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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레 시리즈를 집필하기 전 젊은 날의 심농은 배를 타고 다니면서 선원들의 삶에 매료되었고, 당시의 경험을 소설에 담아내곤 했다. 라 프로비당스의 마부는 그의 이런 면모가 잘 드러난 그의 초기작 중 하나다. 뱃사람 얘기인데 제목에 마부가 들어간 이유는 당시에 물이 흐르지 않는 운하에서 줄을 매단 말이 옆에 난 길을 따라 끌고 다니는 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에 리뷰한 '생폴리앵에 지다'와 마찬가지로(https://m.dcinside.com/board/reading/90288), 이 이야기 또한 매그레 시리즈의 전형적인 구성을 따르는 이야기다. 그러니 그 내용과 구성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애초에 심농이 5년 동안 초기작 19권을 전부 쓴 만큼, 이야기마다 전혀 새로운 소재와 감성을 요구하는 것부터가 무리기도 하고.


이 이야기의 주제는 두 여인와 두 남자가 어떻게 서로에게 엇갈린? 존재였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갑작스런 스포일러에 놀란 사람에게 변명 삼아 얘기하자면 이 주제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또 아니다. 다른 매그레 시리즈도 플롯이나 수사는 개나 줘버리긴 하지만, 이 이야기는 유독 이야기의 흐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죽은 이와 죽인 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말마따나 피해자?가 등장하는 초반, 대령이 등장하는 중반, 장이 등장하는 후반의 연결고리는 작위적일 뿐더러, 등장인물들마저도 하나같이 말 수 적고 과묵한 상남자거나 말 많은 죽은 사람이다. 그 때문인지 묘사의 대부분은 매그레가 바라보는 수문의 삶에 맞춰져 있고, 결말까지도 매그레 혼자 떠들 뿐 평소처럼 과거를 줄줄이 늘어놓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매그레의 주특기인 죽은 사람의 삶을 되짚어가며 그의 삶과 의식에 동화되어가는 모습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죽은 사람이 여자라 불가능한 것인지는 몰라도, 그래도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자기 인생을 조명하는 대령과 장에 비하면, 마리(와 윌리)의 이야기는 금세 잊혀지는 느낌이 든다. 결말에서야 그녀의 삶에 대한 넋두리로 그래도 그녀를 잊지 않았다고 알려준다.


여담이지만, 이 이야기를 자기 전에 TTS로 듣기 시작한지 한 달은 훌쩍 넘은 것 같은데, 매번 초반부를 채 벗어나지 못하고 잠들어버려서 아침마다 '마지막 페이지입니다' 화면을 마주하곤 했다. 그래서 오늘까지도 허름한 카페 드 라 마린과 구리 장식이 가득한 요트 서든 크로스의 이미지는 유독 선명한데 반해서 라 프로비당스 호의 이미지는 불투명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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