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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 201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웬만한 독붕이들은 이 소설을 도서관 추천 도서 목록에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창비 청소년 문학상 2회 수상작이며, 왜 '수상작'이라 소개된 작품은 나로 하여금 기대를 품게 만드는지 다시 한 번 일러준 소설이었다.
독후감에 앞서, 이 소설은 미스터리, 호러판타지가 섞인 작품인데 전자의 요소 때문에 스포일러를 주의해야 해서 조금 심심한 후기가 될 것이다.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니 "노잼 ㅅㄱ"를 외치고 가도 나로선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서두가 길었으니 각설하고 편히 쓸게.
주인공인 '나'는 어느 날부터 말을 더듬게 돼. 글은 잘 읽혀지지만 무언가 말하려하면 음절 단위로 뚝, 뚝 끊기게 되지. 정돈되지 않은 생각을 입밖으로 꺼내려 해서 그렇다는데 처음에 나는 그리 공감되지도 않고 좀 그랬어.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초등학생 때 나이 차가 띠동갑을 훌쩍 넘는 사촌형에게 똑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거든. 생각이 많다고.
전에 '나는 왜 이리 생각이 많은 걸까?' 이와 비슷한 제목의 심리학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도 말을 더듬는 사례는 못 본 것 같네. 여하튼 이정도는 소설적 장치로 보고 넘어가고.
나는 장난감 회사의 부장으로 근무하는 무정한 아버지, 계모와 그녀의 딸과 함께 네 명이서 살고 있어. 그리고 어느 날 모종의 일 때문에 집을 나오게 되고 단골 빵집인 '위저드 베이커리'에 머물게 눌러앉게 되지.
이곳에서 주인공은 비현실적 체험을 하게 돼. 판타지지. 이 소설이 좋았던 이유는 마법사와 수인, 몽마 그리고 마법의 빵 같은 서양 판타지 요소들을 휘리릭 녹여낸 거야. 아주 자연스럽게. 좀 더 고차원적인 물질과 반물질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던데 청소년 소설이라 그런지 그리 어렵게 나오지는 않더라.
그냥 우리가 사는 세상이 물질계고 마법사의 세상이자 미지의 힘이 미치는 작용하는 공간이 반물질계인데 이 둘이 엉켜 있어 각각에게 상호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가 거의 전부였어. 더 자세한 것은 스포일러니 피할게.
한편으론 주인공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맞닥뜨리지. 이야기 대부분은 같이 사는 가족이나 빵집 손님과 엮여서 일어나지만 말이야.
빵집 손님에 관해 좀 더 써볼까. 이들은 거의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파는 마법의 빵(대부분 부정적인 힘을 가졌다.) 때문에 일어난 일을 항의하러, 점장을 찾아온 사람들이야.
그들이 안 좋은 힘으로 가득한 빵을 쓰게(먹이게) 된 계기도 유쾌하지 않은데, 결과는 더욱 참담했지. 웬만한 경우 모두가 비극적이야. 나는 빵집의 경고와 마찬가지로 '남에게 침을 뱉은 자는 언젠가 자신도 침을 맞게 된다.'는 말을 떠올렸어.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내게 훌륭한 교훈을 주더라.
가장 인상 깊었던 파트는 역시 두 가지로 갈리는 결말인데, 이는 언급하지 않을 거야. 대신 작품 내에 쓰인 문장 하나를 고민해봤어. 만만치 않게 생각할 거리를 줬거든. 마치 쇠로 만든 입체 퍼즐을 끼릭거리며 푸는 것처럼.(이거 이름이 뭐더라?)
그 문장이란 바로 진한 글씨로 강조되어 있는
'나는 단지 그(이)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야.
원래 나는 요 문장을 읽을 때 '실존주의'와 더불어 생각해 보았어.
막 고차원적이고 지능적인 이론과 연관지어 생각을 펼친 건 아니고, 그저 세상에 던져진 미성숙한 청소년을 표현하기에 탁월한 문장이라 생각한 거야. 여기서 '세상에 던져졌'다는 말에서 실존주의를 조심스럽게 떠올린 거고.
샤르트르의 실존주의는 인간은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이며 스스로 주체성을 찾아간다 하잖아. 나는 작가가 이 부분을 차용해서, 자아를 확립해 가는 사춘기 전후의 아이에겐 들어맞는 이론이라 생각하고 위 문장을 썼다 추측한 거지. 말 그대로 추측이야, 추측.
책장을 덮고 나선 결말 때문에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는 문장이지만, 위 해석도 아예 틀리진 않다고 나는 생각해. 물론 다른 시각을 가진 독자와 갤럼은 분명히 존재할 거야. 그러한 의견을 듣기 위해 내가 이 감상문을 쓴 것이고.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죄와 벌 읽는데 뭔가 나랑 안 맞고 지루해서 병렬독서를 했어. 지금 읽는 추리 소설 다 읽으면 다시 도끼 마주 해야지.
우리 모두 위저드 베이커리 초독(재독)해보는 건 어떨까?
맞아 마법의 빵 ㄹㅇ 재밌었는데
내 급식시절 인생 책이었는데, 진짜 오랜만이다. 재독 각잰다...
가즈아
책 보고싶어지는 리뷰네 잘봤어!
ㄱㅅㄱㅅ
쇠로 만든 입체퍼즐은 캐스트 퍼즐 말하는건가 - dc App
오 그거 맞는 듯 ㄱㅅㄱㅅ 압도적 감사
이거 나 중학생 때 엄청 좋아했었어 ㅋㅋㅋ 다른 건 기억 안나고 빵 묘사가 환상적이었던 것만 기억나.. 이 책만 읽으면 항상 빵 냄새가 났었음. 오랜만에 읽어보고 싶은데, 생각보다 어두운 내용이래서 좀 망설이는 중이다. 괜히 좋은 기억 망치는 건 아닐까 하고
나이 먹고 나서 읽으면 정말 씁쓸한 소설. 분명 결말은 훈훈하지만... 마음 속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도 괜찮을 듯해
중학교땐가 초등학교때 읽고 좋았던 소설인데 다시읽어보고싶네 ㅋㅋ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