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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집에도 불이 켜져 있지 않았어 ‘



518 민주화운동에서 마지막 남은 불빛처럼 사그라든 한 영혼이 했던 말이다

총 소리가 허공을 가르고 한꺼번에 숨이 끊어지는 소리,

영혼들이 몸에서 나오던 날, 그 광경을 보며 표현한 말인데
나는 이 문장을 보고 한국사쌤이 했던 말이 떠올라 소름이 돋았다
선생님은 518 민주화 운동 당시에 광주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그 대포 소리를 직접 들었다고 하셨다
어린 나이에 놀라서 집안의 불을 모두 끄고 가족들과 이불 안에 들어가서 덜덜 떨며
얼른 지나가길 빌었다는 이야기. 아주 어렸을 때지만 두려움은 트라우마처럼 남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역사의 경험을 선생님으로부터 들었을 때 나는 교과서가 예전과 같아 보이지 않았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흐름을 기록하고 있는 역사
교과서에 한 두 줄로 실린 기록이 현재와 연관점이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던 당시 나로써는 약간 충격이었다
마치 빈곤한 나라 어린이들이 기아와 질병으로 굶어 죽어간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하던 사람이
옆 집에 살던 아이가 굶고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와 동급의 충격
이러한 역사가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에서 일어난 가까운 과거의 일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역사 기록으로써의 역할을 하는 매체로써 교과서 뿐만 아니라 소설도 그 기능을 해낼 수 있단 걸
이 책을 보며 알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서 잊혀진 기억을 끄집어내는 기능을 하는 소설.
책 내용으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그렇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서사와 대화, 물건들에서 옛날 그 시절을 떠올려 볼 수가 있다
내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향수가 느껴진다
국화빵, 햇감자. 설탕같이 부스러지는 수박, 등목, 헝겊 칠판 지우개, 누나 몸에서 나는 로션과 파스 냄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간 듯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여기에 감성 가득한 묘사력까지 더해져
이 소설가가 살고 있는 세계와 내가 사는 세계는 같지만 전혀 다른 곳인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든다.
같은 광경과 다른 시각.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머무는 풍경은 어떤 색깔일까. 이 소설가가 갖고 있는 색채는 참 조용하고
나직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이 실린 무언가가 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어른스럽고 먹먹한 감수성에 매혹된 시간이었다
평소에 그닥 문학적인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 책을 보고나서 감성에 동화될 수 있어 좋았고
아니, 좋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내용 자체가 너무 무겁고 마음 아픈 것들이라 마냥 즐기지 못했다 해야 옳을 것 같다
진짜 80년대에는 이런 일이 일어났단 말이야? 소설 속 묘사가 믿기지 않을 때도 더러 있었다
평범한 시민들이 사는 도시에서 벌어진 열흘간의 서사
그 땅 위에 여전히 살고 있는 우리들
이 책은 기억하기 위해 쓰여진 것.
다만 읽기 전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별 생각 없이 읽다가 타격이 꽤 컸음
그래도 이 맘 때 쯤 읽어서 딱 적절했던 책, 좋은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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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쓰면 쓸수록 바닥을 내비치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걍 철판 깔고 올려봄  

이제 소행성 충돌 기념으로 그래비티 익스프레스 읽을거임

곡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