ‘ 나쁜 일을 해서 화를 입는 것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이라고 말하며 당분간 가게를 떠나 멀리 피신해 있으라고 조언한다. 기노는 남자의 말을 듣고 가게 문을 닫고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 그는 도피하는 어느 호텔에서 낯선 노크소리를 듣고 자신이 애써 감추고 살던 상처 자국을 발견한다. 여기서도 ‘달’이란 상징물이 나오는데 달이 뜨지 않는 밤은 하루키 소설에서 여러 번 반복적으로 나오는 상징물이다. 얼어붙은 달, 뜨지 않는 달 등... 그렇게 나만의 세계에 갖히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됨



사랑하는 잠자는 좀 황당한 단편이었다

카프카 변신에서 어느날 눈을 떠보니 벌레가 된 자신을 발견했다면,

이 단편에서 주인공은 눈을 뜨자마자 본인이 ‘그레고르 잠자’가 되었단 사실을 깨닫는다

방과 공간, 물건, 현실에 기시감을 느끼는데

그 이전에 어떤 사람이었고 여기가 어디이고 무슨 직업인지 모든 기억이 삭제된 상태

그 앞에 20대 초반 열쇠수리공 아가씨가 나타난다

아가씨는 꼽추였다 고장난 자물쇠를 수리하러 왔는데, 덜떨어지게 행동하는 주인이

자꾸 추근대고 본능적인 욕구를

참지 못하자 폭발해서 이것저것 퍼붓고 다시 돌아간다는 얘기인데.....

전편 기노를 보고 어 꽤 괜찮네 싶었다가 이 작품을 보고 그럼 그렇지 싶었다

여자. 가슴, 섹스가 없는 하루키 소설은 상상하기 힘들다




마지막 여자없는 남자들은


단편 7개를 관통하는 중심 주제를 주인공의 입을 빌려 서술하고 있는 짧은 소설이다

밤 중에 옛 연인의 남편으로부터 그녀가 자살했다는 전화를 받고 상실감을 느끼며

관계가 단절되는 것을 고찰함

여자 없는 남자들에 남자 ‘들’로 복수로 칭한 것은 그들 무리에 끼인 상실의 공허함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마무리


판타지적인 요소와 술술 넘어가는 흡입력 때문에 하루키 책을 즐겨 보는 편이었는데

이 작품도 여러 상징물을 통해 상실감을 다각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나는 해당사항이 없었지만 여자를 떠나보낸 남자들이나 혹은 떠내보내야 하는 남자들이라면

그 두려움에 더욱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간 없을 때 간간히 한 편씩 읽기에 적당한 책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