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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7세 대관식의 잔다르크>


제목 : 오를레앙의 처녀
저자 : 프리드리히 폰 쉴러
역자 : 최석희
읽은 기간 : 05.19 ~ 05.22



영국과의 백년전쟁을 치르고 있던 프랑스가 궁지에 몰렸을때 기적처럼 나타나,
위기의 프랑스를 구원하고 전세를 뒤집어 영국세력을 대륙에서 축출하는데에 기여한 소녀영웅 잔 다르크(작중에선 요한나 다크, 독일식 발음인가봄).

그녀가 오를레앙 전투를 대승으로 이끌었기에 '오를레앙의 처녀'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쉴러의 「오를레앙의 처녀」는 이 역사적 인물인 잔 다르크를 다루는 희곡입니다.


하지만 내용은 역사적 사실보다 그녀의 삶의 비극성을 더 부각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잔 다르크는 성모 마리아로부터
갑옷을 입고 위기의 프랑스를 구하라는 명령과 함께 어떤 남자의 사랑도 가슴에 품어서는 안된다는 계시를 받습니다.

거친 쇳덩이를 몸에 걸치고 그녀는 오를레앙에서 대승을 거둡니다만 비극은 이 때부터 시작됩니다.

영국장교인 리오넬의 얼굴을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되지요.

그 다음장면.
성모 마리아의 말을 어긴 잔 다르크의 독백은 그녀의 내적갈등을 자세히 묘사해줍니다.



당신은 이 끔찍한 소명을 내게 부여해야만 했는지.

당신이 당신의 힘을 선포하기를 원하면
죄에서 자유로이 당신의 영원한 집안에 서있는 그녀를 택하시오.
당신의 영들을 내보내시오.
느끼지도, 울지도 못하는
죽지 않는 자들, 순수한 자들을!

연약한 처녀를 택하지 마시오!
양치기의 연약한 영혼을 택하지 마시오!



결국 잔 다르크의 순결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프랑스는 잔 다르크를 마녀로 몰아버립니다.
그녀는 사람들을 피해 은신을 하다가 영국군대에 잡혀버리지요.

잔 다르크는 영국 진영에 묶여, 자신의 조국 프랑스가 패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비통해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 신의 은총을 받고 사슬을 푼 뒤, 전장으로 나가 영국 군대를 쓸어버립니다.

끝내 왕을 구한 잔 다르크는 성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되며 이 극의 막이 내립니다.






「오를레앙의 처녀」의 해설에는
쉴러가 집필 당시 독일의 분열된 정치적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백년전쟁 시기의 분열된 프랑스를 하나로 모아 영국에 대항하게 한 잔 다르크를 끌어들여서 독일에도 그런 영웅이 나타났으면 하는 희망을 이 희곡에 담았다고 서술했습니다.


그런데 전 그런건 모르고 단지 작품에만 집중했습니다.

잔 다르크가 심한 내적갈등을 일으키고, 마녀로 몰리고, 조국의 패배를 눈앞에서 지켜보는 일련의 비극적 장면들에서 느낀 슬프고 안타까운 감정들.

결국 사슬을 풀고, 영국군을 무찌르고, 국왕을 구하며, 성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행복한 비극에서 느낀 카타르시스.


「오를레앙의 처녀」는
제가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비극보다 진한 슬픔을 느낀, 몰입의 깊이가 깊은, 여운의 길이가 긴 작품이었습니다.

「오이디푸스 왕」,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등의 비극성은 '사람'의 파멸로부터 나옵니다.
그들은 대부분 고관대작들이지요. 잘나가는 높은 인사들의 파멸입니다.

하지만 「오를레앙의 처녀」의 비극성은
성모 마리아로부터 받은 계시, 처녀라는 순결성, 결국 하늘로 승천하는 결말들로 미루어 볼때, 어떠한 '성스러움', '신적인 것', '순수한 것'이 파멸한다는 것에서
'사람'의 파멸과는 그 궤를 달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잔 다르크가 파멸할 때 제가 다른 희곡을 읽었을 때보다 더욱 큰 슬픔을 느낀 것 같습니다.

희곡을 읽고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운이 가시지 않습니다.




+)

1. 이 희곡에서는 잔 다르크를 '요한나'라고 합니다. 잔의 독일식 발음이 '요한나'인 것 같습니다.


2. 「오를레앙의 처녀」의 번역본은 서문문고가 유일합니다.
가격도 5천원밖에 안하는 혜자 문고본이니 이 책말고 다른 문고도 한 번 둘러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좋은 책이 많더라구요.